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동행] "돕는 데 이유는 없죠" 장학금 후원하는 장경환씨

나보배 2023. 7. 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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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기부 이유를 물어보는데 그런 건 딱히 없어요. 그냥 돈이 생기면 하는 거죠."

장 씨는 "양복이 있는데 또 살 필요가 전혀 없다. 딸한테 기부한다고 말했더니 딸이 '그럴 줄 알았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장 씨는 "언제까지 기부할 것이냐고 물어보면 그것도 모른다"며 "무언가 굳은 마음을 먹고 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껏 해왔듯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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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원·양로원에 30년 넘게 물품 기부…로타리클럽에도 꾸준히 장학금 건네
"봉사란 자연스런 마음으로 하는 것…아이들에게 우선 도움주고 파"
장경환 씨 [촬영 나보배]

(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다들 기부 이유를 물어보는데… 그런 건 딱히 없어요. 그냥 돈이 생기면 하는 거죠."

전북 전주시 덕진구 팔복동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장경환(63)씨가 봉사하게 된 계기를 묻자 멋쩍은 듯이 웃었다.

장씨는 약 35년 전부터 정비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중장비 등 건설기계를 수리하고 아스팔트 살포기를 제작해 상용화에 노력 중이다.

기부를 시작한 것도 그맘때쯤이었다. 당시 사무실이 전주시 덕진구 호성동에 있었는데 주변 보육원 청소년들이 밤이면 사무실 근처로 와 어슬렁거리거나 주변에 떨어져 있던 고철 등을 주워가는 모습이 눈에 밟혔기 때문이다.

장 씨는 "정말 못 먹고 사는 아이들이 많았다. 아이들의 힘 없는 모습이 마음이 아파서 보육원에 쌀이나 연탄, TV 같은 것들을 가져다주기 시작했다"며 "아마 이게 기부의 첫 시작이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경로당에도 물품을 자주 기부했다. 하지만 언제나 아이들이 우선이었다. 아이들은 부족함 없이 자랄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장 씨는 "가난을 선택한 아이들은 없을 것"이라며 "열심히 노력하지 않아 가난해진 것도 아닌, 이 아무런 죄 없는 아이들을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장경환 씨의 장학금, 결식아동돕기 봉사 [장경환 씨 제공]

하지만 기부 횟수가 많아질수록 고민도 늘었다. 기부금이 가장 필요한 곳에 쓰이길 바랐지만 기부처를 선정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인과 함께 직접 보육원을 돌며 시설이나 재정 상태, 교육 정도 등을 살펴보기까지 했으나 이 역시 만만찮은 일이었다.

때마침 2000년께 또 다른 지인이 봉사 모임인 전주백제로타리클럽을 추천했다. 각자 다른 직업을 가진 이들이 모여 시너지를 내보자는 설립 취지에 이끌려 가입했다.

그 이후부터 로터리에 일 년에 150만원 남짓한 회비를 내왔고 그 외에 지금껏 3천만원 가까이 추가 기부를 했다. 이렇게 모인 기부금은 백제로타리 정기 회의를 통해 장학금 등으로 쓰인다.

어린이재단 등에도 비정기적으로 몇 차례 수백만 원을 기부했으나 그 액수를 지금껏 구체적으로 세본 적은 없다. 액수를 기억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기 때문이다.

장 씨는 "돈은 온전히 내 것이 아니다. 언제든 부도가 나서 없어질 수도 있다"며 "언젠가는 사라질 것들보다 현재의 것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게 훨씬 가치 있다"고 말했다.

장경환 씨 [촬영 나보배]

그의 생활 역시 소박하다.

최근 딸이 결혼하면서 예단비로 200만원 넘는 돈을 건넸지만 장씨는 고민하지 않고 그 돈을 고스란히 기부했다. 몇 년 전 아들이 결혼할 때 샀던 양복이 새것처럼 반짝이기 때문이다.

장 씨는 "양복이 있는데 또 살 필요가 전혀 없다. 딸한테 기부한다고 말했더니 딸이 '그럴 줄 알았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후원하고 난 뒤 그 돈이 어떤 아이들에게 갔는지 구체적으로 찾아보지 않는 것도 그의 기부 철학 중 하나다. 대가를 바라게 될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그는 "무언가를 주면, 다른 것을 받고 싶어 하는 게 사람 마음"이라며 "'내 손을 떠났으면 내 것이 아니다'는 마음으로 기부한 뒤면 과감하게 돌아설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 씨는 4년 전 위암 투병을 하면서 로타리클럽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다. 올해부터는 전주백제로타리의 장학 사업에 연간 300만∼500만원을 정기적으로 기부하려고 생각 중이다.

장 씨는 "언제까지 기부할 것이냐고 물어보면 그것도 모른다"며 "무언가 굳은 마음을 먹고 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껏 해왔듯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wa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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