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술보다 정성? 정성운동과 북한 의료현실
◀ 김필국 앵커 ▶
의료진이 자신의 피와 살을 환자에게 내어준다. 지난 시간 살펴봤듯 북한이 강조하는 정성 운동을 상징하는 말인데요. 오늘은 북한이 왜 이 정성 운동을 강조하는지 그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 차미연 앵커 ▶
지난주에 이어서 남북한 의료 전문가 두 분 모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 차미연 앵커 ▶
네 오늘 키워드가 정성인데요. 이 말에 대한 느낌이 남북한에서 좀 다를 것 같습니다. 어때요?
◀ 김지은 ▶
북한에서는 정성이라는 단어는 사실 북한에서 굉장히 많이 쓰고 있는 단어이고요. 아마 한국 의료인들의 입장에서는 마음속에는 누구나 다 환자에 대한 애틋한 마음 책임성 같은 건 가지고 있을 거지만 그렇게 북한처럼 정성 정성 정성 하고 붙여놓고 이렇게 하지는 않을 것 같거든요. 그런 부분들이 남과 북이 좀 다른 부분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 김필국 앵커 ▶
정성을 강조하고 정성 운동을 펼치는 북한의 보건의료 북한 티비에선 그런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여기는 진귀한 약초들이 많아 예로부터 약초고장으로 유명한 평안남도 신양군입니다."
◀ 김필국 앵커 ▶
평안남도 신양군의 한약 제약 공장인데요. 인민의 건강을 위해 효능 높은 고려약을 생산하는데 정성을 다하자고 강조합니다.
"우리 부모, 처자들, 형제들이 먹는다고 생각하고 자기가 아플때 약을 먹는다고 이런 심정에서 모든 정성을 다 바쳐서 양심적으로 생산할 때만이 실질적으로 제품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 약을 생산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차미연 앵커 ▶
한편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에 열린 정성 경험 토론회. 매년 열리는 이 토론회에서 보건의료인들은 각자의 정성 경험을 나눈다고 합니다.
"지극한 정성과 높은 책임성을 발휘한 보건일꾼들의 성과와 경험들이 발표 됐습니다."
◀ 김필국 앵커 ▶
양의학뿐만 아니라 고려의학이라고 불리는 한의학에서도 정성을 강조하는데 또 정성 경험 토론회까지 한다고 하고요.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 김수연 ▶
정성 운동이 시작된 유명한 사건이 하나가 있습니다. 1960년도에 흥남비료 공장에 소년 환자가 한 명 들어왔는데요. 온몸에 한 절반 정도가 화상을 입었습니다. 그것을 본 의료진들과 그리고 함흥의과대학 학생들이 나서가지고 자기의 피부를 다 이식을 해서 나은 사례가 있었습니다. 사회주의 사회에서만 생길 수 있는 아름다운 미담이다 해가지고 이 사업을 정성 운동을 펼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운동의 발원지인 함흥의과대학을 정성대학으로 바꿀 만큼 정성 운동을 굉장히 강조하기 시작을 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저는 여태 이 통일전망대 하면서 북한의 의료 체계 하면 호담당 의사 얘기만 많이 들었었거든요. 그렇다면 정성 운동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 김지은 ▶
기본적으로 북한의 보건의료 핵심은 예방의학 그 다음에 의사 담당 구역 이게 호담당이거든요. 그리고 무상 치료 이 세 가지가 북한 보건의료의 기본을 이룹니다. 보건의료 체계 또는 시스템인 거죠. 정성 운동은 이러한 시스템을 정말 북한 정부가 요구하는 사회주의 제도의 우월성에 맞게끔 잘 국민들이 그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끔 만드는 데서 정성이라는 모토를 가지고 의료인들은 움직여야 한다. 이런 의미로 해석을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차미연 앵커 ▶
요즘에는 전 세계적으로 신약이나 신기술 같은 것들을 강조하잖아요. 그런데 여전히 북한에서는 이 정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화면 보면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땅처럼 순박한 황남의 사람들이 눈물에 젖어 있습니다."
◀ 김필국 앵커 ▶지난해 6월 북한 티비 보도입니다.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의 상비약을 황해남도에 보냈다고 선전합니다.
"경애하는 원수님의 불사약 같은 사랑의 약이 우리 도착했다니…"
◀ 차미연 앵커 ▶
김정은 위원장에 이어서 김여정과 다른 고위 간부들도 가정의 상비약을 잇따라 기증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대대적으로 선전한 이 보도는 의약품이 부족한 북한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뭐 이런 분석도 나왔었죠.
◀ 김필국 앵커 ▶
네 피와 살을 떼어주는 정성 운동도 사실은 혈액이 부족하고 또 피부 이식이 쉽지 않은 북한의 보건 의료 현실을 보여준다. 이렇게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가요?
◀ 김수연 ▶
우선은 혈액을 보관하려면 콜드체인도 중요하고 그리고 혈액을 보관하고 공급하고 또 이렇게 여러 병원으로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데 그런 것 자체가 조금 많이 힘든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피부 이식과 관련돼서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실제 수술 방법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습니다. 주로 피부 이식 같은 경우에는 어떤 정도의 화상을 입었느냐의 정도에 따라가지고 이제 피부 표면이라든지 표피라든지 진피 이렇게 다양하게 피부 이식을 하고 있는데 북한에서는 지금 이런 마취제 같은 것들도 잘 안 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얼마나 피부 이식을 잘 하고 있는지 그리고 사실은 피부 이식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직 검사도 해야 되거든요.그런 조직 검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과연 피부 조직 이식이 잘 되어있는지 잘 되었는지 사실 그런 부분들도 의문이 남습니다.
