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돈값' 못하는 정기구독? "과감히 취소합니다"

유혜은 기자 2023. 7. 1.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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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내고 이용하는 정기구독인데 무료 서비스를 뛰어넘는 혜택이 없다면 굳이 이용할 필요가 있을까요?" (20대 직장인 지모씨)

직장인 지모씨는 2년간 이용하던 '배달 애플리케이션'의 정기구독 서비스를 며칠 전 해지했습니다.

월 9900원을 내면 3만원 상당의 쿠폰을 주는 서비스였는데, 쓸수록 혜택이 와 닿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정기구독 쿠폰은 무료 발급하는 다른 쿠폰과 중복으로 쓸 수 없었는데요. 무료 쿠폰의 할인율이 더 높을 때도 있어 정기구독 이용자는 오히려 손해라고 생각했습니다.

'배달비 무료' 정기구독 서비스도 있지만 최소주문금액이 1만7000원이었습니다. 1인 가구라면 이용이 어려울뿐더러,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최소주문금액을 채워야 하는 결국 조삼모사(朝三暮四)인 셈입니다.

〈자료사진=연합뉴스〉

가성비 시대에 돈값 못하면 과감히 '해지'



최근 각종 정기구독 서비스를 취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고물가 시대에 절약을 위한 이유도 있지만, 정기적으로 돈을 쓸 만큼 가성비가 좋지 않다는 게 소비자들의 판단입니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도 대표적인 예입니다. 안 그래도 OTT 서비스 종류가 워낙 많은데, 눈길을 끄는 콘텐츠가 부족하다면 굳이 정기구독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겁니다. 실제로 3~4개씩 구독하던 OTT 서비스를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대학생 유모씨는 "OTT 서비스를 여러 개 구독하고 있었지만 최근 2개로 줄였다. 한 서비스는 홍보를 통해 기대를 가지고 가입했는데 막상 보니 마음에 드는 콘텐츠가 별로 없었다. 제 입장에선 돈이 아까워서 취소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온라인 식품업체에서 무료배송 정기결제 서비스를 이용했다는 한 누리꾼은 "최소주문금액이 있기도 했지만 동네 마트와 비교했을 때 가격 대비 큰 장점이 없었다. 동네 마트가 더 저렴한 경우도 많아서 서비스를 이용하는 빈도가 줄었고 결국 취소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가성비를 따지는 요즘 시대의 소비자들은 이른바 '돈값'을 하지 못한다면 과감히 지갑을 닫고 있었습니다.

〈자료사진=JTBC 방송화면 캡처〉

"구독경제, 신뢰가 중요…내는 돈 만큼 가치 줘야"



전문가들은 이같은 '구독경제'가 잘 이뤄지기 위해서는 소비자와 사업자 간 신뢰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소비자가 내는 돈만큼 사업자는 충분한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JTBC 취재진에 "정기구독은 지속적인 거래이기 때문에 신뢰가 중요하다. 소비자로부터 자기가 낸 돈에 대해서 받는 서비스가 합당하다고 느껴지게끔 해야 한다"면서 "물건을 한 번 사고 소유하는 것과 다르다. 공급자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소비자가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정기구독 서비스는 소비자 입장에서 새로운 방법이기도 하고, 정보탐색 비용을 줄이는 등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측면이 많다"며 "그런데 구독을 취소한다는 건 기대했던 수준보다 실질적인 만족감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제공되는 서비스가 차별적이지 않고 혜택이 충분하지 않다면 소비자 입장에선 구독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면서 "소비자가 정기적으로 빠져나가는 돈에 상실감을 느끼지 않도록 사업자는 서비스를 꾸준히 향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꽃 정기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직장인 박모씨가 받은 꽃. 〈사진=박씨 제공〉

나를 위한 새로운 정기구독에 눈 돌리는 소비자들



이런 가운데, 새로운 구독 서비스에 눈길을 돌리는 소비자도 있습니다. 기존 범위에서 벗어나 취미생활 등 나에게 초점을 맞춘 정기구독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었는데요.

사례를 찾아보니 꽃, 커피, 전통주, 차(茶), 도시락, 책 등 다양한 품목이 소비자에게 정기적으로 배달되고 있었습니다. 각 업체가 매달, 혹은 매주 구독자의 취향에 맞춰 제품을 추천하는 서비스였습니다. 이용자들은 관심 분야를 폭넓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동시에, 나를 위해 투자한다는 만족감이 있다고 말합니다.

꽃 정기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직장인 박모씨는 "꽃을 좋아하는데 시골에 살다 보니 꽃집에서는 한정적인 종류의 꽃들만 구매가 가능하다"면서 "인터넷으로 한두 번 꽃을 주문해서 받아보다가 정기구독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신청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매달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면서 받고 있다"며 "한 달에 한 번씩 배송을 받는데, 꽃이 오면 한 달을 정리하는 느낌이 들어서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소개했던 직장인 지모씨는 배달 애플리케이션 정기구독 서비스를 취소한 대신, 독서 플랫폼 정기구독을 신청했습니다.

지씨는 "책 2권 살 돈으로 석 달 동안 보고 싶은 책을 마음껏 볼 수 있어서 좋다"면서 "자기계발서 위주로 많이 읽고 있는데 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니 돈이 아깝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경우 내 돈 내고 상품을 받는 거지만 (마음이) 채워지는 느낌이 든다는 소비자가 많더라"면서 "그러나 이 역시 마찬가지로 소비자의 선택을 유지하기 위해서 공급자는 꾸준히 서비스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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