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다고 해서 ‘제로’ 먹었는데…알고 보니 발암물질이라고?
담배·석면 1군, 야근·살충제 2A군, 커피 3군
식품업계는 영업부진 걱정, 소비자는 암 걱정
“제로 슈거로 산뜻하고 부드러운 맛.”
설탕 대신 인공감미료를 넣었다며 ‘건강한 단맛’을 표방해온 식품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인공감미료 중 하나인 ‘아스파탐’을 발암물질로 분류할 계획이라는 소식 때문인데 마케팅은 물론, 제품 구성 자체를 바꿔야 할 수 있단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1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오는 14일 아스파탐을 ‘사람에게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2B군)’로 분류할 예정이다. 발암 가능 물질이지만, 인체 관련 자료가 제한적이고 동물 실험 자료도 충분치 않은 경우가 2B군에 해당한다.
논란이 된 아스파탐은 설탕의 약 200배 감미를 내는 것으로 알려진 식품첨가물이다. 아주 적은 양을 사용해도 단맛을 강하게 낼 수 있어 사탕이나 발효음료, 절임식품, 주류 등에 폭넓게 활용된다. 최근 들어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열풍과 더불어 주목받는 물질이다.
아스파탐은 현재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200여개국에서 사용을 승인받아 활발히 쓰이고 있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 역시 받았다. 지난 1980년에는 WHO 산하 국제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도 아스파탐이 안전하다고 인정하고 일일 권장량을 제시하기도 했다.
아스파탐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각이 바뀌면 국내 시장에서도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제로 칼로리 열풍’이 불었는데 그 중심에 아스파탐이 있기 때문이다. 식품업계는 적잖이 당황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물론 아스파탐 외에도 단맛을 낼 수 있는 식품첨가제가 있다”며 “(WHO 발표 후) 특별히 공정 과정에서 크게 바꿀 것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필요에 따라 대부분 기업이 무난하게 제조법을 수정·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기업 입장에서 가장 문제인 건 건강한 먹거리, 제로 칼로리를 내걸고 있는 지금의 마케팅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인공감미료 전반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면 영업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식품업계 연구직 종사자는 “가장 등급이 높은 1군에 담배와 석면, 가공육 등이 있다. 햄이나 베이컨을 많이 먹으면 당연히 몸에 안 좋겠지만, 담배와 마냥 같은 선상에 놓고 볼 수는 없지 않으냐. 성분뿐 아니라 양도 고려해야 한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2A군에는 튀김류나 붉은 고기가 속한다. 심지어 야근이나 살충제(DDT)도 2A군”이라며 “아스파탐이 2B군으로 설정되면 커피(3군)보다는 위험하고, 야근보다는 덜 위험하다는 셈이다. 쉽게 이해되지는 않는 기준”이라고 지적했다.
식약처는 IARC와 JECFA의 정확한 연구 결과가 아직 발표되지 않은 만큼 신중히 상황을 관망하는 분위기다. WHO의 연구 결과와 미국, 일본 등 해외 국가들의 동향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IARC가 아스파탐을 2B군으로) 평가할 예정이라는 것만 나온 상태”라며 “일단 정확한 결과가 나와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가 나오면 그에 대해 전문가 검토를 한다든지, 한국과 기준이 유사한 데(다른 나라)를 살펴볼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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