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가르기에 끌어들이지 말라"...화제 모은 서울대 원자핵 교수의 호소
"원자력은 더이상 정치 싸움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후쿠시마 방류수에 의한 수산물 안전은 과학의 영역이지 선동의 도구가 아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을 앞두고 사회적 갈등의 골이 깊어만 가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념적 위치에 따라 자진해서 줄서기를 하거나, 줄서기를 강요당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심형진 교수가 정치적 편가르기 중단을 호소하는 기고문를 한국일보 온라인에 지난 30일 올려 눈길을 끌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을 이 글을 자신이 SNS 등에 공유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는 이념의 잣대에 따라 단어와 문구가 정반대로 해석될 수있다.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한국일보에 실린 심형진 교수의 기고문 전문을 그대로 싣는다.
<기고> 정치적 편가르기에 학과를 끌어들이지 말라
<한국일보>에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내부에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을 두고 균열이 커지고 있다"로 시작하는 기사(6월 29일자 '분열된 과학자들, 국민은 혼란스럽다…오염수 둘러싸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시끌')가 실렸다. 기사는 마치 학과 내에 후쿠시마 오염처리수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것처럼 기술하였다. 필자는 원자핵공학과의 교수로서, 해당 의혹을 제기한 한 분의 명예교수의 개인적 의견을 제외하면, 학과 내에 후쿠시마 오염처리수의 안전성과 관련한 어떠한 의견 차이도 존재하지 않음을 밝힌다.
지난 정부 기간, 원자력은 탈원전 정책이라는 정치 논리의 희생양이었다. 원자력 유관기관들의 기관장, 감사, 이사가 원자력에 적대적 관계자들로 채워지며 원전산업을 파괴하는 것을 보았다.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가 기업의 이익에 반하는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결정하는 과정을 목도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한빛 4호기 격납건물 콘크리트 공극의 수리를 지연시킴으로써 한국전력에 약 2조원 이상의 손해를 끼친 사실에 경악했다.
정치적 술수로 원전 및 에너지 정책이 편향되게 결정되는 과정도 보았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공론조사 주제에서 벗어난 원전 확대·축소를 묻는 꼼수로, 시민참여단이 건설 재개와 함께 원전 축소를 권고하는 방식으로 탈원전 정책을 지원했다. 편향된 인사들로 구성된 탄소중립위원회는 2050 탄소중립시나리오라는 국가 대계를 무책임하게 결정했다.
원자력은 더이상 정치 싸움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후쿠시마 방류수에 의한 수산물 안전은 과학의 영역이지 선동의 도구가 아니다. 그럼에도, 정치 선동가에게 원전, 방사선, 일본, 먹거리 등 휘발성 높은 주제들이 함축된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 문제는 손쉬운 먹잇감이었을 것이다.
올해 1월 일본 정부가 봄 또는 여름 시점에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처리수 방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발표하면서부터, 이 사안는 원자력 이슈에 대한 정치 쟁점화 과정의 전형을 따른 것 같다. 우선, 음모론자에 가까운 몇몇 전문가가 정보 미공개 등의 이유로 방류수 안전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후 시민단체는 자극적인 피켓을 들고, 정치권은 후쿠시마를 방문하는 등 쟁점을 키웠다. 이후, 먹거리 안전에 전혀 문제없다는 원자력계의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을 즈음, 정치권에서는 급기야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과학자는 돌팔이"라는 과학계 갈라치기 구호가 등장했다.
이는 후쿠시마 방류수 문제를 정치 쟁점화시킨 세력의 출구전략으로, 후쿠시마 방류수 문제로 야기된 사회 갈등을 안전과 관련해 단일한 목소리를 내지 않은 과학계 및 원자력계에 책임을 물으려는 것이다. 원자력계에서는 논쟁적 주제조차 되지 않는 후쿠시마 방류수의 안전 문제를 해당 정치세력과 일부 언론이 억지로 과학계의 논쟁적 주제로 몰고 가는 것은 정해진 순서일 수 있겠다.
그런데, <한국일보>의 해당 기사에서는 이 유치한 정치적 여론몰이에 원자핵공학과를 끌어들이면 안 됐다. 학과 홈페이지 게시판에 게재된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관련 게시물들은 학생들에게 정확한 기술적 정보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지난 정부 기간 전국의 원자력전공 학과들은 너무나 큰 시련을 겪었다. 정치권과 일부 언론은 대학을 인력 양성과 연구개발에 매진할 수 있도록 놓아두시라.
김화균기자 hwak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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