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바키나의 2년 연속 우승은 가능할까? [2023 윔블던 여자단식]

박성진 2023. 7. 1.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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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 리바키나 (사진=GettyimagesKorea)

엘레나 리바키나(카자흐스탄)는 다른 선수들에 비한다면 경기 외적인 요소로 더 부각을 받았던 선수다. 러시아 태생, 184cm의 큰 키와 예쁘장한 외모로 리바키나는 제2의 샤라포바라는 호칭이 가장 어울리는 선수임이 분명했다. (리바키나는 2018년 국적을 카자흐스탄으로 바꿨다.) 
하지만 샤라포바가 10대 후반부터 세계 정상권에 올랐던 것과는 달리, 리바키나는 그다지 인상적이라고 할 수 없는 성적을 냈을 뿐이다. 그간 수 많았던 제2의 샤라포바 중 한 명 정도로 인식이 굳혀져갈 때 리바키나는 생애 최초로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들어 올렸다. 그 대회가 바로 작년 윔블던이었다.

작년 윔블던에서 리바키나는 17번 시드를 받았었다. 그런데 올해는 3번 시드다. 해외 전문가들은 올해 그랜드슬램에서 한 차례씩 우승을 나눠 가진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 프랑스오픈 우승), 아리나 사발렌카(벨라루스, 호주오픈 우승)와 함께 리바키나를 이번 윔블던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 3인으로 점치고 있다.

2023 윔블던 시드자 현황 (통산 승률 / 잔디코트 승률(ITF 기준))
01. 이가 시비옹테크 (폴란드) - 80% / 60%
02. 아리나 사발렌카 (벨라루스) - 67% / 62%
03. 엘레나 리바키나 (카자흐스탄) - 69% / 74%
04. 제시카 페굴라 (미국) - 62% / 52%
05. 캐롤라인 가르시아 (프랑스) - 57% / 64%
06. 온스 자베르 (튀니지) - 66% / 77%
07. 코코 가우프 (미국) - 66% / 73%
08. 마리아 사카리 (그리스) - 60% / 60%
09. 페트라 크비토바 (체코) - 69% / 76%
10. 바르보라 크레이치코바 (체코) - 65% / 56%
11. 다리아 카사트키나 (러시아) - 64% / 60%
12. 베로니카 쿠데르메토바 (러시아) - 61% / 63%
13. 베아트리츠 하다드 마이아 (브라질) - 67% / 66%
14. 벨린다 벤치치 (스위스) - 66% / 68%
15. 류드밀라 삼소노바 (러시아) - 62% / 67%
16. 카롤리나 무호바 (체코) - 67% / 61%

작년 윔블던에서의 맹활약과 더불어, 무엇보다 잔디코트에서 강하다는 것이 리바키나의 가장 큰 강점이다. 리바키나는 통산 승률(69%)보다 약 5% 정도 높은 74%의 잔디코트 승률을 기록 중이다. 이는 세계랭킹 톱 10 선수 중 온스 자베르(튀니지, 77%), 페트라 크비토바(체코, 76%) 다음으로 높은 승률이다.

2023 Road to WTA 파이널스 랭킹 TOP 10
01. 아리나 사벨렌카 5675점
02. 이가 시비옹테크 5145점
03. 엘레나 리바키나 4461점
04. 제시카 페굴라 2445점
05. 카롤리나 무호바 2140점
06. 페트라 크비토바 2115점
07. 바르보라 크레이치코바 1921점
08. 코코 가우프 1920점
09. 벨린다 벤치치 1800점
10. 베로니카 쿠데르메토바 1788점
...
15. 온스 자베르 1426점

하지만 올해 성적만을 종합한 로드 투 WTA 파이널스 랭킹을 본다면 자베르(15위)와 크비토바(6위)는 리바키나(3위)에 비해 떨어진다. 무엇보다 랭킹포인트 격차가 매우 크다. 아무리 리바키나가 올해 호주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고 한들, 4위 이하 선수들과의 포인트 격차는 약 2배에 달할 정도다. 되려 그랜드슬램 우승이 없는 리바키나가 시비옹테크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현재까지의 2023 WTA 시즌은 시비옹테크, 사발렌카, 리바키나의 3파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리바키나가 올해 세계 정상권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서브의 위력이 정점에 오른 것이다. 전반적인 서브의 안정성, 그리고 퍼스트 서브와 세컨드 서브를 종합한 서브 랭킹에서는 시비옹테크가 1위를 달리고 있지만, 강한 서브에서 시작하는 한 방만큼은 리바키나가 소위 올해 짱이다. 그리고 강한 서브는 잔디 코트일 때 그 위력이 더욱 강해진다.

