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나는 죽음을 돕는 의사입니다·날씨의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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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수 옮김.
간부전 말기 환자인 74세의 하비는 2016년 6월 16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빅토리아에 있는 자택에서 가족 여덟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4가지 약물을 차례로 주입받고 생을 마감했다.
'나는 죽음을 돕는 의사입니다'는 의료조력 사망이 합법화된 후 저자가 이 분야에서 활동한 첫 1년간의 경험을 기록한 책이다.
생명이 탄생하는 신비로운 순간을 오랜 기간 지켜본 그가 자신의 의지로 생을 마감하고자 하기로 선택한 이들을 돕는 일을 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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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 나는 죽음을 돕는 의사입니다 = 스테파니 그린 지음. 최정수 옮김.
간부전 말기 환자인 74세의 하비는 2016년 6월 16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빅토리아에 있는 자택에서 가족 여덟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4가지 약물을 차례로 주입받고 생을 마감했다.
흔히 사람의 목숨은 하늘에 달려 있다고 하지만 하비는 세상을 떠날 때를 스스로 선택했다.
이는 캐나다 대법원의 결정에 따라 의회가 '의료조력 사망'(MAiD, Medical Assistance in Dying)을 합법화한 후 캐나다에서 시행된 첫 MAiD였다.
'나는 죽음을 돕는 의사입니다'는 의료조력 사망이 합법화된 후 저자가 이 분야에서 활동한 첫 1년간의 경험을 기록한 책이다.
캐나다의 법은 의료조력 사망의 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한다.
우선 환자는 '위중하고 치료 불가능한' 질병을 앓아야 한다. 환자는 18세 이상이어야 하고 스스로 결정을 내릴 능력이 있어야 한다. 또 고통을 견딜 수 없는 상태이고 자연사가 합리적으로 예측되는 상황이어야 한다.
환자가 조력 사망에 부합하는지 판단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요건 중에는 비교적 명확한 것도 있으나 위중하고 치료 불가능한 상태처럼 모호성이 있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준에 맞지 않는 사람의 사망을 도운 의사는 최장 14년의 징역형의 처벌도 받을 수 있다.
저자가 만난 환자 중 한명인 네빈은 조력 사망을 원했고 저자 역시 그가 대상자 요건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다른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고 결국 저자는 네빈에게 조력 사망을 시행할 수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은이는 의료조력 사망에 종사하기 전에 산부인과 의사였다.
생명이 탄생하는 신비로운 순간을 오랜 기간 지켜본 그가 자신의 의지로 생을 마감하고자 하기로 선택한 이들을 돕는 일을 하게 된 것이다.
간부전, 다발성 경화증, 흑색종 등 여러 질병을 앓고 있던 의뢰인들이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선택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을 통해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조력 사망에 적합한 사례라는 판단을 받은 환자는 자신이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게 될지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되고 남은 삶에 집중하게 된다면서 저자는 "MAiD는 죽음에 관한 것이라기보다 어떻게 살기를 원하는 것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봄. 440쪽.
▲ 날씨의 음악 = 이우진 지음.
사람들이 하루를 시작하며 늘 주목하는 날씨와 관련된 여러 측면을 음악에 빗대어 알기 쉽게 해설한다.
무지개는 대기 속에 남은 수많은 빗방울이 햇빛을 굴절시키고 반사해 여러 가지 색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저자는 크레파스, 물감 등 인간이 만든 어떤 색감으로도 이런 깊이, 광채, 부드러움, 입체감을 재현할 수 없다는 점에 주목해 "무지개는 자연이 연출한 거대한 설치미술"이라고 규정했다.
태풍은 낡은 건물 외벽을 넘어뜨리거나 해안 도시를 순식간에 물바다로 바꾸는 등 인간에게는 위협적이지만 위성 영상으로 태풍을 관찰하면 마티스나 고갱의 화풍을 떠올리게 된다.
굵은 붓놀림으로 그린 것 같은 선명한 태풍의 눈과 주위를 둘러싼 두툼한 구름 띠에서 태풍의 거친 숨결이 새어 나온다는 것이다.
'날씨의 음악'은 기상 현상의 원리와 함께 독자들이 일상에서 주목하지 못하는 새로운 측면을 함께 소개한다.
한겨레출판. 240쪽.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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