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중국화에서 한발 물러난 미국, 2024년 대선 승리 위한 선택”

이한경 기자 2023. 7. 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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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바이든 행정부 기술 전쟁으로 유리한 고지 점령”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6월 1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의 대(對)중국 정책에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그동안 '안보가 경제보다 우선'이라며 전 산업 분야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을 추진한 데서 한발 물러난 것이다.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담을 계기로 실익 없는 '탈(脫)중국'보다 첨단산업만 규제하고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 전통 산업의 규제를 푸는 '디리스킹'(derisking·위험 감소)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2월 중국 정찰풍선 사태 이후 미국 고위급 인사로는 처음 중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6월 1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디커플링과 디리스킹의 차이를 설명하며 "디리스킹은 미국의 기술이 미국 국가안보를 해치는 일을 막으려는 정책이지 중국을 봉쇄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에 탈중국화를 요구해온 미국이 태도를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에게 물었다. 전 소장은 여의도 금융가에서 17년간 반도체·IT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그 후 18년간 중국 경제 및 산업을 연구해온 '중국' 전문가다. 중국 칭화대 석사학위, 푸단대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기술 패권 시대의 대중국 혁신 전략' '한국의 신국부론 중국에 있다' '한국 반도체 슈퍼 을 전략' 등의 책을 펴냈다.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로도 활동 중이며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중앙대 경영전문대학원에서 MBA 학생들에게 중국경제론, 중국자본시장론, 글로벌 공급망 분석 등을 강의하고 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동아DB]

무역, 반도체, 환율로 日 좌초시켜

그동안 '중국 배제'를 외치며 동맹국들을 압박해온 미국이 자국 실리는 챙기고 있다. 미국의 속내와 목표는 무엇인가.

"그간 미국이 주장해온 '세계의 제조공장' 중국과의 탈동조화는 현실성이 낮을 뿐 아니라, 경제적 피해를 우려한 유럽 국가들의 입장과도 부딪쳤다. 이번에 미국이 보여준 스탠스 변화는 중국의 위협에 대한 공통 인식과 대응 필요성은 그대로 유지하되 구체적인 접근 방법에서는 유럽 국가들과 실리 측면에서 타협한 결과다. 새롭게 내세운 디리스킹은 규제 실익이 없는 전통 산업에서는 규제 완화와 협력을 도모하고, 첨단산업에서는 규제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의도하는 바는 대선 승리다. 1980년 이후 미국의 역대 대선을 보면 경제성장률이 2% 이하인 경우 집권당이 필패(必敗)했다. 조 바이든 정부가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탈동조화가 아닌 위험 감소로 재규정한 이유도 현 1%대 경제성장률로 2024년 대선을 치르면 결과가 뻔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 전까지 미국 정부와 만남은 거부하면서도 미국 경제인은 환대했는데.

"중국의 갈라치기 양면작전이다. 중국이나 한국과 달리 미국은 정부가 민간기업을 통제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미국 기업으로 하여금 미국 정부의 규제 해제 로비에 나서게 하려는 의도다. 미국 선거에서는 선거 기부금이 중요한데 기업은 중요한 스폰서이기 때문이다."

치열한 기술 패권 전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은 앞으로 어떤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갈까.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때 무역 전쟁으로 시작된 미·중 패권 전쟁은 바이든 정부 출범 후 기술 전쟁으로 바뀌었고, 미국의 강점을 살린 기술 전쟁은 중국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중국 기술 수준은 미국의 37~58%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미 1985년 일본과 한 차례 패권 전쟁을 치른 바 있다. 미국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3%까지 성장한 일본을 무역 전쟁, 반도체 전쟁, 환율 전쟁으로 좌초시켜 다시는 미국에 대적할 수 없게 만들었다. 중국은 지금 미국의 반도체 봉쇄에 대응해 국가 명운을 걸고 반도체 국산화에 올인하고 있다. 양국 기술 전쟁은 서로 피할 수도, 양보할 수도 없는 전쟁이다. 현재 미국 기술 중심 세계 표준은 앞으로 미국 기준(American Standard)과 중국 기준(China Standard)의 일구양제(一球兩制) 시스템으로 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중국 GDP가 미국을 넘어설 것으로 보나.

"미국 경제 조사 전문기관 콘퍼런스보드(CB)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030~2035년 사이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보는 반면, 일본과 영국은 추월 불가로 예측한다. 그럼에도 미국이 지금처럼 연 1~2% 성장하고 중국이 연 4~5% 성장하면 시간문제일 뿐, 중국의 미국 추월은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경제 규모가 미국을 추월한다고 해서 곧바로 중국이 패권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국력이나 경제력은 누적 개념으로 봐야 한다. 중국의 현 GDP는 미국의 73% 선이지만 2000년 이후 누적 GDP는 미국의 49% 선이다(그래프 참조). 누적으로 중국이 미국을 넘어서려면 2050년은 돼야 한다."

미·중 갈등 더욱더 심해질 것

미국 미래는 어떻게 전망하는가.

"‘팍스 아메리카나'(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평화) 시대가 저물고 트럼프의 'America First', 바이든의 'America Only'와 '동맹을 통한 중국 견제' 등이 등장했다는 것은 패권국이 지녔던 힘의 약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럼에도 미국 금융력은 중국의 20배 이상이다. 중국이 미국을 진정으로 넘어서려면 금융력에서도 앞서야 하는데, 이는 경제 규모가 미국을 넘어서는 2035~2050년은 돼야 가능하다. 중국이 미국을 대체하는 패권국으로 부상하기까지 아직 시간은 남아 있지만, 미국의 힘이 약화하고 중국의 힘이 강화하는 추세가 지속된다면 미·중 갈등은 더욱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미·중 갈등의 최대 피해국은 한국이라는 시각이 있는데.

"단기적으로는 미·중 갈등의 수혜자지만 양국 갈등이 길어지는 가운데 중국이 반도체 국산화를 이루고, 미국이 반도체 기술을 확보하면 당연히 최대 피해국은 한국이 될 수 있다. 미국과 중국보다 3~4단계 앞선 기술 격차를 유지하는 것만이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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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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