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에 놀라고 칼로리에 또 놀란 ‘파이브 가이즈’ [화제의 공간]

김희원 2023. 7. 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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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감튀·쉐이크 3만원 넘고 2000㎉ 고칼로리
외국인 직원 교육 중…에너지 ‘뿜뿜’ 분위기 강점
차별성 갖췄지만 비싼 가격에 대중성 확보 ‘글쎄’

미국 3대 프리미엄 버거 프랜차이즈 중 하나인 ‘파이브가이즈’가 한국에 상륙했다는 소식이 언론과 소셜미디어(SNS)에서 난리다. 26일 문을 연 파이브가이즈의 국내 1호점은 강남대로 한복판 빌딩 2개층을 당차게 점유하고 있다. SNS 후기를 살펴 보니 전날 밤 11시부터 기다려 오픈 시간인 오전 11시에 들어갔다는 사람도 있고, 오전 8시 반에 대기를 시작해 12시부터 먹기 시작했다는 사람도 있다.

‘미국식 버거’가 어떤 맛인지 잘 모르는 데다, 햄버거를 딱히 좋아하지도 않는 나는 세트(햄버거+감자튀김+음료)처럼 먹으면 3만원이 넘는다는 말을 듣고 반감과 함께 호기심도 일었다.
오픈주방에서 직원들이 음식을 조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본사에서 파견된 외국인 트레이너들이 밝은 분위기를 독려한다.
‘물가 안정 때문에 1000원짜리 라면값도 50원 내리는 마당에 3만원 버거라니. 그래봤자 버거랑 감자잖아. 맛없기만 해봐라’라는 마음으로 생애 첫 오픈런을 해보기로 했다.

강남역 인근에서 일하는 나의 절친 홍에게 연락했다. 홍은 햄버거를 ‘최애 음식’이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버거마니아다. 한국에 문 연 ‘미국식 버거’라고 주장하는 집은 다 다녀봤고, 입맛도 까다로워 호평하는 법이 잘 없다. 신상 버거 맛집 함께 가기에 적임자였다.

◆대기

파이브가이즈 오픈 나흘째인 29일 목요일 오전, 빗줄기가 강약을 반복하며 쉼없이 내리고 있었다. 몇 시간 대기할지 모르는데 이런 빗속이라니... 귀찮아졌지만 비 때문에 포기하는 사람이 많을 거란 생각에 강행하기로 했다.

오전 9시쯤 먼저 도착한 친구 홍이 흥분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대박! 세 명밖에 없어.”

‘비 때문인가? 오픈하면 바로 먹겠군’이란 생각은 착각. 곧 홍이 말을 이었다. “아, 아니다. 대기 걸었는데 118번이야.”
지난 29일 오전 9시반쯤, 파이브가이즈 버거 앞에서 대기 등록을 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9시에 대기번호 118번을 뽑고 식사를 시작하기까지 4시간이 걸렸다.
하긴 요즘이 어떤 시대인데 강남역 한복판서 몇 시간 줄을 서겠나. 대기 등록을 하면 앞 손님이 빠지는대로 문자가 온다. 홍과 나는 근처 카페에서 각자 근무하며 알림을 기다렸다. 카페에는 우리 외에도 파이브가이즈를 기다리는 손님들이 보였다. 점심시간이 됐는데도 문자가 오지 않았다. 오픈 후 빠르게 줄던 대기인 수가 70명대부터 더뎌졌다.

‘매장 앞으로 와달라’는 문자를 받은 건 12시30분이었다. 40분에 매장에 들어갔다. 들어가서도 줄을 서야한다. 신속한 주문을 위해 직원들이 종이로 된 메뉴를 나눠준다.

주문 후에도 10여분을 더 기다려 햄버거를 받았다. 정확히 오후 1시에 햄버거를 입에 넣었다. 대기 번호를 받은지 4시간 만이었다.

