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큐정리] 반란, 그 후…푸틴의 '가혹한 대응'이 시작됐다

정경윤 기자 2023. 7. 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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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국경을 넘어 수도 모스크바 턱밑까지 단 하루 만에 진격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프리고진의 반란.

[ 프리고진 / 바그너그룹 수장 : 군사 쿠데타가 아니라 정의의 행진이다. ]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습니다.

[ 푸틴 / 러시아 대통령 : 등에 칼이 꽂힌 상황을 보고 있습니다.]

유혈 사태 없이 상황은 종료됐지만 전 세계는 이제 그 후폭풍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프리고진은 푸틴의 '요리사', 최측근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최전방에서 싸운 '해결사'였습니다.

그런데 이때부터 균열이 시작됐습니다.

[ 프리고진 (5월 11일) : 쇼이구! 게라시모프! 탄약은 어디있나! ]

러시아 정부가 탄약을 제때 보급하지 않는다며 노골적으로 비난하기 시작했습니다.

쇼이구 국방부 장관을 '인간쓰레기'라고도 했습니다.

지난 23일 프리고진은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러시아 국경을 넘어 모스크바에서 500km 떨어진 보로네시주를 지나 200km 남쪽까지 거침없이 치고 나갔습니다.

무기를 내려놓고 길을 열어준 러시아군의 사진도 공개했습니다.

[ 프리고진 / 바그너그룹 수장 (6월 23일) : 우리는 참모총장과 쇼이구를 원합니다. 그들이 올 때까지 로스토프를 봉쇄하고 모스크바로 갈 것입니다.]


푸틴은 충격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습니다.

[ 푸틴 / 러시아 대통령 (6월 24일) : 조국을 지키기 위한 우리의 대응은 가혹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 다음날, 프리고진은 반란을 접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개선장군 같은 모습으로 러시아 시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철수했습니다.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주재로 유혈 사태는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이 이후로 프리고진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벨라루스행을 약속 받았지만 그의 생사가 불투명하다는 뉴스가 쏟아졌습니다.

푸틴 역시 침묵을 지켰습니다.

이번 반란으로 반푸틴 세력의 반란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면서 정권이 붕괴될 거란 보도도 나왔습니다.

[토니 블링컨 / 미 국무장관 (6월 25일) : 균열이 일어나고 있는 게 확실합니다.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상황이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

이런 여론을 의식한 듯 푸틴은 이틀 뒤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바그너그룹이 진격할 수 있었던 건 자신의 지시 때문이다, 러시아군이 실패한 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 푸틴 / 러시아 대통령(6월 26일) :사태 초기부터 대규모 유혈 사태를 피하기 위해 내가 직접 지시를 내렸습니다. 반란 조직자들은 조국과 국민을 배신했습니다. 또 자신들이 범죄에 끌어들인 이들을 배신한 것과도 같습니다. ]

바그너그룹은 애국자라면서도, 프리고진만은 '배신자'라고 선을 그은 겁니다.

그리고 곧바로 보복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지난 1년 간 바그너그룹에 2조 5천억 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부었는데 이 돈이 제대로 쓰였는지 조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프리고진의 돈줄을 조이기 시작한 겁니다.

[ 푸틴 / 러시아 대통령 (6월 27일) : 아무도 나랏돈을 훔치지 않았길 바랍니다. 당국이 이 모든 걸 조사할 겁니다.]

프리고진이 처벌을 요구했지만 푸틴 옆에서 여전히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쇼이구 장관.

반면 러시아 최고위급 장성, '아마겟돈' 장군이라 불리는 알렉세이 수로비킨 대장은 긴급체포됐습니다.

반란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 프리고진의 편에 섰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수로비킨 대장이 반란을 묵인하거나 지원했다면 러시아 엘리트 그룹 내에서도 심각한 균열이 생겼다는 걸 의미합니다.

반면 푸틴은 반란의 주동자들을 숙청해 추락한 위상을 되찾고 잃어버린 자존심과 통제력을 회복하기 위한 '가혹한 대응'에 여념이 없습니다.

반란은 1일 천하로 끝났지만 러시아의 상황은 여전히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입니다.

(영상편집 장현기 / 제작 디지털뉴스편집부)

정경윤 기자 rousil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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