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공자’ 김선호 “김강우, 진지한데 재밌어…더 좋아하게 됐다”[M+인터뷰①]
‘귀공자’ 김선호가 깔끔한 미친놈으로 완벽 변신했다.
6월 21일 개봉한 영화 ‘귀공자’(감독 박훈정)는 필리핀 불법 경기장을 전전하는 복싱 선수 ‘마르코(강태주 분)’ 앞에 정체불명의 남자 ‘귀공자(김선호 분)’를 비롯한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세력들이 나타나 광기의 추격을 펼치는 이야기이다.
극 중 김선호는 의문의 추격자 귀공자 역을 맡았다. 슈트를 입고 구두를 신고, 단정하고 깔끔한 비주얼로 달리고 또 달린다. 특히 ‘맑은 눈의 광인’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이미지로 오싹한 매력도 선사한다.
김선호는 쫓기는 자인 마르코 역을 맡은 강태주와 이익을 위해 달리는 나쁜 놈 한이사 역의 김강우, 의문의 여인 윤주 역 고아라와 각기 다른 케미를 내며 추격 액션의 긴장감과 흥미를 유발한다. 더불어 각 캐릭터들과 각기 다른 티키타카로 유쾌한 케미와 재미도 선사한다.
무엇보다 김선호는 이번 ‘귀공자’로 스크린 데뷔까지 마쳤다. 드라마 ‘김과장’ ‘최강배달꾼’ ‘유령을 잡아라’ ‘백일의 낭군님’ ‘스타트업’ ‘갯마을 차차차’ 등에 출연하며 다양한 모습과 성장하는 연기력을 보여준 바 있다. 그런 김선호가 ‘귀공자’로 스크린 데뷔는 물론, 또 한 번 새로운 이미지로 대중들 앞에 나섰다.
▶ 이하 김선호와의 일문일답.
Q. ‘귀공자’로 스크린 데뷔를 하게 됐다. 직접 겪어 본 영화만의 매력은?
A. 사실 기술적으로는 크게 다른 게 없다고 느꼈다. 배우로서 작품에 임하는데 있어서 신을 찍는 순서나 분량이 차이였다. 하루에 많으면 세 신, 네 신 정도 찍었다. 한 장면을 찍는데 오래 공들일 수 있어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게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드라마와 달리 영화는 오히려 ‘한 번 만 더 가보자’라고 하는 게 낯설고 신기했다. 영화를 하며 느낀 게 엄청난 집중을 하는 과정에서 반복적인 연기를 디테일하게 고민하고 찾아가다 보니까 ‘나 연기가 늘었으려나’라는 기대가 생기는 작업이었다.
Q. 스크린 데뷔작인 ‘귀공자’는 그런 작업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했나.
A. 영화가 처음이다. 언론시사회 때 처음봤다. 일단 처음에는 내 얼굴이 너무 크게 나와서 한 발 멀어졌는데 두 번째는 내가 영어 대사를 하는 게 있었다. 그 이후로 기억이 안난다. 마지막 액션할 때 재밌어서 그거 기억나고. 중간에는 강우 선배와 태주 연기한 게 기억나고. 중간에는 내가 고개를 숙였다가 한숨을 쉬기도 하고 그랬다. 무대인사도 말을 좀 했어야 하는데 긴장을 많이했다. 조금씩 변할 거다. 나보다는 사실 보시는 분들이 평가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해야 한다. ‘잘봤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 기분이 좋다. 아닌 분들도 있을 수 있으니까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되고 그런다. 오픈하면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Q. 마르코에게 영국식, 미국식 억양을 소개하는 장면이 있는데, 정말 다른 느낌이 나더라.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하다.
A. 영어 연습을 작품하기 두달 전부터 했다. 영국식 발음으로 하라는 지문도 없었고 감독님과 대본을 구체화하면서 위트있는 캐릭터이고 하다 보니까 어떻게 그 장면이 나왔다. ‘조금 더 재밌게 할 방법이 없을까’ 하면서. 예를 들면, ‘킹스맨’처럼 성대모사라도 하면 어떨까. 사실 영국식 억양은 그게 아니라고 하더라. 약간 따라하는 느낌으로 과장한 느낌이었다. 그 자리에서 결정하고 ‘그걸 해볼래?’ 해서 해본다고 했다. (여러번 해보고) 좋은 걸 쓰신다고 하시더라. 큰 화면으로 내 모습을 본다는 건 처음 연기을 연습할 때 보는 거보다 힘들더라. 강우선배가 ‘나도 다음 작품에서 (영어) 했잖아’ 하면서 어깨를 잡아주시더라.
