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에서 즐기는 칵테일 한 잔…‘꿈의 항해’를 떠나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2023. 7. 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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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관광개발 코스타 세레나 크루즈
매일 펼쳐지는 환상적인 쇼…심심할 틈 없어
오타루·하코다테 등 日 홋카이도 3개 도시 여행
트로트 가수 나태주·박세욱의 ‘선상 콘서트’
일본 아오모리항에 정박해 있는 롯데관광개발의 크루즈 전세선 코스타 세레나호.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
탁 트인 바다를 가로지르는 초호화 유람선. 넓은 갑판 위 선베드에 누워 즐기는 일광욕.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한 쇼의 향연. 일어나면 새로운 도시에 닿아있는 마법. 이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는 크루즈 여행은 모든 여행자들의 꿈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움츠렸던 크루즈 산업이 활기를 되찾는 분위기다. 지난 17일 롯데관광개발의 크루즈 전세선 코스타 세레나호가 2300여명의 관광객을 싣고 강원도 속초항에서 출항했다. 일본 홋카이도의 오타루·하코다테·아오모리를 거쳐 속초로 돌아오는 6박 7일의 일정을 떠났다.

움직이는 ‘바다 위 특급 호텔’

온종일 배를 타면 지루하지 않을까. 천만의 말씀. 11만4000t급의 코스타 세레나호에는 모든 것이 갖춰져 있다. 세레나호는 뱃머리에서 선미까지 길이가 290m로, 63빌딩을 눕혀 높은 길이보다 40m나 길다. 선내에는 카지노와 4개의 실내외 수영장, 피트니스센터, 면세점, 스파, 디스코텍 등 다양한 부대시설이 있다. 코스 요리를 즐기는 메인 레스토랑 2곳과 언제든 식사할 수 있는 뷔페 레스토랑, 라이브 쇼를 감상할 수 있는 스낵바를 비롯해 유료인 식당들도 있다.

크루즈에서는 신호가 잡히지 않아 별도 요금을 내야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할 수 있었다. 7일 중 전일 항해만 하는 날이 이틀이었기 때문에 심심할 것이란 우려와 달리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매일 저녁 방으로 배달되는 선상신문에는 다음날 진행되는 프로그램 일정, 쇼핑정보, 이벤트 등 다양한 정보가 적혀 있다. 뷔페에서 조식을 먹은 승객들은 신문으로 일정을 확인한 뒤 아침부터 분주히 움직였다.

크루즈 여행객들이 선상 위 수영장에서 수영하고 있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
크루즈 여행객들이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춰 말춤을 추고 있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


선내에서는 헬스 세미나, 요가 강습, 댄스 교습, 노래 경연대회 등 매일 10개가 넘는 다양한 체험형 프로그램이 열렸다. 승객들은 크루(crew)들이 직접 가르쳐주는 라틴 댄스를 추고, 잔잔한 음악과 함께 요가로 심신을 단련했다. 롯데관광개발 가수왕 선발대회에 참여해 노래 실력을 뽐내는가 하면, 신나는 비트에 맞춰 단체로 몸을 흔들기도 했다. 11년 전 전세계를 강타했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흘러나오자 트레이드 마크인 ‘말춤’을 추는 모습도 보였다.

피트니스 센터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러닝머신을 달리는 이들, 선상 위 수영장에서 물살을 가르는 이들 등 프로그램에 참가하지 않고 자유 시간을 보내는 이들도 많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갑판 위 선베드에 누워 넓게 푸르게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는 이들의 모습은 여유자적했다.

크루즈 승객들이 대극장에서 열린 아크로바틱 서커스를 감상하고 있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
크루즈 승객들이 대극장에서 열린 뮤지컬을 감상하고 있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


1400명의 승객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극장에서는 이탈리아 전통 가면극, 뮤지컬, 아크로바틱 서커스 등 다양한 쇼가 펼쳐졌다.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한 퍼포먼스에 승객들은 매 순간 감탄을 금치 못했다. 특히 트로트 가수 나태주와 박세욱의 공연은 그 어떤 공연보다도 인기였다. 소녀팬으로 돌아간 중년의 여성들은 2시간의 기다림도 마다하지 않고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줄을 섰다.

