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은 악마임이 분명하지만 불가피한 존재"
프리고진 같은 전쟁광 권력 장악하면 더 큰 위험
"푸틴 실각 따른 위험 증가 감수 못한다" 반응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러시아에서 바그너 용병그룹이 반란을 일으키면서 서방 지도자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축출되길 바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POLITICO)rk 30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푸틴이 무력화되는데 따른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없다는 뜻이다. 미국 등 러시아 적대국은 물론 중국 등 동맹국들까지 전세계 모든 나라가 푸틴 실각 이후 발생할 러시아의 혼란에 대해 우려하면서 예프게니 프리고진 바그너용병그룹 대표가 일으킨 반란에 대한 대응을 조율했다.
푸틴 실각 따른 위험 감수할 필요 없어
분명한 푸틴 후계자가 없는 현재로선 프리고진과 같은 전쟁광이 권력을 잡으면 너무 상황이 복잡해진다는 것이다.
정보요원 출신 안드레아 켄달-테일러는 “혼란 속에서 폭력적 과정을 거쳐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 푸틴보다 더 나쁜 독재자가 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다른 나라의 정권 교체를 요구하는 일이 드물기는 하지만 최근 미 정부의 행보는 특히 신중하다. 반란이 진행되는 동안 조 바이든 대통령과 참모들이 발언을 아끼고 신중한 자세를 유지했다. 러시아 내정이라고만 강조했다. 유럽국과 러시아 우호국들도 마찬가지였다.
중국 외교부도 “중국은 러시아가 국가 안정을 지키고 발전 및 번영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러 보유 핵무기 안위도 최고 우려사항
미국이 민중들이 독재자를 축출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일반적 시각이 있지만 푸틴의 경우는 미 정부가 공개적으로 그의 축출을 요구하면 우크라이나 상황이 악화하고 러시아의 압제가 심해질 우려가 크다.
지난해 3월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에 대해 “이 친구는 권좌에 있어선 절대 안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후 며칠 동안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정권 교체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고 해명해야 했다.
다만 유럽과 미 당국자들은 푸틴에 대한 도전이 커진 것은 분명하다고 인정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8일 푸틴이 약해졌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물론”이라고 답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중립적 입장을 유지해온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반란에 대해 언급하기를 피했다.
다만 직접 쿠데타를 진압한 경험이 있는 레제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반란 직후 푸틴과 통화한 뒤 대화에서 “어느 나라도 러시아에서 벌어진 일을 악용해선 안된다는 점이 강조됐다”고 소개했다.
푸틴 후임자 누구라도 헌법 무시할 전망
그러나 현재로선 푸틴의 후계자로 유력한 인물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 27일 마르크 루테 네덜란드 총리가 서방이 러시아의 혼란을 부추긴다는 푸틴 주장을 반박했다. “정반대로 러시아의 혼란은 유럽의 혼란을 촉발한다. 그래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푸틴은 앞으로 자신의 권력을 한층 강화하려 들 수 있다. 반면 이번 반란이 푸틴의 몰락이 시작됐음을 알린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 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는 세계가 러시아의 붕괴에 대비하는 것이 낫다고 촉구했다.
다만 역사에선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는 일은 드물다. 1990년대 소련 붕괴 과정은 훨씬 더 폭력적일 수도 있었다. 미국이 러시아에 너무 신중하게 대처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백악관의 한 당국자는 현재로선 푸틴이 “악마인 것은 분명하지만 정말 불가피한 존재”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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