Q. 감독님이 ‘깔끔한 미친놈’으로 주문을 했다더라. 어떻게 준비를 했나.
A. ‘깔끔한 미친놈’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갔다. 처음 캐릭터를 구축해갔을 때 감독님이 주신 게 ‘시계태엽 오렌지’였다. 선악구분을 못하고 악행을 한다. 소름돋는 웃음이라던지, 생각보다 본인들을 더럽게 하지 않는다. 이상하게 그런 모습들을 감독님은 되게 원하셨던 것 같다. 깔끔한 미친놈에서 깔끔함을 귀공자의 것으로 잡았다. 배우로서 왜 깔끔해야 하는지 생각했고, 감독님께 서사를 여쭤봤다. 결핍이 있는 인물이 깔끔해지기 위해서, 마르코와 같은 보육원 출신이고 어렸을 때부터 킬러로 자랐다. 아픈 게 싫어서 더 빨리 사람을 때린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부모한테 보살핌 받지 못한 결핍이나 킬러인 걸 숨기고 싶어 외형적으로 숨기자 했다. 처음에 대본 볼 때는 이해가 안갔다. ‘이렇게 광적으로 집착해요? 킬러인데 이렇게 엄살이 심해요?’ 했다. 깔끔한 미친놈은 감독님의 계획에 있었고, 나는 연기를 하기 때문에 그거에 대한 이유를 만들었다.
Q. 액션 연기와 관련해 고충은 없었나. 조교 출신이어서 총기 액션이 자연스러울 수 있었나.
A. 정장이어서 좋았던 건 추운 겨울에 따뜻해서 다 껴입을 수 있어서 좋았다. 달릴 때 일단 바지 하나를 찢어먹었다. 몸을 풀 때 바지가 찢어져서 예비 바지를 입었다. 아무래도 정장이나 이런 걸 입다 보니까 제약이 있는 부분이 많았다. 오히려 재밌었다. 마르코를 압박하는데 있어서 그렇게 멀끔하게 하고 깔끔한 포즈로 달리기를 한다. 극대화해서 더 또라이처럼 보이지 않을까. 대본에 ‘힘들지만 마르코가 돌아볼 때마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한다’라는 지문이 있었다. 구체화되지 않아서, 어떻게 힘들지 않은 척 할지 고민했다. 그래서 아무렇지 않은 척하다가 터널에 들어가서 힘들어도 해보고 웃어도 보고 했다. 그런 선택이 더 압박감을 느끼게 해줬다는 말을 해줘서 고마웠다. 총기 액션은 공포탄, 실탄의 소리 크기를 알아서 도움이 됐다. 권총은 써본 적이 없었는데, 가권총 같은 걸 주셨다. 집에 가서 만져도 보고 했다. 덕분에 잘할 수 있었다. 강우 선배님이 장총을 쏜다. ‘멋있다’ 했다. 내가 조교였으면 ‘장총을 더 다루지 않을까’ 했는데 오산이었던 게 그 무게가 그냥 또 군대에서 쓰던 것보다 무거웠다. 그걸 오랜 시간 대사를 하며 조절을 하고 있다는 건, 권총의 행복감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액션에 있어서 감독님이 미리 이야기해주셨고 충분했다. 한 달에서 두 달 정도를 팀 가이드를 보면서 연습을 했다. 가이드가 바뀔 때마다 연습했다. 픽스가 나지 않아도 그 행동을 숙지해놓으면 현장에서 매번 바뀔 거라고 했고, 바뀔 때까지 유연하게 연습을 했다.
Q. 귀공자의 깔끔한 외형은 어떻게 잡았나.
A. 일단 대본을 봤을 때 모든 게 거기 있었다. 나의 선택은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달린 것 같다. 깔끔한 옷과 머리, 이런 모든 것은 감독님이 레퍼런스를 보여주셨다. ‘피키 블라인더스를 봐봐’ 해보셨다. 헌팅캡을 준비까지 했었다. 헌팅캡을 쓰는 것도, 올백도 고민을 해봤다. 많은 대화 끝에 나온 거다. 부츠도 준비를 했었다. 내가 신은 게 완전히 구두가 아니라 안에 가려져서 그렇지 부츠였다. 두 켤레가 있었어서 바꿔가면서 이미지를 그렸다. 깔끔한 모습은 아까도 말씀드린 것처럼 결핍에서 나오는 건 배우가 산정하는 거고, 감독님은 그거를 ‘갑자기 쫓아가다 비가 오니까 안 따라간다고?’라는 또라이 같음을 원한 것 같다. 그 강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작업했다.
