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엘리엇에 1300억 물어줄 판인데…4년간 법률자문 등 대응에 156억 써

국제투자분쟁(ISDS)에 156억여 원 지출
복리이자·소송비용 고려 시 1300억 배상 예상
불복 취소 소송 “실익 없다” vs “모두 국민 혈세”

사진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연합뉴스

정부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을 둘러싸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의 벌인 국제투자분쟁(ISDS)에 156억여 원을 지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1일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엘리엇 ISDS 소송 관련 예산 내역’에 따르면 복지부는 2019년부터 올해까지 엘리엇 사건 대응에 총 156억2900만 원을 집행했다.

이 중 법률 자문 비용이 99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정부는 국내에선 법무법인 광장, 국외에선 영국 로펌 ‘프레시필즈 브룩하우스 데린저’를 선임했다.

중재행정 비용과 중재판정부 행정 비용으로는 각각 41억 원과 14억 원이 쓰였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심리기일 참석을 위한 정부대표단 여비로는 2200만 원을 지출했다. 연도별로는 2019년 38억4600만 원, 2020년 51억7500만 원, 2021년 41억3300만 원, 지난해에는 24억4200만 원이 쓰였다. 올해 쓰인 중재판정부 행정 비용은 향후 정부로부터 청구될 예정이다.

지난달 20일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엘리엇 사건 중재판정부는 엘리엇 측 주장을 일부 인용해 우리 정부에 5358만693 달러(약 690억 원)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손해배상 금액인 7억7000만 달러(약 9917억 원)의 7% 수준이다.

복리 지연 이자와 엘리엇 측 소송 비용 지불을 고려하면, 정부가 엘리엇에 줘야 할 금액은 총 13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법무부는 PCA 결정에 대한 판정 취소 소송 등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일각에서는 엘리엇 측이 요구한 액수의 7%만 배상하라는 결론은 ‘선방’이며 추가 소송을 진행할 시 법률비용과 지연 이자가 추가돼 실익이 없을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일 엘리엇 또한 입장문을 내고 “중재판정에 불복해 근거 없는 법적 절차를 계속 밟아 나가는 것은 추가적인 소송 비용 및 이자를 발생시켜 (한국) 국민 부담만 가중될 것”이라고 말하며 배상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국내 전문가들은 신중한 대응을 요구하면서도 약탈적 헤지펀드에 혈세를 내어주는 것에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초 엘리엇이 요구한 약 1조 원조차 객관적인 산정 근거가 없는 금액이었다”며 “인용된 액수가 7％ 남짓이라고 수긍해서는 안 된다. 모두 국민 혈세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향후 현재 진행 중인 ISDS 소송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판정 불복 등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을 추진할 때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표를 행사하도록 했다며 지난 2018년 7월 ISDS를 제기했다.

조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