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선 "5개월 간 유지어터로 캐릭터 준비, 요리하는 남편 류수영 때문에 남다른 고충있어" [인터뷰M]
영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에서 죽은 '도경'의 아내 '명지'를 연기한 배우 박하선을 만났다. 영화 '프랑스여자'로 국내외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김희정 감독의 신작인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김애란의 소설 '바깥은 여름' 중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고 난 뒤 남겨진 사람들은 그 기억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이야기하는 영화다.
뒤늦게 김희정 감독의 '프랑스여자'를 보고 너무 좋아서 언젠가 꼭 이 감독의 작품에 출연하고 싶었다는 박하선은 "그런 생각을 한지 얼마 안되서 감독님의 연락을 받았다. 시나리오를 읽기도 전에 웬만하면 해야겠다 생각했던 작품이다. 저를 왜 캐스팅하셨는지 너무 궁금해서 여쭤봤더니 제가 출연한 예능 '전참시'를 보셨다고 하시더라. 미술관 방명록에 제 이름 대신에 장애를 앓다 먼저 세상을 떠난 동생 이름을 쓰는 장면을 인상깊게 봤다고 하시면서 이런 경험을 가진 친구가 '명지'를 연기하면 좋겠다 생각해서 캐스팅했다고 하시더라."라며 우연처럼 타이밍 좋게 호감을 가진 감독님의 작품에 캐스팅되었음을 이야기했다.
시나리오를 받고나서 원작 소설도 읽었다는 박하선은 "너무 슬퍼서 오랜만에 바닥을 기면서 울었다. 저한테 발달장애를 앓는 동생이 있었는데 동생이 먼저 하늘나라로 가고 난 뒤 미안한 마음에 후회가 되서 그리움이 해소가 되지 않은채 가득 차 있었다. 제 동생은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같은 일상적인 말을 쉽게 할수 었었다. 그런데 시나리오 속에 먼저 세상을 떠난 동생이 홀로 남겨진 누나에게 "누나 밥 잘 먹고 잘자, 고마워. 사랑해"라는 말을 해주는 대목이 너무 마음에 와 닿았고, 마치 제 친동생이 저에게 해주는 말 같아서 힐링이 되었다. 저의 이런 감정이 관객들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출연을 확정지었다."라며 가슴아픈 개인사를 건드리는 작품 속 이야기 때문에 출연 결정을 하게되었음을 밝혔다.
앞서 말한 동생이 누나에게 남기는 편지 장면은 박하선에게 눈물버튼이었다고 한다. "촬영을 할 때도 테이크를 몇차례 가더라도 계속 울게 되더라. 작품에서 중요한 장면이 연습할 때는 잘 되어도 현장에서 잘 안되면 어쩌나 걱정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영화는 그런 걱정이 전혀 안되었다. 다만 그 편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눈물이 나서 그 장면 촬영을 할때 촬영 감독님이 카메라를 들고 제가 편지를 읽는 동안 기다려주셨다. 촬영 감독 덕분에 그 장면 촬영을 잘 할수 있었다. 세상에 혼자서 할수 있는 건 없다는 걸 새삼 알게 된 순간이기도 하다."라며 절절했던 감정 연기를 현장의 도움을 받아 촬영했음을 이야기했다.
사랑했던 남편이 죽고 난 뒤 홀로 남겨진 여자의 이야기라 감정적으로 많은 준비를 했을 것 같았지만 박하선은 "저는 아는 감정이어서 별로 어렵지 않았고 따로 설정한 것도 없다. 그 동안 했던 작품중 실제 제 모습과 가장 비슷한 캐릭터이기도 했고, 알고 있는 아픔이어서 그냥 힘 빼고 상황에 빠져들었다."라며 살면서 겪었던 아픈 경험들이 연기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음을 밝혔다.
연기적으로는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았지만 캐릭터로 보여지는 모습에 있어서는 나름대로 처음 시도해보는 것들이 있었다고 하며 그는 '노메이크업'과 '노출'을 언급했다. "한 번도 노메이크업으로 촬영한 적이 없었는데 감독님이 '프랑스여자'를 이쁘게 찍으신 걸 보고 용기가 나더라. 로션만 바르고 촬영을 해봤는데 로션을 발라도 조명 때문에 얼굴에 빛이 나서 결국 로샨도 바르지 않고 맨 얼굴로 국내 분량을 촬영했다. 해외 촬영 분량은 '현석'(김남희 분)을 만나는 장면이었고 오랜만에 누군가를 만나는 설정이어서 베이스 메이크업고 아이라인을 그리는 정도로 간소하게 메이크업을 하며 연기했다."고 말해 놀라움을 안겼다.
