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통일전망대에 제주 돌하르방
◀ 김필국 앵커 ▶
국토의 최남단, 제주도 서귀포시 주민들과 남한의 최북단인 강원도 고성군 주민들이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자매결연을 맺고 교류해온 지 20년 가까이 됐다고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지난해엔 고성 주민들이 서귀포를 방문했고, 또 올해는 서귀포 주민들이 고성을 찾아 특별한 조형물도 설치했다는데요.
그 현장을 이상현 기자가 찾아가봤습니다.
◀ 리포트 ▶
"고치글라 고치가게 (같이가요 함께해요)
느영 고치글민 지꺼짐이 열배여 (너랑 함께가면 즐거움이 열배야)"
지난해 여름, 제주도 서귀포에서 만나 제주 말로 만들어진 노래를 부르고, 제주 올레길에 조성한 평화바람길을 시원한 제주 바람을 맞으며 함께 걸었던 국토 최남단 서귀포와 남한 최북단 강원도 고성의 주민들.
올 여름엔 서귀포 주민들이 강원도로 올라와 고성에서 만났습니다.
"안녕하세요?" "환영합니다." "오랜만이네요, 1년 만이니까. 그런데 하나도 안 변하셨어~"
[이태영/민주평통 강원고성군협의회장] "남북 고성으로 갈라진 그런 지역이라서 남달리 통일에 대한 염원이 굉장히 강한 지역입니다. 제주도는 평화에 대한 염원이 굉장히 강한 지역이고, 두 지역 간의 주민들이 언어와 풍습이 다르긴 하더라도 통일이라든가 평화에 대한 갈망은 대동소이하다고 봅니다."
이런 뜻에서 자매결연을 맺고 매년 국토를 관통해 상호 방문을 해온 지 18년.
이북 사투리와 특유의 제주 사투리로 처음엔 좀 어색했지만요.
그 어느 지역보다 금세 공감대가 쌓였습니다.
"강원 고성! 제주 서귀포! 파이팅!!"
[강승해/민주평통 제주서귀포시협의회장] "이 분들이 제주도로 왔을 때는 분단의 아픔을 갖고 내려오시고 우리가 이쪽에 왔을 때는 최남단이지만 (4.3같은) 역사의 아픔을 갖고 올라오기 때문에.. 분단과 이념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이뤄졌는데 하루 빨리 통일이 되면 그런 아픔의 분단이라든가 아픔의 역사라든가 이런 것들이 사라지지 않을까."
고성에서 만난 두 지역 주민들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북한 지역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민간인통제구역 안의 통일전망대.
특히 최남단 주민들은 처음 접한 북녘의 모습, 금강산 봉우리들의 절경과 해금강의 아름다움에 푹 빠졌습니다.
[이연정/서귀포 주민] "일단은 감격스럽고요. 바로 앞에 지척에 북한 땅이 있잖아요? 한 번에 바로 볼 수 있는 곳인데도 불구하고 가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일단 있고 또 하나는 바로 앞에 있어서 금방 통일이 돼서 갈 수 있다라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그런 소망을 담은 특별한 선물도 공수해왔습니다.
"하나! 둘!! 셋!!!"
베일을 벗자, 각각이 문인과 무인을 상징한다는 돌하르방 한 쌍이 나타납니다.
[이상현 기자/통일전망대] "국토의 최남단 제주의 상징물이 남한의 최북단 이곳 강원도 고성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북한이 지척인 고성 통일전망대 앞을 지키며 앞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게 됩니다."
4년 전 세워진 마을의 수호신, 장승 옆에서 존재감을 뽐내게 된 제주 수호신 돌하르방.
한라산의 정기가 고성 일대의 금강산을 거친 뒤 백두산에 이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제주에서 현무암으로 만들어져 올라왔습니다.
[이종우/제주도 서귀포시장] "분단의 상징인 강원 고성의 벽이 무너져서 대륙으로 나가는 기회가 되고 최남단인 우리 제주 서귀포는 최남단이 아니라 대양으로 뻗어나가는 최첨단 기지가 돼서 대한민국이 번성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함명준/강원도 고성군수] "최남단과 최북단이 자매결연을 맺고 18년간 이어오면서 하나의 결실의 의미로서 이렇게 하르방을 가져다 세워놓은 것이 우리가 같이 만들어내는 염원을 형상화해서 세운 것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 최북단 돌하르방을 뒤로 하고 두 지역 주민들은 부근의 화진포로 향했습니다.
이승만과 김일성.
남북 정부 초대 수장들의 흔적을 찾아선데요.
한국전쟁 이후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별장으로 지어졌던 건물.
[한승국/고성 주민] "금강산에서 오는 정기 그 다음에 설악산 그 사이에 위치한 아주 천연적인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는게 고성입니다. 또 바다가 보시다시피 깨끗하고 맑고 환경적으로 아주 좋습니다."
인근에선, 한국전쟁 이전까지 김일성 일가의 여름휴양 별장으로 활용됐다는 건물을 방문해, 우리의 굴곡졌던 현대사를 다시 한번 살펴보며 통일의 중요성과 그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도 가져봤습니다.
[이경익/서귀포 주민] "조그마한 통일에 대한 씨앗이 진짜 널리널리 퍼져가지고 멀지 않은 미래에 통일이 돼서 우리 미래 세대에게 통일된 한국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게.."
한라산에서 금강산, 그리고 백두산을 잇자는 소망을 품고 20년 가까이 이어져온 국토 최남단과 남한 최북단의 만남.
통일의 그날까지 같이, 그리고 즐겁게 가자며 최남단 노래를 이번엔 최북단에서 함께 불러봤습니다.
"고치글라 고치가게 (같이가요 함께해요)
느영 고치글민 지꺼짐이 열배여 (너랑 함께가면 즐거움이 열배야)"
통일전망대 이상현입니다.
이상현 기자(sho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499019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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