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악몽도 못말린다…“중국보다 미국이 좋다”는 이 나라 [신짜오 베트남]
베트남의 역사를 보면 묘한 국면이 있습니다. 미국과 오랫동안 전쟁을 벌인 나라이면서 국경을 접한 중국과도 국지전을 치른 경험이 있습니다. 게다가 베트남은 미국과 중국 모두와의 싸움에서 지지않은 나라입니다. 그런 베트남이 미국과 중국을 소재로 한 두개의 기사를 놓고 전혀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얼마전 미국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는 베트남 휴양지로 유명한 베트남 다낭에 입항했습니다. 미국의 항공모함이 베트남 다낭에 간 것은 이번이 세번째입니다. 로널드 레이건호는 일본 요코스카항을 주기지로 하며 승무원 5000명이 타고 있는 거대 함정입니다. 동북아 미군의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 자산 중 하나입니다.
25일 열린 항공모함 환영식에서 다낭시 부시장을 비롯한 베트남 측 관계자들이 여럿 나와 미국 항공모함 입항을 환영했습니다. 재밌는 것은 베트남 중부 지역인 다낭은 베트남 전쟁 당시 가장 극심한 전투가 펼쳐졌던 곳이라는 점입니다. 불과 수십년전 치열하게 싸웠던 두 나라중 하나는 항공모함을 보내고, 다른 나라는 이를 기념하는 환영식을 여는 묘한 광경을 연출한 것입니다.
미국 항공모함이 베트남에 간 것은 양국 해양전력 교류를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그 타깃은 중국입니다. 중국은 남중국해 일대를 일방적으로 자국 영토로 편입하며 태평양 일대에 중국 패권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베트남은 여기에 가장 격렬하게 저항하는 나라 중 하나이고, 이런 측면에서 베트남과 미국은 중국이라는 공통의 적을 설정한 상황입니다. 그렇기에 해양전력 핵심자산인 미군 항공모함이 베트남 영토 안으로 들어가며 무력시위를 하는 것입니다.
재밌는 것은 여기에 달린 베트남 국민의 댓글입니다. 하나같이 찬양 일색입니다. “미국 항공모함이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 매우 기뻤다. 이것은 베트남과 미국의 관계가 점점 더 좋아지는 것을 보여준다.”, “평화와 우정, 발전의 희망을 위해 로널드 레이건호의 방문을 환영한다.”, “베트남과 미국은 해양 공동해양구역의 보안과 안전을 위해 협력한다”는 댓글과 함께 “인간이 만든 위대한 경이로움”이라는 극찬의 댓글까지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과거 우리를 침략한 미국을 성토하자’거나 ‘미군 물러가라’등의 댓글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미국을 향한 베트남의 이같은 태도는 그들 특유의 자신감에도 기인합니다. 베트남 입장에서 베트남전은 ‘베트남이 미국에 승리한 전쟁’입니다. 그렇기에 베트남은 승자 특유의 여유가 있고 미국을 바라보는 시선에 ‘한’이나 ‘회한’같은 걸 찾아볼 수 없습니다. 또한 중국이라는 공동의 적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존재를 더 필요로 하는 상황에 직면하며 미국에 대한 호의적인 태도가 나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같은 시기 베트남 뉴스는 또 하나의 사건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팜민찐 베트남 총리가 중국에 방문해 여러 일정을 소화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팜민찐 총리는 25일 부터 28일까지 톈진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에서 리창 중국 총리의 초청을 받았습니다. 이번 팜민찐 총리의 방문은 양국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 수립 15주년을 기해 이뤄졌습니다. 그가 총리 자격으로 중국에 공식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해당 기사에는 베트남에 투자하는 중국의 노력과 양국간 막대한 교역액 등이 빠짐없이 적시되어 있었지만 이 내용으로는 베트남 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이 기사와 비슷한 기사 여럿을 빠짐없이 검색했지만 댓글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그만큼 대중을 상대로 중국이란 이슈가 베트남에서 인기있는 주제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미국 항공모함 다낭 입항과 베트남 총리 중국 방문이란 두가지 이슈에 각기 다르게 반응하는 베트남 국민의 댓글은 지금 베트남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베트남은 중국과 ‘사회주의 동맹’관계지만 국익을 위해선 미국과 손을 잡아야 한다고 본능적으로 느끼는 듯 합니다. 베트남의 선택이 꼭 정답이라는 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아시아 패권국가를 자처하며 힘을 과시하는 중국을 바라보는 눈길이 주변 국가에게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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