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귀공자’ 박훈정 감독 “대안 없던 김선호, 잘한 선택이었다”
“‘신세계’ ‘마녀’ 후속? 나의 밀린 숙제”
영화 ‘귀공자’는 필리핀 불법 경기장을 전전하는 복싱 선수 마르코(강태주 분) 앞에 정체불명의 남자 귀공자(김선호 분)를 비롯한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세력들이 나타나 광기의 추격을 펼치는 이야기를 담았다.
‘귀공자’는 당초 ‘슬픈 열대’로 알려졌으나, 제목을 변경해 대중과 만나게 됐다.
이에 대해 박훈정 감독은 “처음에는 ‘슬픈 열대’라는 제목처럼 굉장히 슬펐다. 내용적인 부분도 있지만, ‘귀공자’의 로그 라인을 보면 마르코 입장에서는 잔혹한 이야기다. 엔딩도 원래는 훨씬 슬프고 무거운 이야기였다. 지금도 최대한 밝게 끝내려고 했지만 먹먹한 게 있지 않나. 찍으면서 점점 분위기가 밝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촬영하다 보니 제가 계산했던 것에서 벗어났다. 그때 연출자로서 판단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이 방향으로 갈지, 아니면 다시 잡아서 갈지를 선택해야 했다. 이 방향으로 가면 더 나을 수 있을 것 같았고, 어떤 새로운 부분이 보였다. 그래서 배우들에게 한번 제대로 놀아보자고 해서 그렇게 가게 됐다”며 제목과 분위기가 바뀌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귀공자’의 코미디에 대해서도 “시나리오에도 그런 요소가 있지만, 배우들과 함께하면서 훨씬 웃기고 밝은 부분이 더 많아졌다. 이렇게까지 웃기려고 한 건 아니었다”며 너스레를 떤 뒤 “극 중 환율 관련 대사도 시나리오에 있는 건데 배우가 그렇게 자연스럽게 살린 거다. 저는 연출할 때 어떤 선을 넘지 않으면 배우들이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귀공자’는 캐릭터물이죠. 각 캐릭터를 만드는 게 중요했어요. 물론 액션신도 신경을 썼고요. 캐릭터들을 구축하는 게 가장 힘들었죠. 그래도 배우들이 생각보다 훨씬 잘해줘서 예상했던 것보다 잘 나왔다고 생각해요. 배우들에게 믿고 맡겼는데 다들 잘해줬죠.”
그는 “고민은 됐지만, 대안이 없었다. 이 캐릭터에 김선호 말고 다른 배우가 생각이 안 났다. 그냥 가든지, 영화를 세우든지 해야 했다. 그때 이슈가 롤러코스터 타듯이 확 바뀌었다. 본인에게 의견을 물어봤고 ‘고’를 했다. 작업 과정에서 보니 배우로서 능력이 좋은 친구였고,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선호는 연극을 오래 해서 기본기가 좋다. 베이스가 좋으니까 유연하다. 그리고 연출하다 보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빈공간이 생기는데, 좋은 배우들은 그걸 다 채운다. 김선호도 그런 빈공간을 잘 채우더라. 그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훈정 감독이 발견한 괴물 신인 마르코 역의 강태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강태주는 1980:1의 경쟁률을 뚫고 ‘귀공자’에 탑승했다.
박훈정 감독은 “최종 후보 모두 훌륭했는데, 저한테 필요했던 장점을 강태주가 갖고 있었다. 영어 실력도 플러스 알파다. 그 친구가 연기 갈증이 있었고 절실한 느낌도 있었다. 처음부터 항상 신인을 찾겠다는 건 아니다. 캐릭터와 유사한 이미지를 가진 배우를 고민하다 신인을 뽑게 된 거다. 저는 늘 캐릭터에 잘 어울리는 배우를 찾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태주는 딱 봤을 때 에너지가 많더라. 경력이 짧은데 연기가 베이스가 되어 있고, 외형이 이미지가 제가 생각한 마르코 이미지와 잘 맞았다. 생각 이상으로 똑똑하고 영리한 배우다. 그리고 이해력이 좋다. 배우로서 장점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리고 눈이 좋더라. 눈으로도 표현할 수 있는 게 많고 감성이 풍부하다. 좋은 배우가 될 것 같다”며 애정을 보였다.
박훈정 감독은 ‘귀공자’로 만난 김선호 김강우와 현재 새 영화 ‘폭군’을 작업 중이다.
그는 연이어 함께하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다며 “만족스러워서 함께하자고 제안했고 그것에 대한 걱정은 없다. 저는 좋은 배우라고 생각하고 캐릭터 소화가 가능하다고 생각되면 했던 배우들과 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안 할 이유가 없지 않나”라며 ‘폭군’에 대한 기대를 당부했다.
“‘신세계’나 ‘마녀’ 후속도 해야죠. 저의 숙제예요. ‘신세계’는 그때랑 지금이랑 세상이 많이 달라져서 깡패 영화가 지금 이 시대에 맞나 고민이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밀린 숙제를 해나가야겠죠. 예전에 이정재와 멋있겐 늙어갈 때 시퀄을 하면 어떨까 이야기해본 적은 있는데, 그때는 동의했지만 지금은 모르겠습니다.(웃음) 밀린 숙제들은 차근차근 해나가겠습니다.”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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