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우위 美 대법원, 학자금 빚 탕감에 제동…바이든 상당한 內傷

임병선 2023. 7. 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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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 대법원의 학자금 대출 탕감 정책 제동으로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상당한 정치적 내상(내상)을 입게 된 바이든 대통령이 캠프 데이비드에서 주말을 보내기 위해 헬리콥터 마린 원에 오르는데 질 바이든 여사와 손자 보 바이든이 뒤따르고 있다. 워싱턴DC 로이터 연합뉴스

보수 우위의 미국 연방 대법원이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표 정책으로 추진해 온 학자금 대출 탕감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이미 2800만명이 신청했고, 4000만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됐던 일이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바이든 대통령의 내상(內傷)이 상당할 것으로 점쳐진다.

대법원은 30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해 8월 연간 소득 12만 5000달러(부부 합산 25만 달러) 미만의 가구를 대상으로 최대 2만 달러까지 학자금 채무를 면제해주도록 입안한 정책에 대한 두 건의 소송에 대해 나란히 6-3으로 정부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소송은 공화당이 장악한 여섯 주, 텍사스를 대신한 두 개인이 각각 제기했다. 내년 중간선거의 승부수로 추진해 온 4300억달러 규모의 ‘역대급’ 학자금 대출 탕감 정책이 존폐 기로에 서게 됐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인해 그동안 혜택을 기대했던 이들의 혜택이 날아가는 것은 물론, 사회 전반에도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보수 성향 대법관이 다수(6-3)를 차지하도록 재편된 대법원은 전날에도 대학의 소수인종 우대 입학 제도(어포머티브 액트)에도 위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을 비롯해 보수 성향 대법관들은 행정부가 이처럼 많은 비용을 수반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에는 의회의 승인을 필요로 하며 독자적 권한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2003년 도입된 ‘고등교육 구제 기회법’(HEROES Act)에 학자금 대출 탕감을 위한 법적 권한이 충분히 마련돼 있다고 주장해 왔지만, 대법원은 이를 일축한 셈이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대표 집필한 다수 의견을 통해 “교육부는 법에 따라 4300억달러 규모의 학자금 대출 원금을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해당 법은 기존 법령 또는 규제 조항을 수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지, 법 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작성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반면 진보 성향의 커탄지 브라운 잭슨, 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리나 케이건 등 세 대법관은 정부에 권한이 충분하다며 소수 의견을 통해 반박했다. 케이건 대법관은 대표 집필한 소수 의견을 통해 “의회는 이미 탕감 대책을 승인했으며, 장관은 이를 시행했고, 대통령은 이것의 성공이나 실패에 책임을 졌을 것”이라며 “그러나 대법원은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정부의 권한 밖이라고 판결해), 오늘날 4000만 미국인이 이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결정했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 이어 대국민 연설을 통해 대법원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하며 새로운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법원은 헌법을 잘못 해석했다”며 “학자금 대출 탕감 계획을 중단하려는 대법원의 결정은 잘못됐으며 실수”라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고등교육법에 근거해 교육부 장관이 특정 조건에 있는 학자금 대출을 면제하도록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수백만명의 학자금 대출을 구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대법원 결정으로 당장 학자금을 상환해야 할 위치에 놓이게 된 대상자들은 12개월동안 신용기관에 의뢰하지 않은 재상환 프로그램을 만들어 유예기간을 설정할 것이라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학자금 대출 탕감을 이뤄낼 것”이라고 단언했다.

민주당 중진들도 잇따라 비판에 나섰다. 대통령에게 그만한 권한이 없다는 발언을 했다는 취지로 로버츠 대법원장의 의견에 인용된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곧바로 성명을 발표, “대법원의 절대다수 공화당이 학자금 부채 탕감이 절실히 필요한 4000만명의 미국인을 잔인하게 부정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대통령에게는 대출 탕감을 취할 수 있는 또 다른 수단이 있으며, 그는 이것들을 반드시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대출자들을 빚더미에서 구제하겠다고 약속한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번 결정은 큰 좌절”이라며 “그의 정책 구상은 미국 역사상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행정 조치 가운데 하나가 될 수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NYT에 따르면 현재까지 2600만명이 학자금 대출 탕감을 신청해 정부는 1600만명의 신청을 승인했지만, 지난해 11월부터 소송 때문에 신청서 접수를 중단한 상태다. 아직 탕감 절차가 진행된 사례는 없다.

정치권에서도 학자금 대출 탕감을 놓고 오래 논란이 이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일 공화당이 주도해 의회에서 가결한 학자금 대출 탕감 폐지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 결의안은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은 물론이고, 상원에서도 조 맨친 의원 등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지지를 받아 통과됐다.

임병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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