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입던 옷이 더 좋아” 줄서서 사는 MZ…백화점도 중고매장 오픈 [정슬기의 가치 소비]
국내선 디자이너 브랜드 제품도 인기
친환경 제품에 대한 가치소비 욕구가 높아지면서 MZ세대 중심으로 마음이 드는 옷이나 명품백을 중고로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패션업계가 환경 오염의 주범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만큼 패스트패션을 지양하고 중고 패션에 관심을 두며 가치소비를 실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패션 산업은 매년 1000억벌의 의류를 만들면서 산업 용수의 20%, 탄소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그 가운데 30%는 그 해에 폐기되고 있다. 이같은 흐름에 반발해 글로벌 중고 패션 시장은 커지고 있다. 글로벌 패션 플랫폼 쓰레드업은 전세계 중고 패션 시장 거래액이 지난해 약 1190억 달러에서 2026년이면 2180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중고로 의류를 구매할 경우 탄소 배출을 60~70% 절감할 수 있다고 했다.
여기에 최근 합리적인 소비가 각광받는 것 역시 중고 패션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MZ세대는 고가의 명품을 경험하고 빠르게 재판매해서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상품을 경험하기를 원한다”며 “상품을 판매한 뒤에 돈을 보태 또 다른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 패턴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중고패션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앞서 네이버는 북미 중고 패션 플랫폼인 포시마크를 인수했고, 롯데그룹은 중고나라에 투자했으며, 신세계그룹도 번개장터에 투자한 바 있다.
여기에 구찌, 버버리 등 명품 업체들도 중고 시장에 진출했으며, 프랑스의 쁘렝땅 백화점이나 미국 삭스피프스애비뉴 역시 중고 명품 매장을 열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중고 거래 플랫폼 내에서도 중고 패션의 거래 규모는 커지는 추세다. 중고 패션 거래가 활발한 번개 장터는 지난해 패션 거래액 규모가 970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올해 1~5월 거래액이 45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1% 증가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고나라는 거래 건수 기준으로 패션 카테고리 규모가 가전제품에 이어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번개장터는 대표 친환경 브랜드인 프라이탁, 파타고니아, 베자의 제품을 찾아서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들 3개 브랜드의 번개장터 내 거래액은 2019년 대비 2022년 20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패스트패션보다는 헤리티지 중심의 클래식 브랜드가 더욱 강세였다. 번개장터에서는 패스트패션 대비 헤리티지 패션 거래건수가 170% 더 높았고, 거래액도 312% 더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20대부터 30대 중반 남성 중심으로 ‘힙+스트리트’ 스타일의 브랜드가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K-신진 브랜드 중 블라인드파일즈, 폴리테루, 언더마이카는 거래액 1~3위를 차지했다.
심지어 일부 중고 의류는 본래 가격보다 높은 프리미엄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떠그클럽, 아이앱 스튜디오, 그레일즈, 산산기어 등 브랜드 제품 인기가 높아지며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번개장터는 패션 카테고리를 더욱 키우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성수동에 연면적 약 530평 규모의 ‘정품 검수 센터’를 열었다. 또한 번개장터 검수팀이 정품 인증을 대신 해주는 번개케어 서비스와 가방·지갑·시계 등 클리닝 서비스도 출시했다.
명품 플랫폼 트렌비의 경우 최근 중고 구매 서비스를 강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명품으로 다른 명품을 구매할 수 있는 셔플 서비스와 명품을 원하는 기간 만큼 쓰고 되팔면 포인트로 주는 바이백 서비스를 내놓은 것이다.
트렌비는 명품 병행수입이나 직수입은 쿠폰이나 이벤트 등 가격 경쟁으로 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점차 레드오션이 되어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중고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구매 장벽이 낮아지면 향후 큰 성장이 기대되는 명품 중고 서비스에 힘을 주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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