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만큼 뜨거운 퀴어 축제…“LGBT 인권이 국가의 인권 수준” vs “성소수자 반대”

이지안 기자(cup@mk.co.kr) 2023. 7. 1.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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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서울 광장서 열린 퀴어축제
서울시 불허로 을지로에서 열려
시청 광장에는 기독교 단체 5만명 반대 집회
서울퀴어문화축제 현장. [이지안 기자]
1일 서울 을지로2가 일대에서 제24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전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날이었음에도 많은 이들이 행사에 참여해 축제를 즐겼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조직위)는 이날 행사에 5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찰 측 추산은 1만5000명이다.

경찰은 서울 시청광장에서 기독교 집단의 맞불 집회도 예상돼 50개가 넘는 부대를 투입해 행사 간 충돌에 대비했다.

퀴어문화축제는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고 2015년부터 매년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그러나 올해는 서울시의 불허 결정으로 서울광장이 아닌 을지로에서 개최하게 됐다. 이날 서울광장에서는 기독교단체인 CTS문화재단의 ‘청소년·청년 회복 콘서트’가 열렸다.

1일 을지로 일대에서 열린 서울퀴어축제 행사장에 중 주한미국대사관 등 각국 대사관 부스와 국가인권위원회 부스가 설치 돼 있다. [이지안 기자]
오전 11시께 을지로 행사장에는 성소수자 관련 단체와 이들과 연대하는 단체 부스 58개가 행사를 시작했다. 부스 중 주한미국대사관, 주한캐나다대사관, 주한호주대사관, 국가인권회의 등 성소수자 단체에 연대를 표하는 기관도 찾아볼 수 있었다.

행사장 전광판에는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가 보낸 축하사도 상영됐다. 그는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누구인지 또 누구를 사랑하는지에 상관없이 동등하게 존중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평등권을 향한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축제 참가자들은 퀴어를 상징하는 무지개 모양의 깃발, 팔찌, 부채 등 다양한 아이템을 장착했다.

무지개 형상의 부채를 들고 있는 30대 여성 A씨는 “나는 Ally(협력자라는 의미로 성소수자의 편에서 이들을 지지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다”라며 “이번이 세 번째 퀴어축제에 참여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축제에 참여한 이유를 묻자 A씨는 “LGBT 인권이 곧 국가의 인권 수준을 말해주는 거다”라며 성소수자의 인권 보장에 힘을 더하기 위해 참가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모 초등학교에서 원어민 교사로 재직중인 미국인 패트릭(27) 씨는 미국에서 퀴어 축제에 참여한 경험이 있어 한국 퀴어 축제도 궁금해 나왔다고 말했다. 패트릭 씨는 “미국에서는 동성혼이 합법화된 주가 많아 이를 당연하게 여기는데 한국은 보수적이기 때문에 동성혼을 위해 싸워야 한다는 게 가장 큰 차이인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퀴어축제 참가자들이 종로2가에서 행진하고 있다. [이지안 기자]
참가자들은 오후 4시 30분부터 2시간에 걸쳐 행진했다. 이들은 을지로에서 시작해 삼일대로∼퇴계로∼명동역∼종로∼종각역 등을 지났다. 참가자들은 “혐오 싫어요” “차별 안돼요”라는 구호를 반복해 외치기도 했다.

행진으로 4개 안팎의 차로가 통제되면서 세종대로와 안국역 일대에는 교통 정체가 발생하기도 했다.

1일 세종대로 인근에 동성애 반대를 표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지안 기자]
한편 이날 오후 2시께 기독교 단체는 맞불형식의 집회를 서울 시청 광장 일대에서 열었다. 주최 측 추산 5만명이 참여해 퀴어 축제 반대를 외쳤다.

반대 집회 시작 후 세종대로 5개 차로가 통제되면서 낮시간 교통 혼잡 상황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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