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남수의 視線] 이낙연이 해야 할 것, 이재명이 하지 말아야 할 것
지난 29일 윤석열 대통령은 통일부 장관에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국민권익위원장에 김홍일 전 부산고검장을 각각 내정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김영호 후보자는 김정은 체제 파괴를 주장하는 등 대표적 남북 적대론자”라면서 남북 대화에 앞장서야 하는 통일부 장관으로 적합하지 않고, 김홍일 내정자도 “BBK 의혹 수사 책임자로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시 이명박 대선 후보에게 면죄부를 준 당사자”라면서 반발했다. 이를 두고 이재명 대표는 “온 나라가 극우로 변해가는 것 같다”라면서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를 향해 ‘반국가 세력’이라고 지칭한 데 이어 내각 인사까지 극우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보다 앞서 2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69주년 기념식에서 윤 대통령은 “반국가 세력들은 북한 공산집단에 대해 유엔 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종전선언을 추진했던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돼 야당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왔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반국가 세력’은 문재인 정부를 지칭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야당의 반발에 대해 여권은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종잇조각에 불과한 종전선언 하나 가지고 대한민국에 평화가 온다고 한다면 그것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면서 대통령의 발언은 정확한 팩트에 근거한 것이기에 더불어민주당이 반발하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는 홍준표 대구시장도 “문재인 정부도 반정부 세력”이라면서 “국가안보가 최우선인데 거기에 위해를 끼쳤으면 반국가세력이므로 꼬투리 잡고 할 것이 없다”고 했다.
앞의 두 가지 사례에서 보듯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은 더욱 강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야당과는 협치보다는 대결 구도를 보다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총선이 9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이런 기조가 바뀔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특히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함께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김남국 의원의 코인 거래 문제 등으로 야당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 등으로 국민적 여론에서 유리한 국면임에도 도덕성 문제로 갈팡질팡하고 있는 형국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찰과 여권의 집중 공세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낙연 전 총리가 지난 24일 귀국했다. 그는 귀국 일성으로 “현재 대한민국이 어렵고 걱정된다. 그러나 나의 책임도 없지 않다.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스스로 책임이 있다고 전제하면서,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정치활동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이 전 총리의 이날 발언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다양한 얘기가 나오고 있다. 수세에 몰린 야당으로서는 향후 그의 역할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재명 대표와 새로운 대치 전선이 형성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이 대표와 이 전 총리 간의 대선 예선전이 다시 재현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그래서 나온다.
그러나 이들이 대립하고 경쟁하기에는 상황이 결코 녹록지 않다. 여권의 전방위적 공세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만의 리그에 안주할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국민도 이들의 향후 행보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래서 정치에 복귀하는 이낙연 전 총리가 ‘해야 할 것’과 이재명 대표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그야말로 ‘지극히 당연한 것’이지만 해 두어야 할 것 같다. 미리 전제하건대, 어느 정당 지지자로서가 아니라, 순전히 시대정신을 제대로 담고 있는 정치, 국민의 정치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밝힌다.
먼저 이낙연 전 총리는 혼란에 빠진 야권에서 일정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민주당 내부보다는 대정부, 여당을 향한 보다 강력한 투쟁력을 보여줘야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무작정 비판이 아닌 국민의 정서에 부합하는 미래지향의 비판과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재명 대표와의 단합이 중요하다. 자칫 내부 혼란의 주역이 되면, 민주당도 망하고, 자신도 망한다. 민주당에 기대를 걸고 있는 국민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그럴 줄 알았다’가 아니라 ‘그럴 줄 몰랐다’는 의외성을 보여줘야 한다. 이렇게 하다 보면, 어느새 야당의 대안으로 부상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무엇을 하는 것보다는 반드시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무엇보다 거대 야당 대표에게 주어진 권력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경쟁이 치열할 것이다. 공천과정에서 뭔가를 잡으려고 하면 오히려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낙연 전 총리나 비명계에 대한 견제도 하지 말아야 한다. 정치 자체의 속성이 그렇더라도 위기에 빠진 민주당의 대표로서 자신을 던질 줄도 알아야 한다. 당대표 권한도 따지고 보면 야당이라는 제한된 범위다. 더 큰 정치를 위해서 모든 것을 던질 각오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 민주당은 그야말로 백척간두 아닌가.
정치가 권력투쟁의 장이라지만, 윤석열 정부의 강력한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현실을 돌아봐야 한다. 내부 투쟁으로 더 나은 길을 찾겠다는 안일한 상황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총선 앞으로 9개월, 국민의 냉정한 심판의 날이 머지않았다. ‘이낙연이 해야 할 것’과 이재명이 ‘하지 말아야 할 것’ 그것은 더불어민주당, 나아가 야당과 한국 정치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오로지 국민의 선택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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