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여름 맞은 유럽이 '초비상'인 이유는

홍지영 기자 2023. 7. 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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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온난화 속도가 가장 빠른 대륙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이 거의 마무리되고, 하늘길이 막 열리던 무렵, 특파원을 지냈던 파리와 프랑스를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여행 날짜를 6월 마지막 주로 정하면서, 목적지는 자연스레 남프랑스로 결정했습니다. 보랏빛 라벤더를 보기에 딱 좋은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라벤더 산지인 프로방스는 일 년 내내 전 세계 관광객들이 넘치는 곳이지만, 6월 말, 7월 초는 끝없이 펼쳐지는 보랏빛 라벤더가 전 세계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때이기도 합니다. 엄청난 기대를 품고 프로방스에 도착했는데, 라벤더는 이미 보랏빛에서 회색빛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절정기 지난 라벤더.
너무 뜨거웠던 프로방스 포도밭


더위 때문에 프로방스의 라벤더 절정 시기가 최소 10일 정도는 앞당겨졌다고 현지인들은 이야기했습니다. 정말 더워도 너무 더웠습니다. 딱 하루 프로방스의 아름다운 마을들을 걸어서 구경하고는 일행 모두가 지쳐 버렸습니다.

그 뒤 관광은 아침 일찍, 또는 오후 4-5시 이후부터 하고 낮 동안에는 숙소에서 쉬는 것으로 일정을 변경해야 했습니다. 지난해 유럽 대륙은 관측 사상 가장 더운 여름을 기록했습니다.

최고 기온 기록한 지난해 유럽, 더위로 1만 6천 명 숨져

전 세계 기온이 해마다 올라가고 있지만, 특히 유럽이 지구 온난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대륙으로 꼽혔습니다.

세계기상기구, WMO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800년대 중반 이후부터 지난해까지 세계 평균 기온은 1.2도 상승했는데, 유럽은 같은 시기에 2.3도가 올랐습니다. 특히 지난해 유럽 대륙은 남쪽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은 물론 비교적 시원했던 영국과 프랑스, 독일까지도 가장 더운 여름을 기록했습니다.

이 더위로 유럽에서는 지난해 1만 6천 명 이상이 숨졌습니다. 때문에 올해 6월에도 심상치 않은 온도를 기록하고 있는 유럽에서 언론들은 벌써부터 공포 섞인 기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6월 전 세계 기온이 이미 사상 최고를 기록한 만큼 지난해 기록을 경신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전 세계 평균 기온은 지난 1979년 이후 최고의 6월 기온을 기록했다고 가디언지는 덧붙였습니다.

스페인, 폭염 때 근로자 노동시간 조정



유럽에서 지구 온난화의 최전선에 있는 나라는 남쪽의 스페인입니다. 스페인에서도 남부 안달루시안 지방은 지난 6월 26일에 44도를 넘어서 올해 첫 폭염 경보가 발령됐고, 북쪽인 수도 마드리드도 38도를 넘어섰습니다.

안달루시안 지방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근로자들의 일사병을 피하기 위해 작업 시간을 조정했습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 반까지 일하던 것을 오전 7시부터 오후 2시 반으로 한 시간 앞당겼습니다.

지난해 스페인에서는 근로자 여러 명이 일사병으로 숨졌던 만큼 올해는 대책을 찾느라 분주한 모습입니다. 스페인 기상청은 10년 동안 스페인의 폭염 발생 빈도가 3배 늘었고, 1980년대 이후 10년 단위로 여름이 10일씩 길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프랑스, 혁명기념일 불꽃놀이 금지

2003년 폭염으로 1만 5천 명의 노인들이 목숨을 잃었던 프랑스는 그 뒤 요양원 등 노인 시설을 중심으로 냉방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갖췄습니다.

기자의 특파원 시절에는 에어컨이 없는 건물이나 가정집이 많았고, 여름에도 아이스커피를 파는 가게가 거의 없었을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견딜 만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일찍 찾아온 폭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갖가지 대책이 나오고 있습니다.

프랑스 혁명기념일 불꽃놀이


가장 눈에 띄는 조치는 프랑스 최대 국경일인 혁명기념일(7월 14일) 불꽃놀이 금지 조치입니다. 7월 14일 불꽃놀이는 파리는 물론이고 지방 도시에서도 중심가 광장이나, 바닷가 등지에서 일 년 중 가장 성대하게 펼쳐지는 행사입니다.

특파원 시절에도 에펠탑 위에서 펼쳐지는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몇 시간 전부터 자리를 깔고 간단한 저녁거리를 준비해 가서 먹으며 기다린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불꽃이 대형 화재로 번질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프랑스 몇몇 도시들에 불꽃놀이 금지령이 내려진 겁니다.

프랑스 보르도 인근에서 난 산불 (사진=프랑스 지롱드 지역 소방대 제공, 연합뉴스)


실제로 지난해 7월, 보르도 남부 소나무숲에서 시작된 대형 산불로 17,000 헥타르의 숲이 소실됐는데, 다행히 포도밭의 피해는 크지 않았지만 연기와 열 등으로 포도주 품질을 보장할 수 없다는 기사도 나왔습니다. ▶관련기사

불꽃놀이는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그동안 금지됐다가, 지난해부터 다시 시작됐는데 올해 특수를 노렸던 업계 관계자들은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프랑스, 냉방 온도 26도 놓고 논란

프랑스 파리 에펠탑 옆 분수에서 사람들이 더위를 식히는 모습 (AP=연합뉴스)

또 다른 대책은 실내 냉방 온도 26도를 유지하라는 지침입니다. 문을 닫고 실내 냉방은 26도까지만 해야 한다는 지침에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상인들의 불만이 큽니다.

특히 빵집을 비롯한 식료품 가게들은 상품의 변질까지 신경 써야 한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또한 지하철 이용객들과 기차를 타고 장거리 여행을 하는 여행객들도 불만을 표시하고 있지만 프랑스 정부는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거리 곳곳에 분수와, 물 분사기를 설치한다는 대책들도 나왔습니다. 이는 2024년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파리시의 중점 사업이기도 합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홍지영 기자 scarle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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