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들' 장동윤 "새로운 모습, 스스로 찾아야죠" [인터뷰]

서지현 기자 2023. 7. 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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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들 장동윤 인터뷰 / 사진=더콘텐츠온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장동윤은 욕심을 내지도, 초조해하지도 않는다. 그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을 받아들이며, 떠나간 것에 미련두지 않을 뿐이다.

'악마들'은 검거의 순간 서로의 몸이 바뀐 희대의 살인마 진혁(장동윤)과 형사 재환(오대환), 둘의 대결을 그린 바디체인지 액션 스릴러다.

장동윤은 '악마들'을 통해 차진혁과 최재환을 오가는 1인 2역 연기를 소화했다. 이에 대해 "그냥 '바디 체인지'였다고 설정하고 연기했다. 실제 저는 모든 설정을 알고 있지만, 복잡하게 생각하면 오히려 표현이 안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오대환 선배를 따라 한다면 진부하고, 재미없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그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게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장동윤이 소화한 연쇄 살인마 차진혁은 오로지 '쾌락'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인물이다. 패거리들과 이를 촬영하고, 인터넷에 업로드하는 엽기적인 사이코패스다.

이에 대해 장동윤은 "전 처음에 설정이 너무 과하다고 생각했다. 딥웹에 스너프필름을 올리는 것이 너무 과하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런 사례가 많다고 하더라. 외국에서도 많고, 대한민국에서도 일어나는 살인사건을 봤을 때 우리가 예상치 못한 인물이 많다"며 "진혁이도 힙합을 좋아하는 젊은 연쇄 살인마로 생각하면 충분히 있을법한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다만 제가 힙합은 취향이 아니라"고 웃음을 보였다.

악마들 장동윤 인터뷰 / 사진=더콘텐츠온 제공


흔히 작품 속 그려지는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들은 어두운 옷에, 조용한 성격을 가진 인물들이다. 다만 '악마들' 속 차진혁은 화려한 스타일링에 시끄러운 음악을 좋아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이를 두고 주연 배우 오대환은 "감독님은 '힙찔이'"라는 농담을 하기도.

장동윤은 "감독님이 의상이나 헤어스타일 등 외형적인 것들을 선택하셨다. 전적으로 감독님 의견이었다. 사실 저는 힙합을 전혀 안 좋아한다"며 "전 사실 저희가 일상 뉴스에서 접할 수 있는 현실에 있을법한 인물로 하고 싶었다. 다만 감독님은 조금 더 비주얼적으로 임팩트를 주고 싶으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장동윤은 "배우 입장에선 판타지적이고, 만화적인 캐릭터에 몰입하기 쉽지 않다. 영화에서 화장실에 조명이 빨간색, 파란색, 알록달록하다. 근데 어느 화장실이 그렇게 세팅돼 있냐"며 "제가 느낀 이 영화의 콘셉트는 '만화적'이다. 쫓기는 살인자가 어디서 그렇게 쇼핑몰에서 산 것 같은 화려한 옷을 구했나 싶다. 정말 잘 구했다. 진혁 패거리의 다른 인물들도 다 콘셉트가 독특하다. 마치 게임이나 만화에서나 볼 법한 인물들"이라고 털어놨다.

또한 연쇄 살인마 차진혁과 경찰 최재환의 경계선도 지켜야 했다. 장동윤은 "차진혁이 된 최재환이 도망칠 때 내재된 폭력성을 감독님이 의도하신 것 같다. 장면에서 일부 뺀 것도 있다. 최재환 치고는 과한 장면들이었다"며 "작품 속 최재환이 가진 연쇄살인마에 대한 분노와 차진혁이 갖고 있는 폭력성에 대한 임팩트를 주고자 설정하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악마들 장동윤 인터뷰 / 사진=더콘텐츠온 제공


매 장면마다 뛰고, 구르고, 피투성이가 됐던 장동윤은 이번 작품에 대해 "매 장면이 다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그는 "병원에서 수갑에 매여있다가 악 지르는 장면도 은근히 쉬울 것 같지만 힘들었다. 손목이 아프다고 몸만 움직이면 티가 난다. 감정적으로 격해지다 보면 몸을 움직이게 되고, 그러다 보면 감정소모도 심하고 체력적으로도 힘들다"고 말했다.

동시에 타이트한 촬영 스케줄도 소화해야 했다. 장동윤은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의 장점은 굉장히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촬영 기간을 길게 찍는다고 더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의도와 다르게 루즈해질 수 있다"며 "단점은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많은 걸 소화해야 해서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일정이 꼬여서 세 작품을 동시에 소화해야 했다. 오대환 선배도 예능까지 5개의 작품을 소화하셨고, 둘 다 신경이 곤두서 있어서 재밌는 이야기를 할만한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동안 '게임회사 여직원들' '땐뽀걸즈' '조선로코-녹두전' 등을 통해 맑은 얼굴로 밝은 배역을 소화해 왔던 장동윤은 '악마들'을 통해 180도 반전된 배역을 소화하게 됐다.

이에 대해 장동윤은 "사람들이 저에게 기대하는 바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제가 무언가를 계산해서 '이건 하고, 저건 안 해야지'라는 것보단 대본을 보면서 본능적으로 끌리는 작품을 하게 된다"며 "그렇다고 제가 한 번 써먹었던 무기를 계속해서 반복해서 쓴다는 것이 좋진 않다고 생각한다. 저는 잘 쏘는 하나의 슛이 없어서 여러 가지를 하면서 배우로서 자부심을 높이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제가 몇 년째 연기를 해오면서 느낀 건 새롭고, 도전해보지 않았던 걸 해보는 것이 재밌고 매력 있었다. 제 스스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악마들 장동윤 인터뷰 / 사진=더콘텐츠온 제공


이와 함께 장동윤은 "저는 제 자신에게 좀 가혹하다. 자신의 성공이 자신의 능력, 노력과 무관하게 순전히 운에 의해서 됐다고 생각하는 '임포스터 증후군'이라는 것이 있다. 실제로 할리우드 스타들이 많이 느낀다더라. 저는 할리우드 스타도, 뭣도 아니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배우분들도 많을 거라 생각한다"며 "저는 스스로가 잘나서 잘됐다고 생각하면 고통스럽다. 저보다 잘난 사람과 비교하면 자존감이 낮아지고, 급을 나눠버리면 끊임없이 불행해진다. 저는 실제로 배우는 운이 많이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저 역시 겸손하다기 보단 그런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고 고백했다.

아울러 장동윤은 "저는 조금씩 늙어가고 있고, 제가 더 잘생겨질 일은 없을 것 같다"고 웃음을 보였다. 이어 "배우로서 조금 더 원숙하고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다. 제가 40대가 돼서 귀염뽀짝 '땐뽀걸즈'처럼 분홍색 팬티를 보여드릴 순 없으니까"라며 "연차가 쌓이고 나이가 든 만큼, 다양한 걸 보여줘야 수요가 있다. 그 나이대에 보여줄 수 있는 연기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특별히 새로운 모습보다는, 천천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고 싶다"고 인사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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