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 아닌 적대국가로…” 北 외무성이 ‘현정은 방북불허’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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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측의 방북 계획에 대해 불허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대남 기구가 아닌 외무성을 발표 주체로 내세웠다.
이를 두고 남한을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가 아닌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보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현 회장의 방북계획에 대한 불허 입장은 김성일 북한 외무성 국장 담화를 통해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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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북한이 1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측의 방북 계획에 대해 불허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대남 기구가 아닌 외무성을 발표 주체로 내세웠다. 이를 두고 남한을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가 아닌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보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현 회장의 방북계획에 대한 불허 입장은 김성일 북한 외무성 국장 담화를 통해 발표됐다. 대남기구가 아닌 외무성이 이를 발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통상 남북관계 현안은 과거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나 통일전선부(통전부) 등 대남기구에서 발표해왔다. 최근에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직접 발언하는 경우가 많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이에 대해 "남북관계를 특수관계가 아닌 일반적 국가관계로 보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역시 "남쪽과의 관계를 '민족끼리'가 아니라 대적 관계로 설정하고 우리를 동포로 대하는 게 아니라 적대 국가로 대한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봤다.
이날 담화에서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영토의 일부분이며 따라서 우리 국가에 입국하는 문제에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는 아무러한 권한도 행사할 수 없다"고 밝힌 점도 주목된다.
그간 현대 측은 아태평화위와 접촉해 방북을 위한 초청장을 받고, 통일부로부터 승인받으면 방북했다. 이런 방식이 더는 유효하지 않음을 북한이공식화한 것이다.
향후 방북을 위해서는 다른 나라처럼 비자를 발급받는 절차를 거쳐야 할 가능성도 있다. 양 총장은 "우리가 다른 나라에 갈 때 비자가 필요하듯 그런 외교관계에 따라 외국인에 준해 남측 인사의 방북을 처리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북측이 "남조선의 그 어떤 인사의 입국도 허가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을 보면 다른 방식으로도 방북은 쉽지 않아 보인다.
남측의 통일부에 해당하는 기구로 여겨졌던 조평통이 아예 없어졌을 가능성도 크다. 과거 남북고위급회담이 열리면 남측의 통일부 장관과 북측의 조평통 위원장이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그러나 김여정 부부장이 2021년 3월 담화에서 "현 정세에서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어진 대남 대화기구인 조평통을 정리하는 문제를 일정에 올려놓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폐지를 경고했다. 실제 이후 조평통의 활동은 관찰되지 않고 있다.
북한의 현 회장 방북 거부는 최근 급속히 냉각된 남북관계를 여실히 드러낸다. 현 회장은 2018년 8월만 하더라도 정몽헌 회장 15주기 행사차 금강산을 방문했다. 하지만 5년새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 북한의 거듭된 무력 도발로 한미일 안보협력이 강화됐다. 북한은 이를 빌미로 군사력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더군다나 북한은 최근 해금강호텔 등 금강산의 남측 시설을 철거하고 있어 현 회장의 방북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애초에 크지 않았다
임 교수는 "현 정부에 대한 적대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아무리 자신들이 친분이 있다는 사람이더라도 이번 초청으로 의미 있는 대남 메시지를 보내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 자체를 원천 봉쇄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김성일 외무성 국장은 담화를 통해 "남조선(남한)의 그 어떤 인사의 방문 의향에 대하여 통보받은바 없고 알지도 못하며 또한 검토해볼 의향도 없음을 명백히 밝힌다"고 밝혔다. 현 회장 측은 내달 4일 고(故) 정몽헌 회장 20주기에 맞춰 방북을 추진 중으로 지난달 27일 통일부에 대북접촉신고를 제출했다. 정부가 이에 대한 수리여부도 결정하기 전에 사전에 방북을 차단한 것이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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