◆분위기

축축한 바깥에서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하염없이 듣다 매장에 들어서니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퀸의 명곡 ‘위 윌 락 유’가 쿵쿵짝- 쿵쿵짝- 크게 흘러 나오는 가운데 활짝 오픈된 주방에서 직원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발랄한 빨간색과 흰색으로 이뤄진 인테리어는 매장 분위기에 활기를 더했다. 이것이 미국 햄버거집 분위기인지, 파이브가이즈만의 분위기인지는 모르겠으나 에너지가 넘쳤다.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주방에서 직원들이 버거를 만들고 감자를 튀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미국 본사에서 파견된 외국인 크루 세명이 진행 상황을 점검하며 한국인 직원에게 요령을 알려주고 있었다. 이들은 중간중간 ‘호우∼ 호우∼’하고 소리 지르며 분위기를 띄웠다. 속도감이 생명인 만큼 빠른 리듬과 활력을 유지하려 직원들을 독려하는 느낌이었다.
레드앤화이트의 모던한 인테리어가 매장 분위기에 활력을 더한다.
나중에 관계자에게 물으니 “이런 활기찬 분위기 자체가 파이브가이즈의 시그니처”라고 한다. 

주문 번호는 있지만 번호가 표시되는 전광판은 없다. 음식이 나오는 곳 앞에서 기다려야 한다. 목청 좋은 청년 직원이 쩌렁쩌렁하게 번호를 부른다.

버거를 받아 2층으로 올라갔다. 대부분 20대∼3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젊은이들이었다. 군데군데 4050세대 정장차림 직장인들이 있었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온 어머니들도 있었다. 다양한 연령대가 모인 테이블은 인근 회사에서 함께 점심식사를 하러 온 동료들 같았다.

큰 음악소리와 왁자지껄한 분위기 때문에 가까이 앉은 친구 홍 목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 “나이가 드니 이런 데 앉아만 있어도 기가 빠져나가는 기분”이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가격

파이브가이즈는 햄버거 패티가 두 장인 더블패티가 기본이다. 패티를 한 장만 넣고 싶으면 ‘리틀’을 선택하면 된다. 세트메뉴 없이 모두 단품으로 판다. 기본 햄버거는 1만3500원, 인기가 많은 치즈버거는 1만4900원이다. 제일 비싼 베이컨치즈버거는 1만7400원이다. 리틀은 가격이 3500원씩 빠진다.

토핑은 8가지가 기본(마요네즈, 케첩, 머스타드, 양상추, 피클, 토마토, 그릴드어니언, 그릴드머쉬룸)인데, ‘올 더 웨이’라고 주문하면 8가지를 다 넣어준다. 여기에 렐리시, 어니언, 할라피뇨, 피망, 스테이크 소스, 바비큐소스, 핫소스를 추가할 수 있다. 추가 금액은 없다. 

느끼한 걸 선호하지 않는 나는 치즈버거 리틀을 선택했다. 홍은 식도락가답게 “시그니처를 먹어봐야 한다”며 패티가 두 장인 기본 치즈버거를 골랐다. 감자튀김은 소금만 뿌린 기본 프라이와 케이준 프라이 중 고를 수 있다. 가격은 가장 작은 사이즈가 6900원, 라지는 1만900원이다. 소극적 다이어터인 우리는 리틀 프라이 하나를 시켜 둘이 나눠먹기로 했다. 
버거 두 개, 음료 두 잔, 감자튀김 하나를 시켰더니 4만6000원이 나왔다.
마실거리는 탄산음료, 생수, 맥주, 밀크쉐이크가 있다. 나는 오레오 밀크쉐이크를 선택했다. 토핑이 여러가지인데 베이컨칩도 뿌릴 수 있다. 쉐이크는 토핑 추가금액 없이 8900원이다. 맥주(스텔라 아르투아 7000원)보다 비싸다. 홍은 탄산음료를 주문했다. 무한리필 탄산음료는 3900원이다.

둘이 주문해 총 4만6000원, 1인당 2만3000원씩 계산했다.

만일 한 사람이 세트처럼 기본 치즈버거(1만4900원)에 쉐이크(8900원)와 감자칩(6900원)을 주문하면 3만700원이 나온다. 그래서 ‘치킨보다 비싼 햄버거’란 별명이 붙었다.

