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섭의 MLB스코프] 무모한 도전이냐 포기냐… 위기의 SD, 운명의 시간 다가온다
[스포티비뉴스=이창섭 칼럼니스트] 메이저리그 전반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한국시간 10일 월요일이 전반기 마지막 일정이다. 각 팀들은 올스타 브레이크가 끝나면 15일부터 후반기에 돌입한다.
후반기가 시작되면 순위 경쟁은 더 본격화된다. 이 과정에서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앞두고 주축 선수를 보강하는 팀과 덜어내는 팀이 나뉜다. 포스트시즌을 향한 정규시즌 제2막이 시작되는 것이다. 여기서 팀들은 이 경쟁에 참여할지를 두고 선택을 해야 한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당연히 경쟁에 참여하는 팀으로 여겨졌다. 지난해 리그 챔피언십시리즈까지 진출한 샌디에이고는 올해 더 높은 목표를 세우고 있었다. 이에 FA 영입과 연장 계약을 통틀어 9억 달러를 넘게 쏟아부었다. 우승 팀에 걸맞은 체급을 키웠다.
적극적인 투자는 곧 우승 도전을 의미한다. 이에 마지막까지 전력 질주를 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올해 샌디에이고는 매우 이례적인 상황에 놓일 수도 있게 됐다.
샌디에이고는 5월 13일 LA 다저스와의 시리즈 첫 경기를 패했다. 그러면서 5할 승률이 무너졌다(19승20패). 가까스로 5연패를 끊었지만, 이내 4연패를 당하는 등 좀처럼 분위기가 올라오지 않았다. 같은 기간 지구 내 순위도 4위까지 추락했다.
샌디에이고는 6월 들어 힘을 내면서 5할 승률 복귀를 눈앞에 뒀다. 그러나 그때마다 패하면서 5할 승률 아래를 맴돌았다. 다저스와 지구 선두 싸움을 할 줄 알았는데, 시즌 중반까지 5할 싸움을 하고 있었다.
최근 샌디에이고는 실망스러운 행보에 정점을 찍고 있다. 전력상 우위였던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3연전을 1승2패로 패하더니,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원정 3연전은 모두 내줬다. 그리고 오늘 신시내티 레즈에게 연장 11회 접전 끝에 역전패를 당했다. 6연패는 이번 시즌 샌디에이고 최장 연패 기록이다. 시즌 37승45패로 5할 승률도 어느새 8승이 멀어졌다.
선두 경쟁은 언감생심이다. 지구 선두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무려 11경기 반 차이다. 3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도 쫓아가기가 쉽지 않다(9경기 차이). 오히려 최하위 콜로라도 로키스의 추격을 걱정해야 한다(5경기 차이). 리그당 세 장이 주어지는 와일드카드도 리그 11위에 불과한 샌디에이고가 당장 희망을 가지기는 어렵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샌디에이고가 이번 트레이드 마감시한에 선수를 사들이는 '바이어'가 될지 의문이다. 현지에서도 샌디에이고의 노선은 해당 시점 성적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 애슬레틱'은 각 팀들이 트레이드 마감시한에 어떻게 나설지 예측하면서 바이어와 셀러 기준을 5등급으로 분류했다. 1등급 확실한 바이어, 2등급 바이어, 3등급 중립, 4등급 셀러, 5등급 확실한 셀러다. 샌디에이고는 3등급 중립에 포함됐다.
사실 샌디에이고는 바이어를 선언해도 대형 트레이드를 추진하는 건 힘들다. 이미 지난해 후안 소토를 데려오면서 핵심 유망주들을 내보냈다. 개막 전 팜 랭킹도 전체 23위에 그쳤다. 유격수 잭슨 메릴과 이번 시즌 주가를 높인 포수 이단 살라스는 미래를 위해 지켜야 할 유망주들이다. 이들을 배제하면 상대 구미를 당길만한 유망주들이 적기 때문에 카드를 맞추기가 애매하다. 즉 샌디에이고가 선수들을 데려와도 포스트시즌 경쟁은 지금의 주축 선수들이 중심에 서야 한다. 이들의 활약이 없으면, 샌디에이고의 가을도 없다.
만약 샌디에이고가 셀러가 되면 일은 복잡해진다. 선수를 판매하는 셀러는 이번 시즌을 포기한다는 뜻이다. 야심차게 준비한 시즌이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이 사태는 수뇌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수뇌부가 바뀌면 팀은 크게 요동친다.
샌디에이고 야구단을 이끄는 수장은 A J 프렐러다. 프렐러는 2014년 8월 단장으로 부임해 2021년 2월 사장으로 승진했다. 구단주들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팀을 좌지우지했고, 오자마자 저스틴 업튼과 맷 켐프, 제임스 실즈, 크렉 킴브럴 등을 영입하는 광폭 행보로 '매드맨'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프렐러는 결과가 시원치 않자 곧바로 선수들을 넘기면서 강도 높은 리빌딩에 착수했다. 중간이 없는, 극과 극을 달리는 폭주가 프렐러의 스타일이었다.
이번 겨울도 마찬가지였다. 잰더 보가츠 11년 계약, 다르빗슈 6년 연장, 매니 마차도 11년 연장, 제이크 크로넨워스 7년 연장 계약을 한 번에 안겨준 건 누가 봐도 무리였다. 향후 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위험한 계약들이었다. 실제로 샌디에이고는 이 선수들을 장기 계약으로 묶어두면서 올해 쉬어가더라도 내년에 다시 우승 경쟁을 해야 한다. 그러면 셀러가 돼도 무턱대고 선수를 팔 수 없다. 심지어 샌디에이고는 팔 수 있는 선수도 많지 않다.
기대가 높았던 시즌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진퇴양난에 빠졌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이 커지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어떠한 결정을 내려도 상당한 부담을 떠안을 것이다. 누군가의 공을 기리기보다 누군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위태로운 샌디에이고 앞날에 극적인 반전은 일어날까. 전례를 돌이켜보면 극적인 반전은 그만큼의 충격 요법이 있을 때 따라왔다. 이러한 충격 요법은 프렐러의 전문 분야였다. 그래서 모두가 또 한 번 프렐러의 결단을 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프렐러를 향한 시선 역시 곱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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