2023 서브 에이스 순위
01. 엘레나 리바키나 : 316개
02. 캐롤라인 가르시아 : 266개
03. 아리나 사발렌카 : 231개
04. 베로니카 쿠데르메토바 : 190개
05. 앨리시아 팍스 : 180개
...
10위. 페트라 크비토바 : 153개
24위. 온스 자베르 : 90개
47위. 이가 시비옹테크 : 59개

리바키나의 연간 서브 에이스 순위 변동
2023 : 1위 (현재)
2022 : 2위 (1위 : 캐롤라인 가르시아)
2021 : 4위 (1위 : 카롤리나 플리스코바)
2020 : 1위
2019 : 38위 (1위 : 카롤리나 플리스코바)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리바키나는 2020년부터 뭔가의 깜짝 뉴스를 탄생시켰을 것이다. 서브 에이스 지표를 보면 리바키나는 2020년부터 그녀만의 파워와 코스, 각도를 구현해 낸 서브를 완성시킨 것으로 보인다. 물론 2020년은 코로나19로 인해 표본이 매우 적다. 강력한 서브가 무기로 완성되고, 거기에 이은 경기 운영을 보완하며 리바키나는 세계 정상권으로 점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잔디코트는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조건들이 모두 어울러진 환경이다. 

21세기 윔블던 여자단식 연속 우승
2015~16 : 세레나 윌리엄스
2009~10 : 세레나 윌리엄스
2007~08 : 비너스 윌리엄스
2002~03 : 세레나 윌리엄스
2000~01 : 비너스 윌리엄스

21세기 들어, 윔블던 연속 우승은 윌리엄스 자매에게만 허용됐다. 2000년부터 2022년까지 총 22번(2020년 미개최 제외)의 우승 중 윌리엄스 자매가 차지한 타이틀은 전체 12개다. 페트라 크비토바는 2번 우승했지만, 연속 우승은 아니었다(2011, 2014).

올해 상반기의 상승세, 본인에게 유리한 코트 환경까지, 리바키나는 2016 세레나 윌리엄스 이후 오랜만에 윔블던 연속 우승에 도전할 기회를 잡았다. 다만 본인에게 유독 강한 베아트리츠 하다드 마이아(브라질)가 대진표 같은 블록에 들어왔다는 점은 리바키나가 조금 더 일찌감치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리바키나와는 달리, 시비옹테크와 사발렌카는 잔디 코트 성적이 뛰어나지 않다. 프랑스오픈에서 완벽한 경기력으로 정상에 올랐던 시비옹테크는 잔디 코트 승률이 60%로 급락한다. 작년 프랑스오픈 우승을 포함, 37연승을 달리던 시비옹테크였지만 그 행진이 중단된 대회는 잔디코트 윔블던이었다. 37연승 중 잔디코트는 단 2승 뿐이었다(하드코트 19승, 클레이코트 16승).

시비옹테크의 역대 윔블던
2022년 : 3회전
2021년 : 4회전
2019년 : 1회전
통산 윔블던 경기 성적 : 5승 3패(63%)
※ 통산 그랜드슬램 경기 성적 : 61승 13패 (81%)

프랑스오픈 이후 잠시 휴식을 취하던 시비옹테크는 이번 주 독일에서 열리고 있는 바트홈부르크오픈(WTA250)에 출전했다. 프랑스오픈 이후, 유일한 잔디코트 대회 출전이었다. 4강까지 오르면서 예열을 마쳤고, 이후 경기는 기권하며 윔블던에 대비하는 인상을 남겼다. 경쟁 선수들이 잔디 코트 적응으로 바쁜 6월을 보낸 대신 시비옹테크는 철저한 휴식 후 간단한 적응만을 마쳤을 뿐이다.