◆맛

떨리는 마음으로 은박지를 벗겼다. 더블패티인 홍의 치즈버거가 확실히 두꺼웠다. 토핑이 다 들어가면 먹기 힘들 정도로 크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 정도는 아니었다.

노란 체다치즈가 녹아 패티를 감싸고 있었다. 패티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한 입 크게 물었다. 

(맛을 평하기 전에, 이는 평범한 미각을 가진 ‘버거알못’(햄버거 맛을 잘 모르는 사람)의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임을 먼저 밝혀둔다.)

이전에 내가 먹어본 ‘미국 버거’라고는 또 다른 ‘미국 3대 버거’로 불리는 쉐이크쉑 뿐이었다. 파이브가이즈는 쉐이크쉑과 완전히 다른 맛이다.

쉐이크쉑은 버터향이 강한 빵을 사용해 빵이 전체 버거 맛을 좌우하는데, 파이브가이즈의 버거빵은 맛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다. 

패티는 고기를 적당히 갈아 씹는 맛이 느껴졌고 질기지 않았다. 후추 등 향신료 맛이 나지 않고 고기 잡내가 없었다. 잘게 자른 고기를 먹는 느낌이었다.

버섯, 양파, 토마토, 양상추 등 재료는 하나하나 신선했다. 토핑 종류가 많았지만 양이 과하지 않아 패티맛에 집중할 수 있었다. 한없이 기름져 느끼할 것만 같던 상상 속 미국 버거는 아니었다.
우리가 주문한 메뉴들. 버거 재료가 신선하고 맛이 조화롭다. 생감자 감자튀김은 땅콩기름으로 튀겨 고소함을 더했다.
홍은 “이게 진짜 미국 버거야? 담백한데? 패티가 두 장인데 전혀 안 느끼하다”라며 “맛있다”를 연발했다.

나는 감자튀김이 마음에 들었다. 세트메뉴가 있는 햄버거 프랜차이즈에서도 단품을 먹을 만큼 감자튀김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 감자에는 자꾸 손이 갔다.

땅콩기름으로 튀겼다는 감자튀김은 고소한 땅콩풍미를 머금고 있었다. 무엇보다 튀김 굵기가 적당했다. 맥도날드보다는 굵고, 웨지감자보다는 얇은 감자튀김은 바삭한 겉과 촉촉한 속이 최적의 조화를 이루는 두께였다. 고소함, 짭짤함, ‘겉바속촉’함이 자꾸 맥주를 불렀다. 메뉴에 맥주가 있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밀크쉐이크는 실패한 선택이었다. 담백한 햄버거와 함께 먹기엔 너무 진하고 달았다. 머리가 띵할 정도의 단맛은 아니었지만 오레오를 넣어서인지 버거와 더더욱 어울리지 않았다.

◆칼로리

맛은 담백해도 고기 두 장에 감자튀김, 거기에 달달한 쉐이크를 곁들이면 당연히 칼로리가 상당할 것 아닌가. 먹고 나니 슬쩍 걱정이 되었다. 매장 메뉴판에는 아무리 봐도 칼로리 정보가 없다. 미국 메뉴판에는 메뉴 옆에 칼로리까지 같이 표시되던데 말이다.

파이브가이즈 한국 홈페이지에 들어가보고서야 전 메뉴 칼로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입이 떡 벌어졌다. 치즈버거는 기본 980㎉다. 가장 비싼 베이컨치즈버거는 1060㎉로 1000㎉가 넘는다. 싱글패티인 리틀의 경우 300∼370㎉씩 빠지는데 그래도 버거 하나에 600㎉가 넘는다. 맥도널드 홈페이지에선 빅맥이 582㎉라고 알려준다. 감자튀김은 가장 작은 사이즈가 530㎉로 웬만한 라면 한 그릇과 열량이 같다.

