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난민선 탔는데… 선내 구타·학대 “생지옥이었다” [세계는 지금]
밀항 대가 한 번에 653만~1000만 원 받아
돈에 눈먼 브로커 무리한 난민 승선 화근
6월 그리스 난민선 전복 ‘참사’ 키워
뇌물 안 주면 폭행… 음식물도 제공 안 해
내전·분쟁지 탈출 난민들 브로커 의존 커
인신매매·심각한 범죄의 희생양 되기도
유엔 “비극 재발과 브로커 전횡 막으려면
유럽 국가 이주민 수용 정규 채널 열어야”
“제 아이는 겨우 열여섯 살이었어요.”
모하메드가 살던 이집트는 화폐 가치 하락과 치솟는 물가로 국민 생활이 어렵다. 유엔난민기구(UNHCR)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6232명의 이집트인이 더 나은 삶을 찾아 배를 타고 이탈리아로 향했다.
수백 명이 숨진 그리스 난민선 전복 사고 역시 브로커들이 사태를 키웠다고 외신들이 분석했다. 밀항을 도운 대가로 5000∼8000달러(약 653만∼1000만원)를 받는 브로커들이 이윤에 눈이 멀어 무리하게 난민들을 배에 태웠다는 것이다.
난민을 울린 건 배고픔도 추위도 아니었다. 최소한의 인권도 짓밟아 버린 난민 브로커. 이들 손에 난민은 또 한 번 지옥을 맛봤다.
영국 일간 타임스는 그리스 난민선 생존자들의 증언을 인용해 브로커들이 난민을 선내 냉장고에 가두고 폭행을 일삼았다고 보도했다.
한 생존자는 “(브로커들은) 돈을 내야만 음식을 줬다”며 “우리를 구타하고 학대했으며, 여성과 아이들을 갑판 아래 화물 칸에 가뒀고 냉장고에도 사람들을 가뒀다”고 주장했다.
AP통신도 대부분의 탑승자는 식음료를 제공받지 못했으며, 브로커에게 뇌물을 주지 않으면 선창에 남겨져 갑판에 올라가려 할 때마다 폭력을 당했다는 생존자 진술이 나왔다고 전했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지난달 16일 성명을 통해 “그리스 난민 전복 사건은 인신매매하는 사람을 조사하고 그들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할 필요성을 알려 준다”며 “이런 비극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유럽 국가들이 이주민들을 받아들이는 정규적인 채널을 열어 각 수용국 책임 분담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의 주요 활동 무대이자 전 세계 난민들이 가장 많이 향하는 지중해 중부 항해 길은 2014년 이후 2만여명의 사망·실종자가 나온 위험한 경로로 악명 높다.
아프리카, 중동, 북한 등 내전과 극심한 경제난을 피해 도망친 이들이 가는 길엔 항상 인신매매의 위험이 도사린다. UNHCR은 사회적으로 고립된 난민들이 인신매매 업자들의 표적이 되기 쉽다고 강조한다.
UNHCR은 난민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분쟁, 폭력, 박해를 피해 탈출한 대부분 난민은 안전을 위해 불규칙한 이동을 할 수밖에 없다”며 “이 과정에서 브로커들에게 의존하게 되는데, 불안정한 난민들을 이용하는 일부 브로커들에 의해 인신매매나 심각한 범죄 및 인권 침해의 희생양이 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어린 난민들을 대상으로 한 인신매매도 활발했다. UN이 지난해 6월 배포한 언론 자료에 따르면 아프리카 말라위에 있는 잘레카 난민 캠프에서 90명 이상의 인신매매 피해자가 구조됐는데, 이 중에는 수십 명의 에티오피아, 부룬디, 콩고민주공화국(DRC) 출신 소녀들도 있었다.
DRC에서 온 16세 소녀는 “분쟁으로 고국을 떠난 후 2009년 난민 캠프에 도착했다”며 “이곳에서 나에게 접근해 온 인신 매매업자에 의해 성매매하게 됐는데, 한 번은 성관계를 거부해 고객에게 구타당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예림 기자 yea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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