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표만 가득..장동윤 변신만 남은 '악마들' [김나연의 사선]

[편집자주] 영화를 보는 김나연 기자의 사적인 시선.

[스타뉴스 | 김나연 기자]

사진='악마들' 스틸컷

뻔한 소재로, 뻔하지 않은 전개를 원했지만, 결국 뻔하게 흘러갔다. 장동윤의 새로운 얼굴만 남은 '악마들'이다.

아무런 동기도, 흔적도 없이 연쇄살인이 이어진다. 범죄자들은 잔인한 살인 장면을 담은 스너프 필름을 제작해 공개하는데도 형사들은 도무지 그들의 정체를 밝힐 수 없다. 형사 '재환'은 살인마의 손에 소중한 동료이자 가족을 잃게 되고, 그의 뒤를 쫓는 데 몰두한다.

'재환'은 살인마 '진혁'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되고, 추격전 끝에 병실에서 눈을 뜨는데 알 수 없는 이유로 '진혁'과 몸이 뒤바뀌게 된다. 살인마의 몸에 들어간 형사와 형사의 탈을 쓰게 된 살인마. '진혁'은 '재환'의 가족을 인질 삼아 협박하고, '재환'은 살인마의 몸으로 살인마를 잡기 위한 필사의 추격을 시작한다.

'악마들'의 바디체인지 소재는 그간 여러 영화에서 선보였던 바 있다. 다만, 기존의 바디체인지 영화와는 달리 이를 스릴러 장르에 이식했고, 몸이 바뀐 후에 벌어지는 극적인 사건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긴장감을 배가했다.

분명 설정은 흥미롭고, 결말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궁금해진다. 다만,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과 결말은 흥미롭지 않다. 우선 두 인물이 몸이 바뀐 순간부터 물음표가 띄워지기 시작하더니 의문의 갈래는 느낌표로 연결되지 않는다.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안기기 위한 반전 장치를 깔아놓은 듯하지만, 이야기의 끝을 마주하는 순간 고개를 갸웃거리게 될 뿐이다. 더군다나 '절대 악'인 '진혁'은 물론 '재환'까지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해지다 보니 그 어느 캐릭터에도 몰입하기 힘들다.

심지어 '악마들'은 두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잔인하다. 시작부터 끝까지 다소 자극적인 장면이 스크린을 가득 채우면서 눈을 뗄 수 없기는커녕 눈을 저절로 감게 만든다. 누군가는 '불쾌하다'라고 느낄 만도 하다.

다만, 배우들은 그 안에서 고군분투한다. 특히 데뷔 첫 악역에 도전한 장동윤은 노래를 들으며 살인을 즐기는 연쇄 살인마로 변신해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부스스한 파마머리에 광기 어린 눈빛, 장동윤은 순한 얼굴을 지우고, 새 얼굴로 관객들과 마주했다.

장동윤은 "배우로서 못하는 장르가 있으면 불만족스럽지 않나. 안 어울릴 것 같은 역할이라서 더 욕심이 났다"고 밝힌 만큼, 이 작품의 완성도 여부를 떠나 그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힌 것은 분명해 보인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