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 안에 '싱크대·서랍장'까지?…제주 야영장에 넘쳐나는 '알박기 텐트'

지난 30일 오후 제주시 관계자 등이 제주시 협재해수욕장과 금능해수욕장 사이 녹지 지역에 있는 ‘알박기’ 텐트를 강제로 철거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제주의 해수욕장에 방치된 이른바 '알박기 텐트'들이 강제로 철거됐습니다. '알박기 텐트'는 좋은 자리를 잡아 텐트를 치고 장기간 방치해 두는 것을 말합니다.

제주시는 어제(지난달 30일) 협재해수욕장 20동과 금능해수욕장 15동을 포함해 두 해수욕장 야영장에 방치된 ‘알박기 텐트' 35동을 철거했다고 전했습니다.

해수욕장법과 관련해 개정된 시행령 및 시행규칙이 지난달 28일 시행되면서, 당국은 해수욕장의 원활한 관리·이용에 방해가 되는 '알박기 텐트'를 별도의 행정대집행 절차 없이 즉시 철거할 수 있게 됐습니다.

시 공무원들과 지역 청년을 포함해 20여 명으로 구성된 팀이 협재해수욕장에서 본격적인 철거에 나서자, 텐트 안에서는 각종 살림살이와 생활 쓰레기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수건부터 이불, 카펫, 화로, 의자, 부탄가스 등이 잇따라 발견됐고, 한 텐트에선 싱크대와 서랍장 같은 가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오랫동안 한자리에 설치해 둔 텐트들이어서 한 동을 철거하는 데에만 20분이 넘게 걸렸습니다. 텐트를 고정해 주는 ‘텐트 팩’이 땅에 깊이 박혀 있어 철거 작업 중 망치가 부러지는 일도 있었습니다.

같은 시간 금능해수욕장 야영장에서도 강제 철거 작업이 진행됐습니다.

제주시는 어제 '알박기 텐트'를 철거하면서 ‘귀하 소유 텐트와 물품을 6월 30일까지 철거하라고 명령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아 강제 철거했다’는 안내문과 법적 근거 등이 적힌 제주시장 명의의 행정대집행 계고서를 붙였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30일 오후 제주시 관계자 등이 제주시 협재해수욕장과 금능해수욕장 사이 녹지 지역에 있는 ‘알박기’ 텐트를 강제 철거하고 텐트가 있던 땅에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못으로 박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주인이 나중에 나타날 수도 있어 텐트 밖으로 꺼낸 물건들은 ‘폐기’가 아닌 ‘보관’으로 분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관된 물품과 관련된 사항은 제주시 홈페이지와 게시판에 올라가며, 소유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한 달 동안 2차 공고를 다시 한 후 물품을 공매하거나 폐기 처분할 예정입니다. 다만, 소유자가 1년 안에 반환을 요구할 경우 집행 및 보관 비용을 제외한 금액을 돌려주고, 반환 요구가 없으면 전액이 제주시에 귀속될 예정입니다.

협재·금능 야영장은 시민과 관광객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오늘(7월 1일)부터 오는 8월 31일까지 지역 청년회에 위탁해 한시적으로 유료로 운영됩니다. 제주시는 유료화 기간이 끝나면 공공 근로자 등을 투입해 직접 야영장을 관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주나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uliet31225@gmail.com]

< Copyright ⓒ MBN(www.mbn.co.kr)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