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리틀 히어로’ 임영웅…장르가 된 그의 가능성은 어디까지

한겨레 2023. 7. 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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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미의 TV 새로고침][황진미의 TV 새로고침] KBS2 ‘마이 리틀 히어로’
물고기뮤직 제공

<마이 리틀 히어로>(KBS2)는 임영웅의 미국 여행을 담은 5부작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이다. 지금껏 특정 가수의 단독 리얼리티 예능을 공영방송에서 방송한 적이 있었던가. 특혜냐고? 오히려 임영웅이 팬서비스 차원에서 출연해준 것이다.

지금 임영웅은 코로나19 시국에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갑자기 뜬 일개 트로트 가수가 아니다. 지난해 5월 발매한 정규 1집 앨범 <아임 히어로>는 ‘대박’이 났는데, 타이틀곡이 발라드다. 앨범에는 트로트, 팝, 힙합, 댄스, 포크, 레게 등 다양한 장르의 곡이 수록되어 있다. 작년 한 해 전국 8개 도시에 이어 올해 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공연까지 총 28회의 단독 콘서트를 열었는데, 전회 빛의 속도로 매진되었고 약 25만명의 관객이 열광했다.

<마이 리틀 히어로>는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 무대에 오른 역사적인 순간을 중심에 두고, 가수 임영웅과 33살 청년 임영웅의 모습을 적절하게 안배한다. 요컨대 임영웅의 짠한 개인사를 안고 가면서 그의 무대와 팬들과의 접점을 그리는 동시에, 무한히 열린 미래를 암시한다.

첫 회에서 임영웅은 “어린 시절을 담은 동영상은 없고, 사진 몇장이 전부”라 말한다. 아버지가 없는 유년의 궁핍은 볼에 남은 흉터와 더불어 그의 짠한 스토리텔링을 형성한다. 그렇기에 “33살의 모습을 담아두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프로그램의 취지에 진정성을 부여한다. 임영웅이 엄마와 외할머니를 모시고 오징어찌개를 만든다. 미용사로 생계를 꾸려야 했던 엄마 대신 요리를 했던 사람은 주로 외할머니인 모양이다. 3대가 투박하면서도 다정하게 요리하는 모습은 ‘잘 키운 아들이자 자랑스러운 손자’의 이미지를 확고히 한다.

물고기뮤직 제공

임영웅은 여느 남성 트로트 가수처럼 남성적 ‘섹슈얼리티’나 강함, 박력, 능청, 넉살 등을 내세우지 않는다. 예의 바른 아들의 이미지를 내세움으로써 60대 이상의 여성들에게 위로와 힐링을 전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선곡 ‘바램’,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배신자’ 등도 모두 부모 세대 혹은 자신의 부모를 떠올리는 노래였다. 임영웅은 음색이 청아하고 호흡이 편안하며 트로트 특유의 꺾기, 긁는 소리, 엇박자 등의 기교를 삼간다. 무대 매너도 과함이 없다. 멘트 해야 할 때, 춤을 춰야 할 때 ‘허세’를 빼고 담백하게 보여준다. 첫 미국 여행을 위해 영어 강의를 듣는 임영웅의 모습도 차분하고 진중하다. 늘 무대에서 보여주는 ‘선을 넘지 않는’ 태도와 다름없다.

대망의 로스앤젤레스 공연. 미국 각지에서 온 교민들이 관객의 주를 이룬 가운데, 한국에서 건너간 팬들도 상당수다. 하기야 공식 팬클럽 ‘영웅시대’ 회원 수가 19만명을 넘는다. 60대 이상 여성 팬덤이 종교와 정치가 아닌 대중문화에 이만한 열정과 조직력을 보인 적이 있었던가. 임영웅 팬덤은 기부와 봉사활동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점은 개방성이다. 임영웅의 노래는 올드하지 않다. 곡진한 트로트가 아닌 정제된 발라드풍의 트로트로 팬들을 납득시켰다. 그뿐인가. ‘아비앙또’는 ‘임영웅표 레게, 임영웅표 힙합’이다. 60대 이상의 팬들이, 임영웅이 부르니까 레게풍 힙합을 듣는다. 장르를 넘어, 임영웅 자체가 장르가 된 셈이다.

한국방송 제공

혹자는 ‘임영웅표 레게, 임영웅표 힙합’이 다 무슨 말이며, 칼군무를 추며 노래하는 케이팝 가수들과 비교하면 “날로 먹는 것 아니냐”며 험구를 한다. 편협한 주장이다. 케이팝이 칼군무와 경쾌한 리듬, 강한 훅(후크) 멜로디를 기반으로 전세계를 석권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성공이 자랑스럽고 신기한 것과 별개로 그 노래들을 따라 부를 수 없고, 그 노래로 심금을 울리는 경험을 할 수 없는 중년 이후의 세대들이 있다. 임영웅의 노래는 케이팝 시장에서 소외된 이들의 귀에, 받아들이기 쉬운 형태로 ‘새로운’ 음악을 전해주고 있다. 또한 젊었을 때 조용필, 이문세, 변진섭, 김광석 등을 좋아했고, 나이가 들어 트로트에도 가끔 마음이 동하지만, 직설적이고 노골적인 트로트에 거부감을 느끼는 중년의 귀가 편안하게 안착하는 곳이 임영웅의 노래이기도 하다. 노년층에 이어 ‘베이비부머’ 세대가 임영웅 팬으로 새로 입덕함으로써, 갈수록 팬층이 두꺼워질 전망이다.

<마이 리틀 히어로>는 로스앤젤레스 공연 이후 자유로운 청년 임영웅을 보여주려는 듯 축구 하는 임영웅, 핫소스로 장난치는 임영웅 등을 보여준다. 앞머리를 내리고 안경을 쓴 얼굴이 볼수록 짓궂은 청년의 모습이다. 마지막 회에서는 경비행기 타는 모습과 광활한 미국의 자연을 배경으로 뮤직 필름을 찍는 모습을 보여준다. 흡사 날개를 활짝 펴고 뮤지션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느낌이다. 남의 노래를 부르던 가수에서 자기 노래를 부르는 가수로, 이제 자작곡이 가능한 가수로 날아올랐다. 임영웅의 가능성은 어디까지일까. 한국의 마이클 부블레? 아직 시작일 뿐, 가늠할 수 없다.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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