◀ 차미연 앵커 ▶
그러니까요. 혈액형도 맞는지 좀 의문이었는데요. 결국에는 이 시설이나 시스템이 부족한 것을 이 끝단에 있는 의사로 메우는 거잖아요. 근데 북한 보건의료인들 입장에서는 좀 답답할 것 같습니다.
◀ 김지은 ▶
답답하고 속상하고 상황에 대해서 회피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던 것 같고요. 제 경우를 놓고 보면.그리고 환자들이 병원에 왔을 때 미안한 마음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떻게든 병원에 온 환자들에 대해서 치료를 해줘야 하는 것이 기본인데 마음만 따뜻하게 가신다고 해서 환자 치료가 사실은 되는 게 아니니까 이런 부분들 때문에 의료인들도 굉장히 힘들 거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 김수연 ▶
의사들 나름대로의 고민은 굉장히 많았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북한의 의료체계가 이렇게 많이 붕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성 운동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보건의료 발전을 저해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것 같습니다. 정성 운동도 필요하지만 이런 보건환경 기술과 환경이 더 뒷받침된다면 가장 이상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김필국 앵커 ▶
북한은 최근 들어서 의료진을 부각하는 방송을 상당히 많이 내고 또 정성 운동도 대대적으로 강조하고 있는데요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 김지은 ▶
아무래도 지금 오랫동안 북한이 경제적으로 어려웠고 그것이 또 보건의료 분야에도 영향을 미쳐서 의료 시스템이라든가 의료 환경이 굉장히 열악해졌습니다. 호담당이라든가 무상치료제 이런 것들이 체계는 살아있으나 지금 북한 보건의료시스템에서 상당히 많이 흐트러졌기 때문에 제대로 실행이 되고 있지는 않는 거거든요. 그런 것들을 다시 한 곳으로 모아서 국가에서 하는 어떤 걸 하는 이미지를 심어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아마 그렇기 때문에 다시 정성 운동을 들고 나오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듭니다.
◀ 김수연 ▶
최근에 아직까지도 국가 간 봉쇄를 북한만 지금 풀고 있지 않는 현실입니다. 그래서 거의 4년 넘게 지금 아무것도 물자라든지 의료품이라든지 아주 중요한 필수품 같은 것들이 지금 제대로 이동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지금 의료 현실이 굉장히 많이 낙후되어 있을 것 같고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대신 사상성이라도 강조하자고 하는 그런 정성 운동들이 다시 기사가 많이 나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 김필국 앵커 ▶
그런데 북한의 보건의료 변화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여기는 평양 옥류아동병원. 원격 진료라고 불리는 먼거리 의료봉사 체계를 확대 도입하기 위한 사업을 소개합니다.
"환자치료사업에서 높은 책임성을 발휘하며 현재 우리병원에서는 전국의 소아전문치료기관들이 과학기술 보급거점, 의료봉사 거점으로서의 의료봉사의 질을 높이는데 중심을 두고 사업하고 있습니다."
◀ 김지은 ▶
지방에 있는 환자들도 중앙에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게 굉장히 의미가 있는 거고 북한도 하고 싶어 하긴 하는 거지만 이게 어떤 의료시스템 도입이라는 게 쉽지는 않잖아요. 그냥 화상으로 본다고 해서 이게 원격 의료가 되는 것이 아니고 지방 의료진 또는 지방 의료 시스템도 그만한 기술뿐 아니라 능력도 갖추고 있어야 서로 손발이 맞아서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원격의료라고 얘기하기는 조금 어렵지 않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이 되고 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겪을 때 정말 손 쓸 사이 없이 와르르 무너졌던 것에서는 조금은 벗어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좀 듭니다.
◀ 차미연 앵커 ▶
북한에 인프라가 별로 없다면 시스템을 만들고 또 북한 의사들이 기술적인 역량을 키우는 게 중요할 것 같은데요. 그런데 북한 의료를 왜 알아야 하냐고 묻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어떻게 답변을 할까요?
◀ 김지은 ▶
저는 이 문제는 사실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을 하고 보건의료의 영역을 벗어난 정치권의 문제이기도 하고 사회적인 문제이기도 하고 한반도의 미래를 위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북한이 10대, 20대, 30대가 성장을 해서 4, 50대 60대 돼서 어떤 주역이 될 때 한반도의 지금 2, 30대와 함께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 나간다고 생각을 할 때 지금 북한 2, 30대의 건강이 원활하지 않는다면 현재 대한민국 2, 30대한테 그 부담이 많이 오게 되는 거죠. 너네 일이니까 너네 알아서 해 이렇게 방치할 문제가 아니라. 북한 보건의료가 좀 더 지금보다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다 같이 힘을 모아야 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 김수연 ▶
정성 운동은 남측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을 합니다. 남측은 의료기술은 최고지만 공공의료의 문제 그리고 의사의 윤리적 문제 이런 부분들이 배워야할 부분도 있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고요. 우리는 어쨌든 마주보고 있기 때문에 환경적으로 그리고 지형학적으로 계속 영향을 받고 있고요. 한반도의 보건안보를 지키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국제사회의 협조라든지 남북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 차미연 앵커 ▶
북한에서 쓰이는 정성이라는 단어가 북한 의료와 주민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 김필국 앵커 ▶
올여름 장마와 무더위가 역대급이 될 거란 우려가 많이 나오는데요. 건강 관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오늘 도움 말씀 고맙습니다.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499014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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