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위권 걸러내는 킬러 문항, 당장 없애면 안 돼? [The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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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킬러문항’(초고난도 문제)을 올해 수능에서 빼라고 지시한 지 보름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수능을 출제하는 한국교육평가원장은 사퇴했고, 교육부는 감사를 받았습니다. 대형 입시학원들은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았고요. 물론 가장 혼란을 겪은 이들은 수능을 150일 남겨둔 수험생, 학부모, 교사들이겠죠. 왜 몇 개의 킬러문항 때문에 모두 난리가 난 걸까요? 그러면 킬러문항은 가만히 둬야 할까요? 김민제 교육부 담당 기자에게 물었습니다.
[The 1] 킬러문항이 뭔가요?
김민제 기자: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6일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하면서 킬러문항이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기준에 맞는 킬러문항들도 공개했는데요. 최근 3년 치 수능과 지난 6월 모의평가 문항 480개 중 26개(국·영·수 22개)가 킬러문항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그 뒤에 이 장관이 “기준이 따로 없다”고 모호한 답변을 하기도 했습니다.
학교와 사교육 시장과 같은 교육현장에서 생각하는 킬러문항 정의는 좀 다릅니다. 교육부의 설명처럼 문항이 교육과정 안에서 출제됐냐 아니냐도 중요하지만, 시간을 꽤 들어야 하는 최상위 문제여야 한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틀리라고 만든 문제”라는 것이죠. 정답률이 2% 정도에 불과한 문제들이니, 대다수 학생이 그리 받아들일 수 있겠죠.
[The 2] 왜 하필 지금인가요? 올해 발표하더라도 내년부터 적용하면 되잖아요.
김민제 기자: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입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미 지난 3월에 ‘수능 공정성’을 확보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었다고 설명합니다. 킬러문항 배제란 원칙을 제시했단 것이죠. 평가원도 그 기조에 따라 킬러문항 없이 수능 변별력을 갖추겠다고 밝혀왔는데요. 이번에 윤 대통령이 다시 한 번 더 강력하게 이 원칙을 강조하면서 이 난리가 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현행 고등교육법은 교육부 장관이 수능의 출제 원칙·형식 등을 4년 전에 공표해야 한다고 정해두고 있습니다. 교육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인데요. 킬러문항 배제가 출제 원칙·형식에 해당한다면 이번 교육부의 발표는 법을 어긴 게 될 수도 있습니다.
[The 3] 킬러문항이 의대 같은 곳을 지망하는 최상위권만 풀 수 있는 문제이긴 하잖아요. 그러면 없애는 게 맞는 거 아닌가요?
김민제 기자: 킬러문항이 사교육비 부담을 크게 늘린다는 정부의 설명은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런 면에선 없애는 게 맞죠. 실제 많은 수험생, 학부모, 교사가 킬러문항을 없애야 한단 방향성에는 공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없애더라도 현장에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려면 교육부가 킬러문항이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들이고, 어떤 문항들부터 없애나가야 할지를 좀 더 분명하게 말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그래야 수험생들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입시를 준비해야 할지 알 수 있으니까요.
[The 4] 이번 킬러문항 배제 원칙이 사교육 대책에서 나온거잖아요. 학원들 반응은 어떤가요?
김민제 기자: ‘킬러’라는 말을 광고나 교재에서 급하게 빼는 곳도 있다고는 하는데, 전체적으로 분위기는 차분한 편입니다. ‘일단은 학습 패턴을 급하게 바꿀 필요는 없다.’ ‘난이도 예측을 섣불리하지 말자.’ 이렇게 말하는 곳들도 있고요.
물론 킬러문항이 없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준킬러문항’에 집중하려는 학원들도 있다고 합니다. 교육부가 변별력 확보를 위해 준킬러문항을 좀 더 늘릴 거라고 본 것이죠. 벌써 준킬러문항 대비 설명회를 하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The 5] 준킬러문항은 문제가 아닌가요?
김민제 기자: 사교육시장에선 정답률 30% 정도의 고난도 문제를 준킬러문항이라고 봅니다. 이런 문제이 늘어나면 최상위권이 아닌 상위권, 중위권 학생들이 수능을 더 어렵게 느낄 거란 걱정도 나오죠. 킬러문항 대신 준킬러문항 잡기를 목표로 공부를 해왔는데, 그런 문항이 확 늘어나는 거니까요.
변별력을 다르게 말하면 줄세우기입니다. 몇 십년 동안 우린 줄을 세우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그걸 잘 해내는 게 공정이라고 생각해왔는데요. 정말 교육을 정상화 하고 사교육 시장을 잡겠다면 서열화돼 있는 현재 대학구조를 어떻게게 할 것인지, 청년 일자리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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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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