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에서나 보던 홈런, KIA에도 있다… 나성범 신체능력 건재하다, KIA 걱정 덜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나성범(34‧KIA)은 KBO리그 타자 중 가장 균형 잡힌 몸이라는 ‘극찬’을 받는다. 몸에 힘도 있고, 스피드도 있다. 철저한 자기 관리와 체계적인 트레이닝이 오랜 기간 쌓인 덕이다. 단기간에 만들어낼 수 있는 몸이 아니다.
나성범의 진가도 그런 몸에서 나온다. 나성범은 높은 클래스의 기량을 꾸준하게 발휘하는 선수다. 2019년 시즌 대부분을 앗아간 주루 도중의 무릎 부상을 제외하면, 경력 내내 이렇다 할 큰 부상이 없었다. 나성범은 전 경기 출전 기록만 다섯 시즌(2015‧2016‧2018‧2021‧2022)에 이르는 대표적인 철인이다. 꾸준한 기량에 건강하니 현장에서 가장 선호할 만한 선수다.
그런데 그런 나성범이 당황스러운 전반기를 보냈다. 시즌 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한 나성범은 오른쪽 종아리에 통증을 느꼈다. 조금 쉬고 다시 훈련을 하면 될 것 같았는데 통증이 계속됐다. 결국 종아리 근육에 손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당초 8주 정도 결장이 예고됐는데, 복귀 시점이 계속 밀렸다. 결국 6월 23일에야 1군 무대에 돌아올 수 있었다.
많은 이들이 우려한 건 올해 빠진 경기 수가 아닌, 이 부상이 고질병으로 나성범을 괴롭히지 않을까였다. 나성범은 지난해 KIA와 6년 총액 150억 원에 계약했다. 계약 기간이 올해를 포함해 5년이 남아있었다. 수비도 뛰어야 하는 선수인 만큼 종아리는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나성범의 나이도 어느덧 30대 중반. 이 부상이 ‘철강왕’의 경력을 무너뜨리는 단초가 되지 않을지 걱정한 것이다.
하지만 나성범은 여전히 건재한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음이 확인됐다. 부상 기간 중 더 철저하게 몸 관리를 했고, 건강하게 돌아왔다. 6월 30일 잠실 LG전에서 터진 홈런이 이를 멋지게 증명하고 있었다.
3회 적시타를 치며 기분 좋게 경기를 출발한 나성범은 팀이 2-1로 앞선 5회 1사 1루에서 상대 선발 케이시 켈리의 커브를 받아쳤다. 존 위에서 스트라이크존으로 떨어지는 높은 커브였는데 나성범이 이를 기다리고 있다는 듯 힘껏 스윙을 돌렸다. 정확한 타이밍에 맞은 공은 잠실구장 우측 관중석 상단을 로켓처럼 직격했다.
조금만 더 날아갔으면 장외로 공이 넘어갈 뻔했다.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 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집계에 따르면, 올 시즌 KBO리그에서도 순위권에 남을 만한 숫자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타구 속도와 비거리 모두 상위권이었다.
이 홈런의 타구 속도는 시속 177.1㎞가 찍혔고, 6.21초를 날아가 무려 136.8m를 날았다. 워낙 빠른 타구에 발사각(33.6도)이 잘 조합된 결과 큼지막한 비거리를 만든 것이다. 마일로 환산하면 약 110마일, 비거리는 약 449피트인데 메이저리그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조합의 홈런이 아니다.
비록 이날 팀은 9회 4-5 끝내기 패배를 당하며 나성범의 홈런이 묻혔지만, 어쨌든 복귀 후 정상적인 몸 상태와 타격을 보여준다는 건 반등이 시급한 KIA로서는 긍정적인 일이다. 나성범은 5경기에서 타율 0.333, 2홈런, 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178을 기록 중이다. 표본이 적기는 하지만 아직 실전 감각이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거둔 성적이라는 점은 의미가 있다.
상위 타선이 기회를 만들면, 나성범이 해결하는 공식도 어렴풋이 보이고 있다. KIA는 김도영 최원준의 합류로 기존 박찬호와 더불어 에너지가 있는 선수들이 모였다. 발 빠른 주자들이 누상에 있는 상황에서 나성범의 존재 자체가 상대 마운드로서는 거북할 수밖에 없다. 나성범이 경기의 모든 찬스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차이가 있다. 우측에서의 강한 송구 능력이 추가된 것도 반가운 요소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