시비옹테크를 우승 후보 1순위로 선정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올해 프랑스오픈에서 보인 압도적인 경기력 때문이다. 상대 선수에게 좀처럼 여유를 허용하 않으며 시비옹테크는 압승을 거뒀다. 2022년 상반기에 보여줬던 절정의 경기력이 프랑스오픈에서도 재현됐다. 잔디 코트 승률이 떨어진다고는 하나, 표본은 하드코트, 클레이코트에 비하면 적다.

다만 서브 앤 발리 형태의 전술이 더욱 효과적인 잔디코트인데 시비옹테크는 서브보다는 경기 운영이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베이스라인에서의 빠른 발이 장점인 시비옹테크인데, 잔디코트는 분명 시비옹테크가 선호할만한 환경은 아니다. 여자 흙신, 여자 나달이라는 소리는 듣고 있지만, 시비옹테크가 여자 페더러, 여자 조코비치라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이번 잔디코트 그랜드슬램에서 그동안과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사발렌카의 역대 윔블던
2022 : 불참
2021 : 4강
2020 : (미개최)
2019 : 1회전
2018 : 1회전
2017 : 2회전

시비옹테크보다 가능성이 더 높은 선수는 오히려 사발렌카일 수도 있다. 최근 세 번의 그랜드슬램에서 모두 4강 이상 진출하며 탄탄함을 보이고 있는 사발렌카는 올해 가장 뚜렷한 실적을 보이고 있음은 분명하다. 더군다나 시비옹테크(-20%)에 비한다면 통산 승률 대비 잔디코트 승률 하락 폭(-5%)이 그다지 크지 않다. 사발렌카의 경기 스타일은 무대가 잔디코트일지라도 결정적인 요인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발렌카는 작년 윔블던에서 결장했다. 직전의 방식으로는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고, 대회에 출전하는 대신 강도 높은 훈련을 병행하며 타도 시비옹테크를 외치며 실력을 업그레이드했다. 그 결과 2022 US오픈부터 세 대회 연속 그랜드슬램 4강 진출의 결과물은 내고 있다. 

사발렌카의 공격력, 특히 강력한 포핸드 한 방 만큼은 끝내준다. 직선적인 대결에서는 사발렌카는 분명 비교 우위가 있다. 하지만 직선이 풀리지 않았을 때는 전개 과정의 어려움이 뚜렷했다. 상대적으로 스타일이 단순한만큼 경쟁 선수들은 사발렌카 공략법을 익히 알고 있다. 일반 하드코트와는 달리 변수 발생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더 큰 잔디코트에서의 경기는 사발렌카에게 딱히 큰 플러스 요인이 되지 않는다. 

2022 윔블던 여자단식 TOP 8
우승 : 엘레나 리바키나 (17번 시드)
준우승 : 온스 자베르 (3번 시드)
4강 : 시모나 할렙, 타티아나 마리아
8강 : 아일라 톰야노비치, 아만다 아니시모바, 마리 보즈코바, 율레 니마이어

윔블던 여자단식 최근 5년 우승 / 준우승
2022 : 엘레나 리바키나 / 온스 자베르
2021 : 애슐레이 바티(은퇴) / 카롤리나 플리스코바
2020 : (미개최)
2019 : 시모나 할렙 / 세레나 윌리엄스
2018 : 앙헬리크 케르베르 / 세레나 윌리엄스

주목해야 할 선수 or 매치들
1) 비너스 vs 스비톨리나
6월 30일, 본선 대진이 발표된 가운데 흥미로운 매치업이 성사됐다. 와일드카드의 두 선수, 비너스 윌리엄스와 엘리나 스비톨리나가 1회전에서 맞붙는다. 통산 5회 윔블던 타이틀을 획득했던 비너스 윌리엄스는 올해 1월 당한 햄스트링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비너스의 복귀 첫 그랜드슬램 상대는 유독 비너스에게 강했던 스비톨리나로 결정됐다.

