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테이프로 억만장자? 80년대 이탈리아에서 무슨 일이 [주말 뭐 볼까 O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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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엔리코는 페페에게 불법 복제테이프 사업을 제안한다.
그들이 내놓은 테이프는 원조 대접을 받고, 이를 재복제한 저가 테이프들이 거리 좌판에 등장하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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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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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가짜 양주를 제조해서 판다. 가족은 화목하다. 아버지를 위해 세 형제가 나서서 양주를 만들고, 판매를 돕는다. 첫째 페페(쥬세페 아레나)는 자라서 밀수업자가 된다. 둘째 엔리코(루이지 도리아노)는 DJ가 꿈이나 동네 음반가게 청소 일을 한다. 막내 안젤로(엠마누엘 팔룸보)는 소문난 싸움꾼이다. 셋은 부자가 되기를 원하나 언감생심이다. 1980년대 이탈리아에서 가난하기로 유명한 나폴리에서 그들은 빈한한 지역에 산다. 그런데 그들은 순식간에 억만장자가 된다. 이탈리아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유명인사가 되기도 한다. 비결은 무엇일까.
①재능을 담은 불법 복제테이프
엔리코는 대중음악에 박식하고 선곡 능력이 빼어나다. 음반가게가 갑자기 문 닫으며 돈 벌 길이 막힌다. 페페도 생계가 막막하다. 엔리코는 페페에게 불법 복제테이프 사업을 제안한다. 엔리코가 사람들의 취향에 맞춰 곡을 선별해 녹음한 테이프들이 큰 인기를 끈다. 페페가 판로를 개척하고 안젤로가 폭력배들의 개입을 막는 역할을 맡는다. 세 형제는 스포츠카 람보르기니를 살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돈을 모은다.
세 형제는 대범한 데다 사업수완까지 갖췄다. 사채를 끌어 쓰면서까지 사업을 빠르게 확장한다. 비밀아지트를 만들어 경찰 수색을 따돌리기도 한다. 산레모 가요제가 끝나기도 전에 가요제에서 불린 노래들을 테이프에 담아 파는 순발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②이탈리아 시장점유율 1위까지
형제들이 파는 테이프는 ‘믹스드 바이 에리’ 상표로 유통된다. 에리는 엔리코의 애칭. ‘엔리코가 선별한’이라는 의미다. ‘믹스드 바이 에리’는 이탈리아, 특히 남부에서 하나의 대중문화 현상이 된다. 그들이 내놓은 테이프는 원조 대접을 받고, 이를 재복제한 저가 테이프들이 거리 좌판에 등장하기까지 한다. ‘믹스드 바이 에리’가 이탈리아 음반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기괴한 상황까지 만들어진다.
음반 회사들이 가만 있을 리 없다. 경찰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 하지만 세 형제가 불법 복제테이프를 제조한다는 증거를 잡긴 쉽지 않다. 과연 세 형제의 거침없는 사업 행보는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③1980년대 이탈리아 사회 풍자
영화는 세 형제의 사업과 축재에만 초점을 맞추진 않는다. 당대 이탈리아의 시대상과 부조리한 사회의 면모를 들춘다. 어수선한 거리에 늘어선 낡은 빌딩과 가난한 사람들이 가득한 나폴리와 고급 승용차가 즐비하고 거리가 깔끔한 북부 밀라노의 대조가 이탈리아의 심각한 지역 격차를 암시하는 식이다.
세 형제의 사업은 엄연히 불법이다. 하지만 마피아가 활개 치는 나폴리에서 자란 그들에게 불법은 생활의 한 부분이다. 이미 부자임에도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세 형제와 결탁하는 밀라노 음반 회사 중역 역시 세 형제와 다르지 않다. 과연 형제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이탈리아인은 얼마나 될까.
뷰+포인트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엔리코 3형제가 판매한 불법 복제테이프는 1억5,000만 개 정도라고 한다. 형제들이 받은 형량은 4년 6개월 남짓이다. 재산은 모두 몰수됐다. 영화는 1980년대 유행가들로 흥을 돋우고, 형제의 좌충우돌 언행으로 한 시대를 풍자해낸다. 형제의 불법적인 행태가 밉지 않은 건 그들의 순박한 악동 기질 때문이리라. 막판에 돈과 관련해 작은 반전이 숨어있다. 엔디 크레디트가 다 올라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3형제와 산레모 가요제의 비밀이 비로소 밝혀지니까.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100%, 관객 90%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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