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기’ 뒤 ‘불안’을 말한 LG 김현수의 집념…18년 차 베테랑의 반등을 이끈 원동력

배재흥 기자 2023. 7. 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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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베테랑 김현수. 구단 제공



프로야구 선두 LG의 베테랑 김현수(35)는 지난 5월 지독한 타격 부진에 시달렸다.

김현수는 개막 한 달 23경기에서 타율 0.400, OPS(출루율+장타율) 1.023의 맹타를 휘두르며 ‘타격 기계’라는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줬다. 상승세였던 타격감은 5월 들어 고꾸라졌다. 그는 5월 출전한 21경기에서 타율 0.148, OPS 0.380이란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불과 한 달 사이 차갑게 식어버린 타격감에 김현수는 답답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김현수의 잠들었던 타격감은 6월 들어 다시 깨어났다. 그는 지난달 22경기에 나가 타율 0.345, OPS 0.872로 LG에서 가장 많은 24타점을 쓸어 담았다. 김현수의 물오른 타격감은 지난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전에서도 이어졌다. 이날 경기의 분위기는 5회까지 KIA가 주도했다.

KIA 선발 양현종은 2회 오스틴 딘에게 선제 솔로포를 허용했으나 2회부터 안정을 되찾았다. KIA 타선은 3회 나성범과 최형우의 연속 적시타로 역전을 만들었다. 나성범은 5회 LG 선발 케이시 켈리의 초구 시속 129.5㎞ 커브를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을 날렸다.

LG는 야금야금 따라갔다. 1-4로 뒤진 5회 1사에서 김민성의 2루타가 터졌고, 후속 타자 홍창기의 적시타로 1점을 만회했다. 6회에는 KIA 바뀐 투수 장현식을 상대로 이미 아웃 카운트 2개를 잡힌 상태에서 동점을 만들었다. 문보경의 안타와 박해민, 이재원의 연속 볼넷으로 만든 만루에서 홍창기가 간결한 타격으로 2타점 동점 적시타를 뽑았다.

마침표는 김현수가 찍었다. 9회말 4-4 동점에서 선두 타자 신민재가 2루타를 치고 나가 경기를 끝낼 기회를 만들었다. 홍창기가 삼진을 당했으나 이어진 문성주의 안타로 1사 1·3루가 됐다. 김현수는 KIA 전상현의 초구를 타격해 2루수 글러브를 맞고 외야로 빠져나가는 역전 결승타를 때렸다. 개인 통산 8번째 ‘끝내기 안타’였다. 김현수는 이날 4타수 2안타 1타점 1볼넷으로 활약했다.

LG 김현수가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치고 승리한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잠실|배재흥기자



경기 뒤에 만난 김현수는 끝내기 상황을 돌아보며 “투수가 실투를 많이 하지 않기 때문에 집중력을 올려 스트라이크로 들어온 공 하나를 한 번에 안으로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후배들이 좋은 기회를 만들어줬고 수비수들도 부담스러운 상황에 운도 따라줬다”고 말했다.

반등에 성공한 6월, 그리고 끝내기 안타까지. 김현수는 그러나 여전히 ‘불안’을 이야기했다. 그는 “잘해도, 못해도 불안한 게 야구인 것 같다. 언젠간 내 자리를 뺏길 수 있다는 불안함 속에서 항상 야구를 하고 있다”며 “그래서 지금도 연습을 놓지 못한다. 항상 발전해야 하고, 노력해야 하고, 변해야 한다”고 털어놨다.

LG는 이날 김현수의 끝내기 안타로 5연승을 질주했고, 승패 마진 ‘+20’으로 리그 선두를 지켰다. 그는 “기분은 엄청 좋은데, 앞으로 내려갈 수도 있어서 한 경기, 한 경기를 끊어가며 이기는 게 중요하다. 계속 이기면서 전반기를 마무리하고 싶다”고 미소를 지었다.

잠실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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