“김밥 2줄, 3만원에 사겠다”…못먹어 난리, 돈 유혹 뿌리친 ‘장인의 품격’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gistar@mk.co.kr) 2023. 7. 1. 17:1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선모 사장의 자녀가 당근 김밥을 말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당근, 달걀, 단무지”

어묵, 맛살, 멸치, 참치, 깻잎, 우엉 등을 다양하게 넣은 요즘 김밥에 비하면 너무 부족해 보이는 당근 김밥의 재료다.

보잘 것 없는 재료들도 장인의 손길이 닿으면 달라진다. 50년간 사랑받은 이유다.

전주 ‘오선모옛날김밥’이다. 전주 명물로 사랑받다 2015년 TV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에 나오면서 전국적인 명성을 떨쳤다.

이제는 볼 수도 먹을 수도 없다. 지난달 30일자로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오선모 사장의 건강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오 사장의 딸은 한달 전쯤 “허리 협착증과 관절 통증 등 건강상의 이유로 더는 일을 감당하지 못하게 돼 6월30일 영업을 종료한다”는 안내문을 가게에 붙였다.

‘영업 종료’ 소식이 전해지자 아침 8~9시부터 줄서서 먹던 김밥 집 앞에는 새벽 3시부터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손님들의 ‘오픈런’이 이어졌다.

중고 거래사이트에는 ‘김밥 2줄을 3만원에 사겠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김밥 한줄 정가는 3500원이다.

오선모옛날김밥 [사진출처=연합뉴스]
연합뉴스와 전주 MBC에 따르면 지난달 말 매장을 찾아 수 시간을 기다려 김밥을 받아 든 손님들은 사장님을 향해 “건강하셨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또 “프랜차이즈를 하는 게 어떠냐” “상표를 팔아라”는 질문도 많았다. 오 사장은 “그런 사람들이 100명도 넘게 있었다”며 묵묵히 김밥만 말았다.

대신 작은 가게 한 쪽에 손 글씨로 쓴 “그동안 전국에서 멀리까지 찾아주시고 너무 많은 사랑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이상 영업 운영이 어려워 대단히 죄송합니다”라는 안내문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다시 먹을 수 없다는 안타까움에 “따님이 이어받아라”는 요구도 많았다. 오 사장의 딸은 “나 혼자서는 안된다”며 “엄마하고 저하고 둘이 맞는 손발이 있는데, 어느 누구랑도 그게 안된다”고 말했다.

오 사장과 그의 딸에게 “레시피를 알려달라”는 요구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었던 당근김밥 장인의 비법은 이미 공개됐다. 돈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한줄한줄 정성을 다하는 장인정신이다.

이제는 먹을 수 없게 돼 너무 아쉽지만 그래서 더 빛나는 ‘장인의 품격’이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