또한 극 중 샤워씬의 경우 감독은 얼굴 중심의 타이트한 앵글로 촬영하려고 했으나 본인이 직접 거울을 보며 연구를 해서 어느정도 뒷 모습으로 촬영을 하면 좋겠다고 의견을 내 노출씬도 적극적으로 촬영했음도 알렸다. "'명지'에게 샤워는 좀 특별한 의미가 있다. 남편이 물에 빠져 죽었기 때문에 물이 몸에 닿는게 너무 싫은 공포증이 생긴 것"이라며, 그런 의미가 있는 장면이기에 그저 얼굴 표정으로만 표현하는 것 보다 몸으로 더 많은 표현을 하고 싶었음을 덧붙였다.
영화 속에서 약간의 배드신과 노출신도 있었고, 남편이 죽은 뒤 상실감에 제대로 먹지도 돌보지도 않아 말라가는 캐릭터여서 다이어트를 했다는 박하선은 "감독님이 교수님이셔서 방학동안에만 촬영이 가능했다. 봄 방학과 여름방학에 촬영을 했는데 중간에 5개월의 텀이 있어서 그 기간동안 다이어트를 유지하는게 너무 힘들었다. 남편(류수영)이 요리 프로그램에 출연 중이라 메뉴 하나를 개발하려면 열 몇 번을 시도하며 맛있어질때 까지 맛을 봐주고 피드백을 해줘야 하는데 저는 다이어트를 해야 해서 많이 예민했다. 작품을 위해 몸 관리를 해야 하는 걸 잘 알고 있기에 남편이 이해를 해줬지만 요리하는 남편을 둔 남모를 고충도 있었다."라며 웃픈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영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한국과 폴란드의 바르샤바에서 촬영이 되었다. 폴란드에서는 스태프 전체가 폴란드인이었으며 K-콘텐츠에 대한 리스펙트를 가지고 있는 스태프 덕에 일주일간의 촬영이 너무 편하고 즐거웠다고 한다. 박하선은 "스태프들이 저희에게 잘보이려는게 있어서 과수원에서 과일도 따다 주고 현지의 유명한 생강과자도 주시더라. 감독님이 한글로 '폴란드'라고 적은 티셔츠를 선물로 드렸는데 스태프들이 '심장'이라고 써 있는 티셔츠를 답례로 줬다. 너무 정이 많은 분들이었고 쉬는 시간에 신라면도 먹더라. 너무 비슷한게 많았던 분들"이라며 폴란드 스태프에 대해 이야기했다.
폴란드에서는 매년 8월 1일 오후 5시 사이렌 소리를 신호로 바르샤바 시내의 모든 사람들이 즉석에서 직립 부동으로 1년간 묵념을 올리는 행사를 한다. 바르샤바 봉기 희생자들을 추도하기 위한 행사다. 이 장면이 영화에도 등장했다. 박하선은 "저희도 그 시간에 맞춰서 준비를 했다. 모든 장면을 그 전에 다 찍어 놓고 시간에 맞춰서 촬영을 했다. 사전에 유튜브를 보면서 해당 장면의 연기를 준비하려고 했지만 실감이 안왔었는데, 막상 그 시간이 되니까 주변의 사람들도 울고 있고 저도 모르게 울컥하게 되더라. 인생을 통틀어 정말 신기하고 좋은 경험이었다."라며 역사적으로 비슷한 배경을 갖고 있는 나라에서 겪은 생경한 경험이었지만 '살아 남은 자들의 마음'을 그리는 영화의 메시지와 어우러져 큰 감정의 회오리를 겪었다는 고백을 했다.
박하선은 작품의 대사 중 "무사히 어른이 된다는 것"이라는 것과 "삶이 죽음으로 간 게 아니라 삶으로 간게 아닐까"라는 문구가 가장 많이 와닿는다고 이야기하며 "그냥 어른이 되는 건 아니더라. 어른이 되는게 쉬운게 아니라는 걸 이번 작품을 통해 알게 되었다. 또 타인을 위해 희생한 죽음은 결국 다른 이의 삶에 연결이 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도 알게 되었다."라며 영화를 통해 많은 생각을 할 기회가 있다며 명대사를 추천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남편을 잃고 폴란드 바르샤바로 떠난 ‘명지’와 같은 사고로 동생을 잃은 ‘지은’, 단짝 친구와 이별한 ‘해수’가 상처를 어루만지고 다정한 위로를 건네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7월 5일 개봉이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주)엔케이컨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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