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전 '한화 8연승' 상대 LG 선발투수가 감독으로…기적의 연승 '타임머신' 이끈다
[OSEN=이상학 기자] 한화의 연승 타임 머신 시곗바늘이 18년 전을 가리키고 있다. 7연승에 이어 이제는 8연승 도전이다.
한화는 지난달 30일 대구 삼성전에서 6-1로 승리했다. 선발투수 문동주가 6이닝 3피안타 2볼넷 7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 5승째를 거뒀고, 새 외국인 타자 닉 윌리엄스가 1회부터 투런포로 KBO리그 데뷔 첫 홈런을 신고했다. 정은원도 2회 시즌 1호 마수걸이 홈런을 터뜨리는 등 투타 조화 속에 삼성을 눌렀다.
이로써 한화는 21일 대전 KIA전부터 시작된 연승을 ‘7’로 늘렸다. 지난 2005년 6월11일 대전 LG전 이후 6593일 만에 기록한 감격의 7연승이다. 2006년 한화 입단 후 2012년까지 활약한 메이저리거 류현진(토론토)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다.
이날 대구를 찾은 박찬혁 한화 대표이사가 7연승 확정 후 그라운드로 내려와 최원호(50) 감독에게 축하 꽃다발과 함께 샴페인을 선물로 건넸다. 2005년 당시 7연승을 이끈 김인식 감독 이후 한화는 한대화, 김응용, 김성근, 한용덕, 카를로스 수베로 등 5명의 감독과 한용덕, 이상군, 최원호 등 3명의 감독대행까지 8명의 사령탑을 거쳤지만 7연승은 언감생심이었다.
이제 한화는 8연승을 바라본다. 지난 2005년 6월4일 청주 두산전부터 6월14일 광주(무등) KIA전까지 9연승을 질주했는데 8연승은 6월12일 대전 LG전에서 기록했다. 1일 대구 삼성전을 승리하면 또다시 6593일 만의 기록이 된다.
당시 상대팀 LG의 선발투수가 지금 한화를 이끌고 있는 최원호 감독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당시 데뷔 10년차 베테랑 투수였던 최 감독은 한화 상대로 6이닝 8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6탈삼진 4실점으로 막았다. 6회까지 LG가 5-4로 리드한 상황에서 선발승 요건을 갖추고 7회 불펜에 마운드를 넘겼다.
그런데 7회 마운드에 오른 송현우가 선두타자 이도형에게 중월 솔로 홈런을 맞아 5-5 동점이 됐다. 최 감독의 승리가 날아간 순간. 여세를 몰아 한화는 백재호의 안타, 조원우의 희생번트, 제이 데이비스의 볼넷으로 이어진 2사 1,2루에서 4번타자 김태균이 바뀐 투수 박만채에게 우전 적시타를 터뜨리며 6-5로 역전했다.
8회 우중간 2루타로 출루한 이범호가 상대 폭투로 홈을 밟아 쐐기점을 올린 한화는 7-5 역전승으로 8연승에 성공했다. 7회 4번째 투수로 나온 차명주가 1⅓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 이날 경기에 출장한 한화 선수 19명 중 현재 한화에 몸담고 있는 사람은 고동진 작전·주루코치가 유일하다. 8연승 경기 당시 2번타자 우익수였던 고동진 코치는 현재 3루 베이스코치도 맡고 있다.
18년 전 상대 투수에서 현재는 한화 감독으로 기록적인 연승 행진을 이끄는 최 감독의 감회도 새롭다. 최 감독은 “(2020년 6월) 감독대행을 했을 때 (역대 최다 18연패 기록을 세운) 삼미 슈퍼스타즈 얘기를 워낙 많이 들었다. 삼미 어린이 회원이었는데 삼미 연패 기록이 계속 나와 의식이 많이 됐다. 정말 상상도 하기 싫다”고 떠올리며 “그때 생각하면 지금 연승 이야기는 기분이 상당히 좋다”며 웃었다.
당시 한화가 14연패 중이던 상황에서 감독대행을 맡은 최 감독은 4패를 더해 18연패를 당했다. 1985년 삼미의 KBO리그 역대 최다 연패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불과 3년 전 악몽 같은 시절이 있었지만 최 감독은 정식 감독으로 40경기 만에 7연승에 성공하며 기적의 타임머신을 이끌고 있다. 최 감독 체제에서 한화 성적은 19승18패3무(.514)로 5할 승률을 넘는다.
한화는 1일 삼성전에 ‘승리 보증수표’ 리카드로 산체스를 내세워 8연승에 도전한다. 지난 5월 대체 선수로 합류한 산체스는 8경기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48을 기록 중이다. 한화는 산체스가 나선 8경기에서 7승1무로 한 번도 지지 않았다. 3연패 중인 최하위 삼성도 데이비드 뷰캐넌을 선발로 앞세워 한화의 8연승 저지를 노린다. 뷰캐넌은 올해 한화 상대 2경기 모두 승리하며 평균자책점 3.46으로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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