선장이 직접 주최하는 칵테일 파티 시간이 되자 멋지게 차려 입은 승객들이 대극장 앞으로 모여들었다. 이날 파티의 드레스 코드는 ‘화이트’였다. 크루즈 파티에서는 정해진 드레스 코드에 맞게 정장을 입어야 한다. 정장과 이브닝드레스를 갖춰 입은 승객들의 모습은 우아함 그 자체였다. 무대에 선 선장과 크루들은 승객들을 환영하며 칵테일 잔을 들어 올렸다.

정찬 도중 크루들이 깜짝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


매일 저녁에는 호화로운 정찬이 제공됐다. 애피타이저, 퍼스트 코스, 메인 코스, 디저트 순의 코스 요리는 수준급이었다. 정찬 중간에는 깜짝 공연도 열렸다. 신나는 노래에 맞춰 크루들이 춤을 추고 냅킨을 흔들며 흥을 돋구었다. 놀라 쳐다보던 승객들은 이내 박수를 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흥겨움을 더했다. 정찬은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뷔페에선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식사할 수 있어 배고플 틈이 없었다.

눈 뜨면 달라진 세상, 기항지 투어

크루즈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여행의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입출국 수속이 편리하다. 크루즈에서는 승선 시 여권을 수거해가는데, 맡긴 여권은 하선할 때 돌려받는다. 기항지 투어시에는 여권 복사본과 선상 카드만 있으면 된다. 체크인을 하면서 받는 선상 카드는 객실 키이면서 신용카드와 신분증 역할을 한다.

짐을 옮기지 않고 여러 국가를 둘러볼 수 있는 것도 크루즈 여행의 묘미다. 자고 일어나면 다음 여행지에 도착해 있어 도시 간 이동의 피로감을 덜 수 있다. 롯데관광개발 크루즈는 일본 홋카이도의 오타루·하코다테·아오모리를 방문했다. 기항지에 내려서는 현지 가이드가 동행하는 관광상품을 코스별로 선택할 수도 있고, 자유롭게 여행지를 둘러볼 수도 있다.

● 역사를 품은 운하, 낭만의 오타루

오타루 운하.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

첫 번째 기항지 오타루에 도착해 오타루의 상징인 운하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타루 여행 명소는 대부분 가까워 도보로 이동이 가능했다. 메이지 시대부터 쇼와 시대 초기까지 유통의 거점이었던 오타루 운하는 오랜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운하 옆에는 창고로 사용됐던 옛 건물이 남아있는데 현재는 레스토랑, 공방 상점 등으로 탈바꿈했다.

오타루 오르골당.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

약 1km의 운하 산책로를 여유 있게 걷다 보니 오타루의 명물 오르골당이 눈에 들어왔다. 오타루 오르골당은 일본 최대 규모의 오르골 전문점으로 세계 각국의 오르골이 전시되어 있다. 여기저기서 감미롭게 흐르는 오르골 선율들은 이 곳을 더욱 낭만적인 공간으로 만들었다.

일본식 회 해산물 덮밥 카이센동.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

오타루는 미식을 즐기기에도 적합한 도시다 .우선 일본 인기 만화 ‘미스터 초밥왕’의 배경이 되는 초밥 거리 스시야도리(壽司屋通り)가 있다. 이 거리에는 미슐랭 별점을 받았을 정도로 유명한 초밥집 외에도 가성비 좋은 초밥집들이 즐비하다. 현지의 신선한 해산물을 만날 수 있는 삼각시장도 인기다. 작은 시장 내에 가판대를 가득 채운 해산물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곳곳에 있는 식당에 들러 신선한 해산물로 만든 덮밥, 카이센동을 맛보는 것도 좋다.

