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인종차별 경찰’ 규탄시위 격화…방화·약탈 잇따라

김지원 디지털팀 기자 2023. 7. 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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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계 소년, 교통검문 과정에서 경찰 총에 사망
마크롱, EU회의 참석 중 급거 귀국 “부모들이 자녀 단속해야”

(시사저널=김지원 디지털팀 기자)

프랑스 전역에서 10대에게 총을 쏜 경찰을 규탄하는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30일(현지 시각) 파리 북부 오베르빌리에에 버스 여러 대가 불에 타 있다. ⓒ AFP=연합뉴스

프랑스 파리 서부 외곽 낭테르에서 경찰이 교통검문을 피해 달아나려던 10대 운전자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시위가 점점 격화하고 있다.

나엘이라는 이름의 17세 소년을 숨지게 한 경찰관뿐만 아니라 프랑스 경찰의 인종차별적 관행을 싸잡아 비판하는 시위는 삽시간에 프랑스 전역으로 번졌다.

알제리계 출신으로 알려진 이 소년은 지난 27일 오전 교통 법규 위반으로 차를 멈춰 세운 경찰을 피해 달아나려다 경찰관이 쏜 총에 맞고 숨졌고, 그날부터 나흘 연속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내무부는 30일(현지 시각) 경찰이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 사이 전국에서 875명을 체포한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군경찰 249명이 부상한 것으로 파악됐다.

남부 포에서는 시위대가 경찰서를 향해 화염병을 던졌고, 북부 릴에서는 초등학교와 구청이 불에 탔으며, 다른 수많은 도시에서도 밤새 폭죽이 터지고 길거리에 세워놓은 자동차 등에 방화가 이어졌다.

프랑스 제2 도시 마르세유에서는 폭도 일부가 총기 매장에 쳐들어가 소총을 훔쳐 갔고, 파리 샤틀레레알에 있는 나이키 매장, 동부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애플스토어 매장 등이 밤사이 약탈을 당했다. 전국에 있는 식료품 체인 '카지노'에서도 물건을 도난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파리 북부 외곽 오베르빌리에에서는 버스 차고지가 공격받았다. 버스 십여 대가 불에 타면서 심각하게 훼손됐고, 이로 인해 파리를 관통하는 대중교통 운영에 일부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북부 루앙에서는 전날 밤 폭도들의 공격을 받은 슈퍼마켓 건물에서 젊은 남성이 추락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나엘의 모친은 현지 방송인 프랑스5 인터뷰에서 "나는 경찰 전체가 아닌, 내 아들의 목숨을 앗아간 경찰관 단 한 명만 탓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경찰이 무기를 불법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살인 혐의로 구속하고 조사 중이다.

프랑스 정부는 전날 파리에 5000명 등 전국에 4만 명의 경찰과 군경찰을 배치해 시위에 대응했다. 그러나 건물 492채가 훼손되고 자동차 2000대가 불에 탔으며, 화재는 총 3880건 발생했다.

일드프랑스 광역주는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파리를 포함한 수도권을 오가는 대중교통 운행을 중단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 조치를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총리실이 시위가 격화한 지역에 잡혀있는 대형 행사를 취소한다고 밝힘에 따라 곳곳에서 예정돼있던 콘서트와 축제 등이 줄줄이 취소됐다.

마르세유에서는 시위를 금지했고, 야외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에는 문을 일찍 닫을 것을 권했다. 또 오후 7시부터는 대중교통을 운행하지 않기로 했다.

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위해 전날부터 벨기에 브뤼셀에 머물렀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오후 긴급 대책 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공식 일정이 끝나기 전에 파리로 돌아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국무회의 발언에서 전날 밤 경찰에 체포된 시위대 중 3분의 1은 미성년자였다며 부모들이 자녀들을 책임지고 돌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청소년들이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오는 영상을 보고 폭력을 모방하는 일을 막기 위해 민감한 영상을 삭제하도록 관련 업체들과 협력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우파 공화당과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 등에서는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주재 각국 대사관들은 자국민에 안전 유의를 당부했고, 유엔은 폭력 사태를 우려하며 법 집행 과정에서 인종차별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주프랑스 한국대사관은 홈페이지에서 "특히 밤늦은 시간에 상업·공공 시설 기물 파손 및 차량 방화 등 심각한 수준의 폭력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며 심야 시간에 외출을 삼가는 등 안전에 각별히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프랑스와 인접한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대중교통이 프랑스 국경을 넘어가는 것을 막았다. 이곳에서 프랑스 국경을 오가며 출퇴근하는 인구는 10만7000명에 달한다.

라비마 샴다사니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프랑스 경찰에 의해 북아프리카계 17세 소년이 숨진 사건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은 국가가 법 집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종주의와 차별이라는 문제를 심각하게 다뤄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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