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내 차례…‘채권 돌려막기’ 조사에 증권가 긴장고조
조사 대상 증권사 속속 늘려나가는 금감원
업계 전반으로 조사 확대될 듯
인맥중심·폐쇄적 채권시장...문제 우르르 쏟아지나
[이데일리 지영의 기자] 금융감독원이 증권사 간 ‘채권 돌려막기’ 관행 조사 범주를 점차 넓혀가면서 증권업계가 숨을 죽이고 동향을 지켜보고 있다. 이미 증권사 4개사가 금융감독원의 조사 대상이 된 데 이어 다른 증권사로 조사가 확대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평가다. 투자업계에서는 폐쇄적이고 인맥 중심적인 채권시장 거래 경향을 감안하면 이번 조사에서 도마에 오를 문제가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채권업계 샅샅이 헤집는 금융당국...불건전 운용·영업 조사 대상 확대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한국투자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의 신탁·랩어카운트 운용 실태 점검에 나섰다. 2주간 검사 일정을 진행, 불건전 영업행위 여부를 집중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KB증권과 하나증권에 대해 고강도 검사를 진행한 데에 이어 빠르게 다른 증권사로 조사를 확장해나가는 모양새다.
사실상 증권업계 채권 거래가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사례가 많아 다른 증권사들이 조사 대상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결국 업계 전반에 대해 운용 행태를 들여다보는 조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평가다. 금감원은 현장 검사 확대를 위해 조직 개편까지 진행, 조사 전담 인력을 1.5배 늘렸다.
금융당국이 고강도 조사 계획을 잡게 된 배경에는 지난해 고금리와 시장 경색으로 증권사 신탁·랩 등에서 발생했던 환매중단이 있다. 환매중단 동향 및 거래 특이점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상품 수익률을 높게 내걸기 위해 단기 상품에 만기가 긴 채권을 담는 만기 미스매칭 운용 방식이 드러났다. 또 이를 만회하기 위해 자전거래·파킹거래를 한 정황도 함께 포착됐다. 자전거래는 금융회사가 자사 펀드나 계정으로 매매하는 것을, 파킹은 매수 채권을 장부에 곧바로 기록하지 않고 펀드매니저가 직접 매수하거나 다른 곳에 매도하는 거래를 의미한다.
대표적인 건이 KB증권 사례다. KB증권은 하나증권에 있는 KB증권 신탁 계정을 이용, 자사 법인 고객 계좌에 있던 장기채를 평가손실 이전 장부가로 사들여 수익률을 높였다는 자전거래 의혹을 받고 있다. KB증권 측은 동일 수익자 계좌간 거래 사례로, 자본시장법에서 허용하는 범주라는 해명을 내놓은 상태다. 또 시장 경색 속에 고객 피해 방지를 위해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입장이다.
향후 관건은 금융당국이 KB증권 사례를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판단하느냐다. 법에서 금지하는 고유재산과 신탁·랩 재산 간 거래에 해당될 소지가 있고, 특히 외견상 수익률을 높여서 자금을 돌려줬기에 손실보전 금지 조항 위반으로 볼 소지도 없지 않은 상황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55조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투자자가 입을 손실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전하여 줄 것을 미리 약속하는 행위 △투자자가 입은 손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후에 보전하여 주는 행위 △투자자에게 일정한 이익을 보장할 것을 미리 약속하는 행위 △투자자에게 일정한 이익을 사후에 제공하는 행위 등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조사가 점차 확대되자 투자업계에서는 불안감이 만연한 상황이다. 결국 증권사 전반이 예외 없이 조사를 받게 될 분위기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채권시장 자체가 소수의 브로커들이 인맥을 공고히 다지며 거래해온 경향이 강한 만큼, ‘인정상·관행상’으로 해왔던 모든 거래가 도마에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영업 및 운용에서 차별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투자 부문인 만큼 불법 소지가 있는 거래를 알고도 묵인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경향이 없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운용사 채권팀 관계자는 “채권 바닥이 좁고 인맥 중심이라 어느 정도는 비 올때 우산 씌워주자고 잠시 서로 맡아주는 방식으로 상부상조하는 관행이 있어 온 건 사실”이라며 “다만 회사나 직원이 불법적인 이익을 챙긴게 아니라면 너무 운용 방식을 옥죌 것은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채권시장 관계자는 “지난해 시장 경색이 정말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았다는 점이 걸린다”며 “당장 환매 중단을 막기 위해 급하게 오간 딜이 적지 않았다. 위기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법 경계를 넘나드는 운용이 없었을 거라곤 장담 못 하겠다”고 말했다.
지영의 (yu0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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