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이닝 페이스’ 임기영 쓰고도 6월 5승7패… KIA가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증거

김태우 기자 2023. 7. 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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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시즌 불펜에서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헌신하고 있는 임기영 ⓒKIA타이거즈
▲ KIA는 필승조인 임기영을 승부처마다 투입하고 있지만 정작 등판시 팀 승률은 5할이 안 된다 ⓒKIA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KIA는 6월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경기에서 4-4로 맞선 9회 김현수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4-5로 졌다. 이 패배로 KIA는 3연패에 빠짐과 동시에 9위로 내려앉았다. 4-1로 앞서고 있던 경기에서 추가점을 내지 못했고, 불펜이 리드를 지키지 못하며 끝내 허무하게 경기를 마쳤다.

경기 초‧중반까지는 흐름이 나쁘지 않았다. 오스틴에게 선제 솔로포를 맞았지만 3회 2점을 곧바로 내며 경기를 뒤집었다. 5회에는 나성범의 대형 투런포가 터지며 4-1로 앞섰다. 더그아웃과 경기장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선발 양현종이 5회 1점을 내주기는 했지만 추가 실점 없이 2점 리드를 6회 불펜에 넘겼다. 전날 노게임으로 휴식을 취한 불펜투수들은 전원이 대기할 수 있었다.

그러나 5-2로 앞선 6회 불펜의 첫 주자로 나선 장현식이 투아웃을 잘 잡고도 안타와 연속 볼넷을 내주며 2사 만루에 몰렸다. 아웃카운트 하나만 잡으면 이닝을 마칠 수 있는 기회를 연거푸 놓쳤다. 그러자 KIA는 홍창기 타석 때 좌완 이준영을 올려 버티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홍창기는 이준영에게 통산 타율 0.500(8타수 4안타)로 강한 선수였고, 결국 2S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2타점 좌전 적시타를 치며 동점을 만들었다.

양쪽 모두 불펜 총력전이 가능한 가운데 연패를 끊어야 했던 KIA는 필승카드인 임기영(30)을 7회 1사 상황에서 올렸다. 반드시 이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임기영은 기대에 부응했다. 7회 오스틴과 오지환을 땅볼로 처리한 것에 이어 8회도 삼자범퇴로 막고 타선의 응답을 기다렸다. 그러나 타선이 9회 기회에서 최원준의 병살타로 기회를 날렸다.

KIA 벤치의 선택은 9회에도 1⅔이닝을 던진 임기영이었다. 가장 믿을 만한 투수였다. 하지만 선두 신민재의 타구가 우익선상으로 빠졌고, 임기영은 무사 2루에서 마운드를 내려갔다. 결국 전상현이 1사 2루에서 문성주에게 좌전안타를 맞은 것에 이어 김현수에게 2루수 강습 끝내기 안타를 맞고 고개를 숙였다. 임기영의 패전이 올라간 날이었다. 어쩌면 경기 내용과 패전은 어울리지 않았지만, 결과는 결과였다.

지난해까지 선발로 뛰다 올해 불펜으로 내려온 임기영은 말 그대로 분전에 분전을 거듭하고 있다. 시즌 초반에는 선발이 일찍 무너졌을 때 나서는 롱릴리프 몫을 수행했다. 그런데 임기영의 투구 자체가 좋고 불펜 주요 선수들이 경기력 조정차 2군으로 내려가면서 임기영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이기는 상황, 동점 상황, 혹은 따라가야 할 상황을 가리지 않고 나가기 시작했다. 6회부터 9회까지 등판 시점도 가리지 않았다.

▲ 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1군에 올라온 서재응 투수코치 ⓒKIA타이거즈
▲ KIA는 경기 상황에 맞는 수비 라인업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KIA타이거즈

임기영은 그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시즌 29경기에서 47이닝을 던지며 1승1패2세이브7홀드 평균자책점 2.49로 분전했다. 현재 KIA 불펜 투수 중에서 구위가 가장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가장 경기력이 좋은 선수임은 분명하다. 베테랑의 경험에 시원시원하고 공격적인 투구를 선보인다. 그러나 어느덧 144경기 환산 이닝 페이스는 100이닝을 넘어섰다. 순수 불펜으로 100이닝은 근래 야구에서 볼 수 없었던 일이다.

문제는 이렇게 임기영을 쓰고도 팀 성적이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쓰지 않는 것이 가장 좋고, 이렇게 썼다면 어쨌든 팀 성적이라도 좋아야 추후 휴식을 줄 여지가 생기는데 둘 다 안 됐다. 선수의 체력은 떨어지고, 팀 성적도 득을 보지 못하니 자칫 잘못하면 ‘헛수고’가 될 여지만 커진 셈이다.

5월부터 본격적으로 필승조에 편입된 임기영은 6월 12경기에 나가 16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1.69로 고군분투했다. 그런데 정작 KIA는 임기영이 나간 12경기에서 5승7패로 5할 승률을 못했다. 30일 경기처럼 임기영을 소모하고 진 경기가 많았던 것이다. 접전 상황이 많아지다 보니 임기영을 가장 중요한 승부처에 경우가 많았는데, 정작 다른 쪽에서 벤치의 승부수가 잘 통하지 않았음을 상징한다.

실제 KIA는 6월 한 달간 7승15패1무(.318)로 10개 구단 중 9위에 머물렀다. KIA의 아래에는 리그 최하위인 삼성(.280) 한 팀뿐이다. KIA는 6월 9번의 1점차 승부에서 모두 지는 등 접전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가뜩이나 선발 투수들이 이닝을 못 잡아주는데 불펜은 불펜대로 쓰고, 결국 경기는 지는 패턴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임기영의 투구 이닝과 등판시 승률은 이 꼬인 6월을 제대로 관통한다.

최근 KIA는 선발이 못 던져서, 불펜이 무너져서, 타격이 해결을 못해서, 수비가 실수를 해서 등 지는 패턴도 안 좋은 쪽으로 여러 가지다. 당장 승패 마진을 만회한다는 생각보다는, 아직 남은 경기 수가 많으니 장기적인 구상을 가지고 차분하게 경기력을 정비하는 과정이 진행되어야 한다.

외국인 투수 하나가 부진으로 빠졌고, 선발진이 제대로 안 서는 상황에서 불펜의 보직과 등판 상황부터 확실하게 정해두고 때로는 질서 있게 퇴장할 필요가 있다. 공격적인 승부를 걸어야 할 날, 공격보다는 수비가 더 중요한 날을 분류하고 그에 맞는 라인업을 구축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어차피 지금 전력으로 7연승, 8연승을 달리기는 어렵다. 물이 들어올 때까지 전력을 유지하며 잘 버티는 것도 장기 레이스를 치르는 벤치의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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