사카이마치 거리(小樽堺町通り)에는 치즈케이크로 유명한 오타루 르타오 본점부터 홋카이도 대표 디저트 롯카테이, 바움쿠헨 맛집 키타카로 등 3대 디저트가 모두 모여있다. 덕분에 ‘빵지순례’(빵+성지순례) 성지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 홋카이도 남쪽 끝, 아름다운 항구 도시 하코다테

단애절벽으로 이루어진 다치마치 곶.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

두 번째 기항지는 홋카이도 남쪽 끝에 위치한 항구도시 하코다테다. 하코다테 도심을 이동할 때는 ‘시덴(市電)’이라 불리는 노면전차를 타는 것이 편리하다. 600엔(약 6000원)을 주고 1일 승차권을 구입해 종점인 야치가시라 역에 내렸다. 이곳에서 15분가량 언덕길을 올라가면 바다에 둘러싸인 단애절벽으로 이루어진 ‘다치마치 곶’에 닿게 된다. 다치마치 곶은 하코다테 남동쪽에 위치한 곶으로 쓰루가 해협이 한눈에 펼쳐지는 곳이다. 날이 맑아 바다 건너 아오모리현이 뚜렷하게 보였다.

바다가 보이는 언덕 하치만자카.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

언덕을 내려와 도심을 누비는 전차를 다시 타고 ‘하치만자카’에 도착했다. 하코다테는 19개의 언덕이 있어 ‘언덕마을’로도 불린다. 여러 언덕 중 가장 대표적인 언덕은 하치만자카로, 길 너머로 펼쳐진 바다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언덕이다. 쭉 뻗어진 언덕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바다의 모습은 아름다운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실제 여러 CF나 드라마, 영화 등의 배경이기도 하다.

하코다테 전망대에서 바라본 하코다테 시내 야경. 한반도 모양과 흡사하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

세계 3대 야경으로 꼽히는 하코다테의 야경은 필수 코스다. 노을이 질 무렵 로프웨이를 타고 하코다테산의 전망대에 오르니 하코다테 시내를 둘러싼 산과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일몰 후 어둠이 찾아오자 도심의 불빛들로 어우러진 야경은 환상적이었다. 특히 산 위에서 바라본 하코다테 시내가 한반도 모양과 닮아 인상에 남았다. 하코다테 야경은 관광객들이 많아 뷰 포인트를 선점하려면 미리 올라가는 것이 좋다.

●사과의 고장, 아오모리

네부타 박물관 ‘와랏세’에서 전시 중인 네부타.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

아오모리에서는 일본을 대표하는 여름 축제 중 하나인 네부타 축제가 매년 열린다. ‘네부타’는 대나무나 철사로 뼈대를 만들고 그 위에 색색의 한지를 붙인 거대한 인형을 뜻한다. 네부타를 얹은 수레를 수십 명의 인력이 끌고 가면 그 앞뒤로 대북과 피리 연주대, 하네토 등의 행렬이 따른다. 행렬의 규모가 대단해 축제 기간에는 일본 전역에서 관광객이 몰린다고 한다.

축제 기간에만 볼 수 있는 네부타를 언제든 볼 수 있도록 한 곳이 바로 네부타 박물관 ‘와랏세’다. 와랏세에서는 네부타의 역사와 문화, 제작 과정 등을 전시하고 있다. 실제 축제에서 사용되는 네부타를 볼 수 있는데 그 규모와 정교함이 가히 압도적이다.

사과의 고장 아오모리 에이팩토리에서 판매하는 애플 파이.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

와랏세 건너편엔 에이 팩토리가 있다. 에이 팩토리의 에이(A)는 사과(Apple)를 상징한다. 아오모리는 일본 사과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사과의 고장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높은 부사, 아오리 사과 등 사과 품종은 아오모리에서 생산된 사과를 개량한 품종이라고 한다. 에이 팩토리에는 사과로 만든 식초, 파이, 간장 등을 판매하고 있어 간단한 기념품을 구매하기 좋다. 특히 사과를 통째로 파이 안에 감싸 구워낸 파이가 유명하다.

하코다테 항에 정박해 있는 코스타 세레나호.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


속초로 돌아오며 6박 7일 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여행은 그간 크루즈에 대해 가지고 있던 선입견을 지워줬다. 은퇴 후 노년의 즐거움을 누리기 위한 여행이라고 생각해왔지만, 직접 타본 크루즈는 나이에 상관없이 즐길 거리가 많았다. 관광과 휴양 모두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만족스러웠다. 색다른 여행을 꿈꾼다면 크루즈에 탑승해 보는 건 어떨까.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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