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떠난 170억 FA의 빈자리, 이 선수들이 그대로 메웠다… 가성비는 더 낫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LG는 2023년 시즌을 앞두고 두 명의 내부 프리에이전트(FA)가 팀을 떠났다. 그동안 팀의 안방을 지켰던 포수 유강남이 롯데와 4년 총액 80억 원 계약을 하고 서울을 떠났다. 팀의 중심 타자였던 채은성도 한화와 6년 총액 90억 원에 계약해 정든 LG 유니폼을 벗었다.
두 선수는 LG에서 데뷔해 오랜 기간의 경력을 모두 LG에 바쳤다. 팬들에게도 소중한 선수였고, 팀 전력에서도 비중이 꽤 높은 선수들이었다. 그러나 2023년 도입된 샐러리캡 판도에서 두 선수에게 원하는 금액을 모두 주고 잡을 수는 없었다. 이미 고액 연봉자들이 적지 않은데다, 고우석 등 앞으로 나올 FA 선수들도 생각해야 했다.
LG는 유강남과 결별이 확실시되자 또 다른 FA 포수였던 박동원(33)과 4년 65억 원에 계약하며 대체자를 찾았다. 당시 LG 내부에서는 “유강남이 좋은 포수이기는 하지만, 박동원으로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계산이 있었다. 다만 포수라는 특이 포지션상 투수와 호흡도 중요해 이 계산이 뜻대로 움직일지는 미지수였다. 채은성의 대안은 FA 시장에서 찾지도 못했다. 기존 선수들의 성장으로 메운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시즌이 절반 정도 지난 시점, 두 선수는 여전히 그리운 이름이지만 공백이 크게 드러나지는 않고 있다. 박동원이 건강하게 유강남의 자리를 메워주고 있음은 물론, 채은성의 공백은 그렇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외국인 선수 오스틴 딘(30)이 비교적 성공적으로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 대비 성능비만 보면 오히려 나은 점도 있다.
박동원은 시즌 70경기에서 타율 0.276, 14홈런, 4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87을 기록하는 대활약으로 LG에서의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내고 있다. 시즌 초반보다 타격 페이스가 다소 처지기는 했지만 어차피 체력 소모가 심한 포수라는 점에서 이 정도만 해줘도 대단한 성과라고 볼 수 있다. 롯데 이적 후 유강남이 공격에서 다소간 고전하는 것을 고려하면 비교도 된다.
공격에서의 일발 장타력은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선수였다. 수비에서의 몫도 중요했는데 성실하게 뛰며 ‘철강왕’ 이미지가 있었던 유강남의 빈자리를 지워내고 있다. 박동원은 올해 포수로 542⅓이닝을 소화해 리그 포수 이닝 소화 1위를 달리고 있다. 9이닝당 폭투+포일 개수도 0.365로 리그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포수 평균자책점에서도 3.34로 리그 2위다.
박동원은 시즌 전 애리조나 캠프 당시부터 최대한 많은 투수들의 공을 받아보기 위해 부지런히 자리를 옮기곤 했다. 공격도 중요하지만 역시 포수는 수비라는 지론 때문이었다. 지난 2~3년과 비교하면 올해 LG 마운드에 유독 신진급 선수들이 많이 등장했는데 이들이 무난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도 박동원의 공이 제법 컸다는 게 내부 진단이다.
오스틴은 말 그대로 ‘기대 이상’이다. 중거리 유형의 타자로 생각했는데 장타까지 터뜨리면서 KBO리그에 잘 적응했다. 시즌 71경기에서 타율 0.301, 10홈런, 52타점, OPS 0.839의 성적으로 그간 외국인 타자 복이 없었던 LG 라인업에 도움이 되고 있다. 시즌 초반 팀이 고비를 맞이할 때 오스틴이 건져 낸 경기가 제법 됐다. 1루 수비에서도 점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염경엽 LG 감독도 “우리도 은성이가 빠진 자리가 컸는데 걱정을 많이 했다. 그래도 오스틴이 잘 메워줬다”고 했다. 올해 채은성의 성적은 67경기에서 타율 0.299, 10홈런, 44타점, OPS 0.834다. 오스틴의 성적과 흡사하다. 물론 수비에서 채은성이 조금 더 나은 측면은 있지만, 적어도 공격에서는 채은성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의 활약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LG 타선이 힘을 유지할 수 있었던 하나의 원동력이었다. 박동원 오스틴의 활약 속에 LG가 걱정을 덜고 남은 시즌을 조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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