Q. 귀공자는 콜라를 계속 마신다. 콜라 마시는 것도 캐릭터 구축에 있어 의도한 부분인가.
A. 콜라는 원래 대본에 있었다. 거기에 뭐라고 써있냐면, ‘참 맛있게도 쪽쪽 먹는다’라고 써있었다. 그거를 표현하기가… ‘어떻게 맛있게 먹지?’라는 원초적 질문이 들었다. 감독님이 뭘 마셔도 빨대로 마셔도 맛있게 드신다. 입맛까지 다시면서 맛있게 드셔서 ‘그걸 따라해볼까?’ 했다. 따라했더니 ‘그렇지, 내가 원하는 게 그거야’ 하시더라. 귀공자가 어쨌든 감독님의 ‘시계태엽 오렌지’에서 나온거지 않나, 레퍼런스가. 어린 아이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최대한 맛있게 먹고 그 순간을 즐기는 모습이 귀공자의 그게 악행인지 선행인지 모르고 재미로 즐기나 하는 걸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다 생각해서, 더 그렇게 했다.
Q. 김강우와는 ‘폭군’으로도 호흡을 맞췄다. ‘귀공자’에서 호흡은 어땠나.
A. 일단 강우 선배는 너무 멋있고 좋은 선배이다. 유명한 여배우분께 ‘누나는 학교에서 누가 제일 (연기를) 잘했어?’라고 물었는데, ‘그때 연습실에 들어갔는데 강우 선배님이 잘하는 것 같았어. 학생인 내가 봐도’라고 답했다. 그걸 강우 선배님께 이야기하니까 아시더라. 제주도에서 촬영을 할 때 시간이 많아서 본인의 촬영 분량이 많이 아니어도 맛있는 거 들고 가서 수다 떨고 했다. 강우 선배가 너무 잘하더라. ‘지그재그로 뛰어’라고 하는데 진지한데 재밌더라. 스태프들도 빵터졌다. 진짜 잘하신다 생각했다. ‘다시 돌려봐주시면 안돼요?’ 했다. 이미 존경심이 많이 커진 상태였고, 나와 만나는 장면이 있을 때 이미 잘하는 분이어서 신기하고 연기 준비하는 과정을 어깨 너머로 보는 게 신기했다. 강우 선배가 집중하는 시간을 가진다. 그 전 상황과 연결해서 몰입하고 멋있더라. ‘나도 나중에 한 번 더 해볼까?’ 하고 좋아하게 됐다. 배우들뿐만 아니라 ‘귀공자’를 찍은 스태프들이라면 다 좋아할 거고 감독님도 김강우의 재발견이라고 본인이 말할 정도로 대본 이상을 소화하셨다고 이야기하셨다.
Q. ‘슬픈 열대’라는 제목에서 ‘귀공자’로 제목이 변경됐다. ‘귀공자’ 역인 만큼 부담감도 컸을 것 같고, 원제도 좋았던 제목이라 변경된 것에 대해 아쉬움은 없나.
A. ‘설레고 좋았나요?’라고 물어보는데 그럴 수 없다. 내 역할이 귀공자인데. 만감이 교차했다. 수많은 귀공자 선배들이 있었는데 그걸 비교하고 기대하실 거다. 전작 ‘마녀’의 귀공자의 좋은 연기와 배우가 있었는데 그걸 떠올릴 수도 있고 무게감이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 작품에 열심히 임했지만, 모두 분량이 같고 그러니까. 그냥 ‘슬픈 열대’에 살아가는 일원으로 기대하시겠지 했다. 누군가는 태주를 따라가고, 누군가는 귀공자를, 누군가는 한이사를, 누군가는 윤주를 따라가겠지 했는데 제목이 ‘귀공자’가 되니까 관객들은 귀공자를 따라가려나 싶었다. 좋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감사했다. ‘귀공자’의 귀공자니까, 감사했던 것 같다. 사실 영화를 봐야 알겠지만, 잘 모르겠다. 어떤게 좋았다고 하는게. 부담이 컸다. ‘슬픈 열대’도, ‘귀공자’도 나쁘지 않았다. 그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배우가 아니라 감독님의 의견을 따라가는 게 맞다 생각했다.
[이남경 MBN스타 기자]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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