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에 만들어진 '블랙홀'…"공직자들이 가엽다"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우리나라 과학기술과 정보통신 정책을 총괄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금 어수선하다. 뒤숭숭하다.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여러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졌다. 그야말로 모든 이슈를 집어 삼키는 ‘블랙홀’로 빠져들고 있다.
우선 조성경 대통령실 과학기술비서관이 제1 차관으로 임명되면서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지난 29일 과기정통부 차관 인사가 단행됐을 때 오태석 1차관은 영국에 머물고 있었다. 조성경 신임 차관이 임명되기 하루 전에 과기정통부 담당부서가 오 차관에게 연락해 “빨리 귀국하셔야 되겠다”는 소식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무직 공무원이 해외 출장 중에 교체인사가 이뤄진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해외 공식 출장 중에 교체 인사를 단행해야 할 정도까지 시급하고 적절한 인사였는지를 두고서는 말들이 많다. 과기정통부 한 관계자는 “해외 출장지에서 교체 인사 통보를 받았으니 얼마나 황당했겠느냐”고 했다.
조성경 신임 차관이 임명되면서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국회 상임위 야당의원들이 이번 인사를 두고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야당이야 대통령실 개각 인사를 두고 대부분 반대 의견을 나타내곤 하는데 이번 비판은 그 수위가 유독 높았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의원은 조성경 차관 임명에 대해 ‘미래를 망가뜨리고’ ‘부적격, 부실, 부적절’ ‘황폐화’ 등의 문구를 총동원했다.
조 의원은 “조성경 비서관은 원자력안전위원회 비상임위원 시절 위법한 용역 수행 사실이 발각돼 스스로 직에서 물러난 자다”며 “양심이 있다면 이런 자에게 공직을 맡기는 것 자체가 언감생심인데 수백 명의 공무원을 이끌고 과학기술 정책을 총괄하는 차관이라니 참으로 양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이런 상황을 두고 “과기정통부 공직자들이 가엽다”고까지 했다.
조 의원은 “국가 R&D와 디지털 경제를 책임지는 과기정통부가 고장나게 생겼다”며 “행정 각부는 고유의 기능과 전문성으로 국민에게 복무하는 곳이지, 아무렇게나 나눠 먹는 일개 정파의 전리품이 아니”라고 직격했다.
1차관 교체와 함께 이번에는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 자체를 뒤흔드는 사태가 발생했다. 내년 R&D 예산안을 마무리하고 기획재정부에 넘긴 상태에서 대통령실이 “다시 해!”라는 재검토지시가 내려왔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이 R&D 검토를 다시 하라는 배경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예산안을 삭감해도 모자랄 판에 약 1조원 증액했고, 무엇보다 윤석열 대통령이 요구한 국제 공동연구 등에 예산 편성이 적고 구태의연하게 했다는 점이 지적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 마디로 ‘경영 효율화 등 나라 예산을 최대한 아껴 쓰자고 하는 마당에 증액하면서 나눠먹기식 예산안을 만들고 무엇보다 VIP(대통령) 요구 사항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이른바 '괘씸죄'에 딱 걸렸다는 것이다.
과학기술혁신본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당연지사. 과기정통부 한 관계자는 “법정 시한을 넘기면서까지 이 같은 주문을 한 대통령실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고도 남는다”며 “대통령실 주문을 반영한 예산안 조정이 있지 않겠는가”라고 예상했다.
1차관 인사에 3차관 역할을 하는 과학기술혁신본부 사태까지 그야말로 모든 과학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만들어진 셈이다. 주영창 과학기술혁신본부장(3차관)의 입지도 크게 흔들릴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과기정통부는 민간 건물에 있다가 6월 30일까지 기획재정부가 있던 정부세종청사 4동으로 이사를 마무리했다. 이사하는 어수선한 과정에 굵직굵직한 사태가 겹치면서 그야말로 혼란스런 상황을 맞았다.
과기정통부 한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실 과학기술비서관이 공석이 됐으니 후속인사가 아마도 주초에 있지 않을까 싶다”며 “(부처에서 과학기술비서관으로 누군가 자리를 옮기면)후속인사까지 겹쳐지면서 당분간 조직 자체가 뒤숭숭할 것 같다”고 전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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