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박람회에 MZ가 몰리는 이유 [명욱의 술 인문학]

2023. 7. 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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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주류 박람회가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오픈런은 기본이고 사전에 티켓이 완판, 현장에서는 아예 구매조차도 못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주 성료한 서울국제주류&와인박람회에는 이러한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지난달에 열린 대한민국 막걸리엑스포, 수원주류박람회 역시 문전성시를 이뤘다. 특히 서울국제주류&와인박람회 2023는 작년 대비 20%나 증가한 5만3000여명이 입장했다. 주말에는 사람들에게 밀려서 제대로 관람도 어려웠던 상황. 그것도 여성 소비자가 주축이 된 2030, 즉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들이 눈에 띄었다. 도대체 주류 박람회에 이렇게 사람이 몰리는 이유가 뭘까.

첫째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커진 홈술 시장의 여파다. 홈술은 단순히 ‘집에서 술을 마신다’가 아니다. 정해진 술을 마시는 회식과 달리 홈술은 내가 원하는 것을 내 취향대로 고르고 마실 수 있는 시장이다. 특히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홈술이 자리 잡으면서 다양한 술에 대한 수요가 커지기 시작했고, 취향이 어느덧 취미가 되고 그 취미가 소장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취향을 알기 위해서는 비교를 해 봐야 한다.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주류&와인박람회 관람객이 전년 대비 20%나 증가했다. 사진은 평일(금요일)인 23일에도 MZ세대를 위시한 젊은 사람들로 가득한 박람회장 모습.
둘째로는 전통주 업체들의 약진이다. 주류 전시회에서 전통주의 영역은 존재감이 적었다. 전시를 위한 전시가 많았고, 소비자들도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외국 업체들은 국내 행사에 참여하지 못했다. 자가격리는 물론 해당 국가의 유통 자체가 마비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통주 업체들이 주류 박람회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외국 업체들이 주류 박람회에 참여하지 못했음에도 방문객은 전년 대비 큰 차이가 없었다. 그래서 이 주류 박람회를 찾은 와인, 맥주, 위스키 애호가들이 어쩔 수 없이 전통주를 만나게 되고, 다양성·지역성·공익성을 가진 전통주에 매료됐으며 꾸준히 해당 박람회를 찾게 된 것이다.

셋째로는 질적으로 높아진 주류 콘텐츠다. 이들은 술이 가진 역사, 문화, 스토리를 알리고, 문화와 취미로서 즐기는 술을 알려준다. 대표적인 유튜브 채널이 주락이월드와 주류학개론, 술익는 마을, 술담화 등이다. 이러한 콘텐츠는 취미로서 즐기는 술의 문화를 확산하며 전체적인 주류 수준을 확 끌어올렸다.

넷째로는 사는 사람도 MZ, 파는 사람도 MZ로 모두 젊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해진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고 판매하며 구매를 이어 가고 있다. 취미에서 창업으로 이어진 경우가 많다.

다섯째로는 주류 미식 시장의 확산이다. 한때 한국의 술은 먹고 마시고 취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지금은 다르다. 의미와 가치를 따지고 사회적 역할도 같이 고민하는 것이 지금의 주류 트렌드다. 즉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으로 가고 있다.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마지막으로 불황적 소비를 염두에 둘 수 있다. 현재 유통 시장만 본다면 불경기로 인한 판매 저하가 눈에 띈다. 고급 술에 투자하던 코로나19 대유행 때와 달리, 국경이 풀리면서 밀렸던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러다 보니 자금 상황에서 여유롭지 않은 것은 당연. 하지만 이미 다양한 주류의 매력에 빠졌고, 그렇기 때문에 가장 저렴하게 다양한 주류를 맛보고 구매할 수 있는 주류 박람회를 찾고 있는 것이다.

주류 구매에 가장 가성비가 좋은 곳은 주류 박람회다. 그렇다고 무조건 싼 것만 찾지 않는다. 다양한 가치를 품은 ‘프리미엄 가성비’를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현재 이 시장이 대세로 보인다.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주류 인문학 및 트렌드 연구가. 연세대 미식문화 최고위과정 교육 원장,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과 ‘말술남녀’가 있다. 넷플릭스 백종원의 백스피릿에 공식자문역할을 맡았다.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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