음료는 어떨까. 탄산음료는 레귤러 한 잔에 360㎉, 밀크쉐이크는 한 잔에 670㎉다. 나는 오레오 토핑(65㎉)까지 추가해 음료로만 735㎉를 섭취했다. 말 그대로 어마무시한 칼로리다.
미국 파이브가이즈 메뉴판은 한국과 같지만 열량이 함께 표기돼 있다. 열량 단위인 Cal는 한국의 ㎉와 같다. 치즈버거 한 개 칼로리가 980㎉로 감자튀김과 밀크쉐이크까지 먹으면 2000㎉가 넘는다.
한 사람이 3만700원어치 치즈버거+감자튀김+밀크쉐이크를 먹으면 기본 열량은 2180㎉가 된다. 성인 여성 하루 권장 섭취 열량이 2000㎉(남성 2700㎉)인데 이를 훌쩍 넘기는 것이다. 버거와 쉐이크에 토핑을 추가하거나 감자튀김을 더 많이 먹으면 열량은 더 올라간다.

이날 우리가 먹은 열량을 계산해 봤다. 나는 싱글패티를 선택해 친구보다 370㎉를 덜 먹었다. 하지만 오레오쉐이크를 먹는 바람에 음료에선 375㎉를 더 먹었다. 감자튀김을 똑같이 반씩 먹은 걸로 계산하면 내가 총 1610㎉로 홍보다 5㎉를 더 먹은 셈이다.

파이브가이즈 버거 열량이 다른 프랜차이즈와 비교해 월등히 높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쨌든 다이어터에게 손 떨리는 고칼로리임은 분명하다. 만약 언젠가 또 찾게 된다면 쉐이크는 먹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단품 버거가 모두 1만원을 훌쩍 넘는다. 치즈버거와 작은 감자튀김, 밀크쉐이크를 먹으면 3만700원이 나온다.
◆결론

‘맛은 있다. 버거와 감자튀김 모두 냉동하지 않은 재료를 쓰는 만큼 신선도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다만 2만3000원 주고 먹어야할 정도인지는 모르겠다. 만일 기다리지 않고 먹을 수 있다면 아주 가끔, 세 달에 한 번 정도는 찾을 것 같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버거마니아인 홍 역시 같은 결론이었다. 오래 기다리지 않아야 하고, 1인 2만원 이하의 가격까진 내려가야 자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게만 된다면 본인의 ‘메인 햄버거집’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파이브가이즈 운영사인 한화갤러리아 자회사 에프지코리아에 물었다. 혹시 가격을 낮출 계획은 없는지.

관계자는 “가격 조정은 불가하다”고 밝혔다. 글로벌 프랜차이즈 특성상 국내 생산 원가보다는 주요국 가격이 기준이 되는데 이미 외국보다 저렴하게 가격을 책정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우수한 품질과 신선한 재료, 넉넉한 양의 햄버거에 대한 자신감도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주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앞서 28일 에프지코리아는 “미국 본사가 있는 버지니아와 비교해 13%, 홍콩과 비교해 17% 낮은 가격”이라며 가격 논란에 해명한 바 있다.

에프지코리아는 오는 하반기 파이브가이즈 2호점을 개점할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여의도 더현대에 2호점이 문을 열 것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아직 위치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말을 아꼈다.

현재 소비자들이 파이브가이즈에 보이는 관심은 2016년 쉐이크쉑이 국내에 처음 상륙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쉐이크쉑 역시 오픈런, 장시간 대기, 비싼 가격으로 화제를 모았고 7년이 지난 지금은 전국 주요 지역에 25개 매장을 연 대중성을 갖춘 프리미엄 버거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파이브가이즈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 버거맛과 땅콩기름 감자튀김으로 확실한 차별화 포인트를 갖췄지만 가격이 비싸도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이에 초기 관심이 반복적인 방문으로 이어질 지에 대한 의구심이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에프지코리아 관계자는 “파이브가이즈 버거를 패스트푸드가 아닌 하나의 음식으로 봐주신다면 맛있어서 2,3차 방문을 하는 고객들이 계속 생겨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고객들의 재방문이 이어질 수 있도록 미국 본토의 오리지널리티 유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 밝혔다.

글·사진=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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