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왜곡을 하셔서 묻겠다” 이재명, 재판서 또 설전 [주말엔]
"증인, 자꾸 사실과 다르게 왜곡해서 그런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증인에게 질문했습니다. 증인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시 예산법무과장 등을 지낸 A 씨였습니다.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강규태) 심리로 열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8차 공판에서 A 씨와 이재명 대표는 설전을 벌였습니다.
이 대표와 A 씨는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 1처장과 동행한 호주 출장에 대한 공개 여부부터 이재명 당시 시장에 대한 업무 보고,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성남시 정책비서관 시절 책상 위치까지 사사건건 부딪쳤습니다.
이 대표는 지난 4월에 열린 3차 공판 때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과 설전을 벌였고, 지난달 7차 공판 때에는 문자메시지 공개와 관련해 검사와도 직접 다퉜습니다.
■"보안유지 지시" vs "그런 기억 없어"
이 대표가 변호인을 거치지 않고 직접 A 씨에게 질문을 시작한 건 2015년 호주 출장 관련 증언이 나온 이후였습니다.
"웬만하면 안 하려고 했는데..."로 말문을 연 이 대표는 호주 출장에 대해 출장 직후 언론 등에 발표하라는 지시를 하지 않았느냐고 물었고, A 씨는 "알리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이 대표가 "일정이 비밀일 수 있냐?"고 되물었지만, A 씨는 "시장님께서 결재하는 과정에서 보안 유지하라고 지시했잖아요"라고 맞섰습니다.
이에 이 대표는 "그런 기억이 없다"고 하자, A 씨는 "제가 지시를 받고, 실무자한테 보안 유지하라고 지시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진상 지시로 김문기 동행...이재명 뜻으로 파악"
이 대표가 직접 질문을 하기 전, A 씨는 김문기 처장과 이 대표가 동행한 호주 출장의 준비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준비 과정에서 출장 명단에 김문기 처장이 포함됐는데, A 씨는 "정진상 실장으로부터 직접 연락을 받아서 처리했다"고 말했습니다.
"평소 이재명 대표 지시로 이해하고 있는, 정 전 실장 지시로 출장 명단을 변경했냐?'는 검사 질문에 A 씨는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정 전 실장 요구를 이 대표 뜻으로 생각한 이유가 뭔가?"라는 검사의 추가 질문에 A 씨는 "정 전 실장이 직접 우리에게 지시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재명에게 보고"...이재명 "왜 기록이 없냐?"
A 씨는 바뀐 출장 명단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취지로 증언했습니다.
A 씨는 "시장을 모시고 가는 공무 국외 여행의 참석자가 바뀌면 통상적으로 보고한다"면서 "하다 못해 '쪽지 보고'라도 했을 것이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이 대표는 대선 기간 방송에 나와 "김문기 처장을 몰랐다"고 말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대표 측근인 정 전 실장 지시로 김문기 처장이 출장 인원에 포함됐고, 이 같은 사실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당시 담당 공무원이 증언한 겁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검찰이 전부 압수수색을 해서 (보고 내용이) 남아있다"면서 "보고 기록이 왜 없냐? 기록이 없으면 보고를 안 한 거 아니냐?"고 따졌습니다.
■계속된 공방, 증인이 그림까지 그려
이 대표와 A 씨 사이 공방은 이 대표가 참석한 8차 공판 전반부 내내 계속됐습니다.
A 씨는 자신은 주로 대면 보고를 했다고 주장했고, 이 대표는 "증인이 '아, 내가 대면해야지'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고 반박했습니다.
또한, A 씨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담당 공무원을 거치지 않고 이 대표에게 직보했다고 말했는데, 이 대표는 "본인의 생각일 뿐이다"면서 따졌고, "추측이다"는 취지의 답변을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정 전 실장이 성남시 정책비서관 시절, 사무실 책상 위치도 쟁점이 됐습니다.
A 씨가 정 전 실장이 '별도 공간'에 있었다고 말하자, 이 대표는 정 전 실장 자리가 비서실과 따로 있었을 뿐 다른 부서 공무원들 책상과 붙어있었다고 맞섰습니다.
"당시 사무실 구조를 그려달라"는 재판부 부탁에 A 씨는 당시 성남시청 사무실을 그렸고, 재판부에 제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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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기자 (hojoon.l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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