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세어라 금순아’를 모르더라도 [편집인의 원픽]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 찬 흥남부두에/ 목을 놓아 불러 봤다 찾아를 보았다/ 금순아 어디로 가고 길을 잃고 헤매였더냐/ 피눈물을 흘리면서 일 사 이후 나 홀로 왔다’ 이렇게 시작하는 노래 ‘굳세어라 금순아’를 흥얼거릴 수 있다면 당신은 베이비붐 세대일 공산이 크다. 1950년대 가수 현인이 부른 이 노래는 6.25 전쟁 당시 피난 과정에 누이동생을 잃어버린 오빠의 심정을 그렸다. 소설가 복거일은 ‘굳세어라 금순아를 모르는 이들을 위하여’라는 제목의 책을 썼다. 6.25 전쟁의 기원과 주요 전투를 다루고 있는데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에 전쟁의 교훈을 알리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그는 “영웅적인 작전과 피난민들의 비극과 그들을 하나라도 더 구출하려 애쓴 사람들을 기억하는 일은 나이 든 세대의 몫으로 남았다”고 썼다.
◆“낙동강 전투 없었다면 인천상륙작전 없어”
6·25 전쟁에 참전한 유엔군은 연인원 기준으로 195만7616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미군이 178만9000명으로 가장 많다. 대개 한국이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 어떻게 전쟁이 났는지 알지 못한채 전장에 투입됐다. 참혹한 전쟁을 치른 이들에게는 고향으로 돌아간 뒤에도 깊은 상흔이 남았다. 19살에 미 해병 7연대 소속으로 인천에 도착한 살바토레 스칼라토는 세계일보 기자와 인터뷰에서 잊을 수 없는 순간을 전했다. 전쟁 중 어느 마을에서 손이 잘려나간 소년을 만나 의료 시설이 있는 보육원으로 데려갔다고 한다. “꼬마가 (남은)팔로 제 목을 꼭 감싸 안았다. 그리고 고통스러워서 비명을 질렀다. 소년을 의사에게 맡긴 뒤 보육원을 나섰다가 주머니에 소년의 (잘린) 손이 있다는 걸 알고 다시 돌아갔는데 이미 소년은 숨진 상태였다. 벙커에 돌아와 한참을 울었다. 내가 이 나라에 싸우러 온 이유는 소년, 소녀들을 구하기 위해서라는 생각을 했다. 그때부터 나의 (전투에 임하는)태도가 바뀌었다.”
복거일 책에는 황초령 아래 얼어죽은 소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1해병연대 1대대 소속이었던 윌리엄 홉킨스 대위의 회고다. 중공군에 쫓겨 피난민들이 달아나던 와중에 어떤 남매가 손을 잡고 길을 가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조금 있다가 소녀 혼자 추위에 떨면서 오빠를 찾아 길을 거슬러 왔는데 눈 속에 넘어지더니 일어서지 못했다. 홉킨스 대위는 소녀를 벙커 안으로 데려와 뜨거운 차와 C레이션(전투식량)을 줘서 원기를 차리게했지만 후위 작전을 맡은 부대 소속이라 소녀를 데리고 있을 처지가 못되었다. 안타깝지만 소녀에게 다시 길을 따라 내려가라고 했는데, 그는 다음날 황초령 아래 도로 옆에서 소녀의 주검을 보았다.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샘 워커 2세를 인터뷰한 이유는.
“인터뷰를 준비, 진행하면서 6.25 전쟁의 결정적인 순간과 한·미동맹 역사와 의미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워커 2세와 그 가족이라고 생각했다.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과 인천상륙작전은 한국에 잘 알려져 있지만, 인천상륙작전을 가능하게 한 6.25전쟁의 결정적 순간인 낙동강 방어선 전투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낙동강 방어선 전투를 지휘한 워커 장군의 업적과 그 아들 샘 워커 장군, 샘 워커 2세의 한국
복무까지 이어지는 역사가 한·미동맹 70주년의 의미를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워커 2세가 인터뷰에서 각별히 밝힌 소회가 있다면.
“그는 줄곧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한국에서의 군 복무와 한국에 대한 존경과 희생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서 감사하다고 수차례 말했다. 한국에 워커 장군의 이름을 딴 워커힐 호텔이나 관련한 기념 행사에 초대를 받았던 기억들을 소중하고 뜻깊게 생각하고 있었다. 샘 워커 2세는 한국에서는 워커 장군의 낙동강 방어선 전투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그렇지 않은 데 대해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6.25 전쟁이 ‘잊혀진 전쟁’으로 불리는데.
“참전 용사들에 그런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 물어봤다. 워커 2세는 동의한다고 말했고, 참전 용사 살바토레 스칼라토 역시 그렇다고 말했다. 그 원인은 미국에서 6.25 전쟁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인식이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답변은 미 워싱턴 링컨기념관 인근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에서 열린 6·25전쟁 73주년 기념행사에서 만난 주한미군사령관 출신 존 틸럴리 한국전참전용사기념재단(KWVMF) 이사장이 “많은 미국인이 6·25전쟁을 기억한다. 잊힌 전쟁이 아니라 ‘기억된 승리’다”라고 답한 것이다.”
샘 워커 2세 “한·미, 피로 지킨 낙동강 방어선… 동맹의 초석” [심층기획-한·미동맹 70주년]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625513042
19세 때 ‘6·25 참전 美 노병’ 스칼라토·버턴 "한국에 감사" [심층기획-한·미동맹 70주년]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625513026
尹 “한·미동맹으로 성장·번영… 미래세대에 가치 알려야” [심층기획-한·미동맹 70주년]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625513124
빗줄기에도 참배객 줄이어… “자유 위한 희생에 먹먹” [심층기획-한·미동맹 70주년]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625513104
핏빛 전쟁터서 ‘100회 출격’ 공군 장군… 포로들 돌본 美 사제 [심층기획-한·미동맹 70주년]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626519803
“공비 토벌 무용담 들려주던 형님 모습 눈에 선해” [심층기획-한·미동맹 7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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