스비톨리나는 출산 복귀 이후, 스트라스부르오픈에서 우승, 프랑스오픈에서 8강까지 오르며 여전한 기량을 자랑하고 있다. 세계랭킹은 순식간에 75위까지 수복했다. 과거 명성만 놓고 본다면 비너스가 우세해야 하나, 스비톨리나는 비너스에게 역대 3승 1패 상대 전적을 기록 중이다. 특히 스비톨리나가 세계 정상권으로 발돋움한 2017년 이후에는, 단 한 번도 비너스에게 패하지 않았다. 2019년 롤랑가로스, US오픈 등 두 번의 그랜드슬램에서도 모두 승자는 스비톨리나였다.

WTA 무대를 주름 잡았던 왕언니들의 맞대결은 누가 이기던 이번 윔블던 1회전 가장 큰 이슈가 될 전망이다.

2) 사발렌카 vs 무호바 (4회전 진출 시)
지난 롤랑가로스에서 깜짝 스타로 맹활약하며 준우승까지 차지했던 카롤리나 무호바는 이번 대회 시드까지 획득했다. 지난 롤랑가로스에서 무호바가 더욱 눈에 띄었던 이유는 남녀단식 유일한 비시드자 결승진출자였기 때문이었다. 무호바는 이번 대회 비시드자들의 도전을 받는 입장이 됐다. 그런데 대진표 같은 블럭에 흥미로운 이름이 속해 있다. 아리나 사발렌카다.
사발렌카는 프랑스오픈 준결승에서 무호바에 패하며 탈락했다. 3세트에서는 믿기 힘든 역전패를 당했다. 그랜드슬램 4강은 나쁜 성적이 전혀 아니다. 그렇지만 사발렌카는 두 대회 연속 그랜드슬램 결승 진출의 기회를 무호바에 가로 막히며 접어야 하고 말았다. 
두 선수 모두 4회전까지 진출한다면 둘의 맞대결이 성사될 수 있다. 사발렌카 입장에서는 복수할 기회를 일찌감치 잡아낼 수 있는 것이다.

3) 크비토바, 자베르
해외 베팅 전문 사이트 BET365에서는 크비토바의 우승 배당율을 4위로 책정했다. 이제 33살이 된 베테랑이지만, 윔블던 2회 우승 경력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크비토바는 약 100전에 가까운 잔디코트 경기 전적을 갖고 있다. 표본이 충분하다는 것으로 본인의 통산 승률보다 훨씬 높은 잔디코트 승률은 허수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 끝난 베트1오픈에서도 우승하며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통산 31번의 투어 우승 중 잔디코트 우승은 6회다.
또 하나 무시할 수 없는 선수는 자베르다. 자베르는 랠리 초반에 유독 강하다. 긴 랠리 대신 짧은 랠리에서 득점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 자베르에게 서브 앤 발리 전술이 유리한 잔디코트 윔블던은 또 하나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8강, 2022년 결승 등 최근 윔블던에서 계속해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 것 역시 자베르에게 유리한 점 중 하나다. 
다만 크비토바와 자베르는 대진표 같은 블럭에 속해 있다. 둘이 계속 승리해도 16강에서 만나 둘 중에 하나는 무조건 탈락하는 대진표가 완성됐다.

BET365 우승 배당율 (6월 30일 기준)
01. 이가 시비옹테크 3.50
02. 엘레나 리바키나 4.75
03. 아리나 사발렌카 6.00
04. 페트라 크비토바 13.00
05. 코코 가우프 15.00
06. 온스 자베르 17.00
07. 도나 베키치 21.00
08. 카롤리나 무호바 23.00
09. 다리아 카사트키나 29.00
09. 바르보라 크레이치코바 29.00
09. 베로니카 쿠데르메토바 29.00
09. 엘레나 오스타펜코 29.00
...
미라 안드레바 51.00
젱친웬 67.00
엘리나 스비톨리나 201.00
비너스 윌리엄스 501.00 (최하위)

글= 박성진 기자(alfonso@mediaw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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