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지 않는 인플레, 이게 다 테일러 스위프트 때문이라고? [세모금]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세계적인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월드 투어에 전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스위프트는 지난 3월부터 6번째 콘서트 투어인 ‘더 에라스 투어(The Eras Tour)’를 시작, 현재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52번의 공연에 이어 남미와, 아시아, 호주, 유럽을 돌면서 54개의 해외 공연을 진행한다. 내년 여름, 런던에서 막을 내리는 이번 투어에서 그가 준비한 공연은 총 106개다.
투어가 한창인 미국은 이미 뜨겁다. 그의 공연을 보기 위한 팬들이 몰리면서 콘서트장이 있는 지역은 ‘스위프트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현지 숙박시설과 식당은 공연을 전후로 이미 예약이 만원이다.
이에 앞서 지난 투어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 11월에는 티켓 사전판매 과정에서 판매를 대행한 티켓마스터가 온라인 판매를 일방적으로 취소한 일이 있었다. 당시 백악관과 연방의회가 나서서 업체를 비판했고, 심지어 최근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나서서 당시 사태를 계기로 티켓 판매 대행사들의 ‘수수료 정상화’를 선언하고 나서기도 했다. 스위프트가 단순히 팬덤을 넘어 사회·문화적으로 가진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세계적 팝스타의 월드투어에 마음이 급해진 것은 팬들이다. 역시나 티켓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팬들에게는 더이상 돈이 문제가 아니다. 단순히 티켓을 구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라고 전했다.
폭발적인 티켓 수요는 곧 ‘암표’ 가격을 천정부지로 끌어올렸다. 티켓 재판매 가격이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이르고 있고, 이 같은 현상은 곧 스위프트를 맞이하는 해외에서도 똑같이 벌어지고 있다.
내년 2월 멜버른과 시드니에서 스위프트의 공연이 예정돼 있는 호주에서 최근 티켓 예약판매가 진행됐는데, 가디언에 따르면 티켓 오픈 당일 판매 사이트에 400만명의 사용자가 몰렸다. 티켓이 매진된 직후 재판매 사이트에서는 곧바로 많게는 기존 가격의 두 세배에 달하는 가격의 티켓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당시 899.9달러와 1249.9달러에 판매됐던 VIP 공연 패키지는 현재 3000달러가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스위프트의 투어를 향한 뜨거운 열기가 불편한 것은 다름아닌 각국 중앙은행이다. 잇따른 금리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 열기가 식기만을 기다리는 중앙은행들 입장에서, 티켓과 숙박비 등 각종 비용을 치솟게 만드는 이번 투어가 달가울 턱이 없다. 심지어 팬들은 비싼 가격에도 기꺼이 ‘재미있는 경험’을 위해 큰 돈을 지출하고 있다. 물가가 오르면 서비스, 여가 지출부터 줄이는 일반적인 소비 형태와는 다르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스위프트의 투어를 비롯해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을 통해서 소비자들과 기업들의 차입 비용을 높이고 있는데, 소비자들은 즐거움을 위해 계속해서 돈을 쓰고 있다”고 “이는 일반적이지 않은 추세”라고 전했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재미(fun)’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을 결합한 ‘펀플레이션’이라 부르고 있다. 독일 베렌버그의 홀거 슈미딩 수석 경제학자는 “재미와 관련된 ‘펀플레이션’이 식지 않고 있다”면서 “특히나 소비자들은 이번 여름을 ‘재밌게’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펀플레이션’과 관련한 논란은 최근 비욘세의 스웨덴 투어에서도 있었다. 비욘세는 지난 5월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7년만에 첫 단독공연을 진행했다. 당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팬들이 몰리며 지역 호텔과 식당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숙박비를 비롯한 각종 비용이 급등했다.
당시 미카엘 그란 단스케은행 경제학자는 “비욘세가 고율의 인플레를 조장했다고 비난하는 것은 아니지만, 세계 각국의 팬들이 몰려들면서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준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스웨덴은 지난 5월 기준 물가상승률이 9.7%를 기록하는 등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콘서트, 여행 등을 통해 보내는 ‘재미있는 여름’은 더욱 강력한 긴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NYT는 “재미있는 여름 뒤에 고통스러운 가을이 올 수 있다”고 전했다.
토르스텐 슬록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수요를 억제하고 경기를 더 실질적으로 둔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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