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이서 대한민국 한 바퀴 걸어… 이런 우정 봤어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양종구 기자 2023. 7. 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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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동호회 3인방’ 강종수 유병복 박동근 씨의 건강법
유병복 박동근 강종수 씨(왼쪽부터)가 평화의 댐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강종수 씨 제공
경기도 분당검푸마라톤클럽(이하 검푸)에서 만난 친구 3인방이 대한민국 한 바퀴를 걸어서 돌았다. 지난해 1월 시작해 1년 반 만에 목표를 달성했다. 강종수 박동근 씨(이상 69), 유병복 씨(70)는 동해안, 남해안, 서해안, 그리고 비무장지대(DMZ) 약 3600km를 4차례로 나눠 함께 걸었다. 동해안 해파랑길(750km), 남해안 남파랑길(1470km), 서해안 서해랑길(1800km), DMZ 평화의 길(524km) 등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조성한 코리아 둘레길은 4544km이지만 위험한 길, 통행 허가를 받아야 하는 길 등을 제외하고 3600km를 걸었다. 하루 많게는 45km, 적게는 21km를 걸었다.

이들은 6월 16일 경기도 문산을 출발해 열흘간 강원도 고성까지 약 350km를 함께 걷는 것으로 대한민국 한 바퀴를 완보했다. 지난해 1월 10일부터 24일까지 동해안길, 4월 11일부터 23일까지 남해안길, 11월 14일부터 23일까지 서해안길을 걷고 이번에 대장정을 마친 것이다. 사실 올 1월 마치려고 했지만 박 씨가 지난 겨울 추운 날씨에 운동하다 넘어져 오른쪽 발목 인대 파열과 정강이뼈 골절상을 당하는 바람에 늦어졌다. 박 씨는 “춥고 선선한 날씨에 걸어야 했는데 나 때문에 무더운 날씨에 걸어 미안하게 됐다”고 했다. 그래도 3인방은 “무사히 대한민국 한 바퀴를 걸어 뿌듯하다”고 입을 모았다. 검푸 회장을 했던 창용찬 대한보디빌딩협회 코치아카데미 원장(68)도 3인방과 일부 구간을 함께 걸었다.

분당 검푸마라톤클럽 회장 출신 창용찬 대한보디빌딩협회 코치아카데미 원장(오른쪽)이 3인방을 응원하며 일부 구간을 함께 걷다 포즈를 취했다. 창용찬 원장 제공
이들은 2021년 말 망년회를 겸해 막걸리를 한잔하다 대한민국을 한 바퀴 돌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 건강과 우정을 다지며 ‘두 발로 한반도 둘레길 완보’란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의기투합한 것이다. 유 씨와 박 씨가 “어떻게 걷느냐 자전거를 타고 가자”고 했지만 강 씨가 “걸어야 대한민국을 제대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셋은 오랫동안 마라톤으로 단련된 체력이 바탕이 돼 거뜬히 대한민국 한 바퀴를 완보했다. 유 씨는 “어떻게 걸을까 고민했는데 막상 걷으니 자전거 타는 것보다 훨씬 좋았다. 자연을 제대로 느끼면서 걸었다”고 했다. 자전거 타고 돌자고 주장했던 유 씨는 “바다와 산, 들 등 대한민국 동해안을 그대로 보고 느꼈다. 자전거를 탔다면 못 느꼈을 것이다. 정말 아름다운 나라라는 것을 몸으로 느꼈다”고 덧붙였다. 박 씨도 “안 해보면 모른다. 걸어서 건강도 챙겼지만 같은 뜻을 가진 동년배와 함께 했다는 데서 더 큰 의미를 찾았다. 누가 이렇게 함께 걸어주겠나?”고 했다.

유병복 강종수 박동근 씨(왼쪽부터)가 DMZ 근처 강가를 걷고 있다. 강종수 씨 제공
강 씨는 체중감량을 위해 1999년 달리기 시작했다.
“그해 9월 한 하프마라톤대회가 열린다고 해서 그 대회 완주를 목표로 시작했어요. 체중이 84kg이나 나가서 살도 뺄 생각도 있었죠. 달리니까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달리는 사람들이 느끼는 ‘러너스 하이(고통스러운 순간을 참고 운동을 계속하면 어느 순간 찾아오는 행복감)’를 마라톤 시작 몇 개월 만에 느꼈어요. 그러니 달리기가 더 재밌어졌고 어느 순간 일상이 됐습니다. 달리기는 무엇보다 시간 날 때 아무 때나 할 수 있어 좋아요.”

2000년 검푸에 가입했고 그해 4월 풀코스를 처음 완주한 뒤 지금까지 풀코스만 100회 넘게 완주했다. 풀코스 최고기록은 2013년 기록한 3시간11분. 마라톤 시작 1년여 만에 14kg을 감량했고 지금까지 70kg을 유지하고 있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는 철인3종을 병행했습니다. 그 기간 동안 킹코스(철인코스·수영 3.8km, 사이클 180km, 마라톤 42.195km)를 3회 완주했죠. 그 이후엔 올림픽코스를 완주하긴 했지만 킹코스는 참가하지 않았어요.”

킹코스 최고기록은 13시간 30분. 강 씨는 2003년 세계 최고로 불리는 보스턴마라톤에도 다녀왔다. 100km 울트라마라톤에도 여러 차례 참가한 철각이다. 요즘은 산악마라톤인 트레일러닝도 즐기고 있다.
“서울 둘레길(157km), 북한산 둘레길(65km), 불수사도북(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 5산 종주…. 경기도 주변 수도권엔 광교산과 청계산 등 달릴 수 있는 산이 많이 있어요. 시간만 나면 검푸 회원들과 삼삼오오 모여서 달리고 있습니다.”

강 씨는 “80세까지는 풀코스를 제가 정한 기록 안에 들어올 수 있도록 달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강 씨는 지난해에도 3시간 20분에 풀코스를 완주했다.

창용찬 원장, 강종수 유병복 박동근 씨.(왼쪽부터) 강종수 씨 제공
유 씨는 친구 따라 2002년 마라톤에 입문했다.
“평소 건강을 위해 조깅은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운동을 잘못할 것이라고 여긴 친구가 풀코스를 완주했다고 하는 겁니다. 명문고 명문대 출신으로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였죠. 속으로 ‘쟤도 달리는데 내가…’ 하는 심정으로 도전했습니다. 그런데 너무 좋았습니다.”

건강도 챙겼지만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충만 됐다. 검푸 회원들과 어울려 풀코스를 40회 이상 완주했다. 최고기록은 2006년 기록한 3시간19분. 유 씨는 2006년 6일간 250km를 달리는 사하라사막마라톤도 완주했다. 유 씨는 철인3종 올림픽코스(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를 완주했다. 지리산 화대종주(화엄사~대원사 약 42km)도 했고 북수사도북 오산종주도 하는 등 트레일러닝도 즐기고 있다.

박 씨도 건강을 위해 마라톤에 입문했다.
“술을 좋아하다 보니 체중이 많이 나가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2002년부터 혼자 연습하다 2003년 한 마라톤 대회 풀코스에 출전해 고생한 뒤 2004년 검푸에 가입해 회원들과 함께 달리고 있습니다.”

박동근 강종수 유병복 씨(왼쪽부터)가 강원도 고성에서 포즈를 취했다. 강종수 씨 제공
현재 체중은 10kg이 빠진 65kg. 2007년 동아마라톤에서 세운 3시간 47분이 개인 최고기록. 풀코스를 30회 넘게 달렸다. 그는 “330(3시간30분 이내기록)하려고 욕심 부리다 좀 무리했더니 고관절에 이상이 왔다. 그 다음부터는 건강마라톤으로 즐기면서 달리고 있다”고 했다. 박 씨는 환갑기념으로 풀코스를 달린 뒤에는 하프코스 등 짧은 코스를 즐겁게 달리고 있다. 2021년 1월 후두암 1기 판정을 받은 그는 수술 받고 치료를 받으면서도 꾸준하게 운동하고 있다. 박 씨도 강 씨, 유 씨와 함께 수도권 인근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도 즐기고 있다.

“전 그동안 운동을 열심히 해 건강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술 다음 날에도 동네 뒷산을 올랐습니다. 전 육체가 정신을 지배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신력이 아무리 강해도 육체가 버텨주지 못하면 버틸 수 없습니다.”

이들 3인방은 100세 시대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매일 운동을 빼놓지 않고 하고 있다.
강 씨는 월 200~300km를 달린다.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을 포함한 거리다. 친구들과 등산도 한두 차례 한다. 유 씨도 매일 아내와 함께 10km를 걷거나 달리고 있다. 등산도 자주 한다. 박 씨는 매일 아침 10km를 달린다. 달리는 것을 포함해 하루 2만 보 이상 걸으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몸을 쓰는 이유는 단 하나다. 몸이 건강해야 100세 시대를 즐겁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강종수 유병복 박동근 씨(왼쪽부터)가 DMZ 강가를 걷다 풍광을 감상하고 있다. 강종수 씨 제공
3인방은 “이제는 10일 이상 걷는 것을 자제할 생각”이라고 했다. 2박 3일, 3박 4일 섬이나 산에 가서 걷겠다고 했다.
“우린 행운아입니다. 체력 되죠, 시간 되죠, 나이도 비슷합니다. 은퇴한 뒤 이렇게 어울려 건강하게 사는 사람들 있나요? 100세 시대 이렇게 맘에 맞는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즐겁습니다.”

100세 시대를 맞아 은퇴한 뒤의 삶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특히 시대에 따라가지 못하는 정년퇴직 제도에 따라 일을 더 할 수 있음에도 일자리를 떠나야 하는 사람들은 30~40년이나 남은 노년을 어떻게 보내야할 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런 측면에서 검푸 3인방이 펼치는 다양한 ‘걷기 프로젝트’가 관심을 끌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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