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동행] "돕는 데 이유는 없죠" 장학금 후원하는 장경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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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기부 이유를 물어보는데 그런 건 딱히 없어요. 그냥 돈이 생기면 하는 거죠."
장 씨는 "양복이 있는데 또 살 필요가 전혀 없다. 딸한테 기부한다고 말했더니 딸이 '그럴 줄 알았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장 씨는 "언제까지 기부할 것이냐고 물어보면 그것도 모른다"며 "무언가 굳은 마음을 먹고 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껏 해왔듯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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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란 자연스런 마음으로 하는 것…아이들에게 우선 도움주고 파"
(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다들 기부 이유를 물어보는데… 그런 건 딱히 없어요. 그냥 돈이 생기면 하는 거죠."
전북 전주시 덕진구 팔복동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장경환(63)씨가 봉사하게 된 계기를 묻자 멋쩍은 듯이 웃었다.
장씨는 약 35년 전부터 정비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중장비 등 건설기계를 수리하고 아스팔트 살포기를 제작해 상용화에 노력 중이다.
기부를 시작한 것도 그맘때쯤이었다. 당시 사무실이 전주시 덕진구 호성동에 있었는데 주변 보육원 청소년들이 밤이면 사무실 근처로 와 어슬렁거리거나 주변에 떨어져 있던 고철 등을 주워가는 모습이 눈에 밟혔기 때문이다.
장 씨는 "정말 못 먹고 사는 아이들이 많았다. 아이들의 힘 없는 모습이 마음이 아파서 보육원에 쌀이나 연탄, TV 같은 것들을 가져다주기 시작했다"며 "아마 이게 기부의 첫 시작이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경로당에도 물품을 자주 기부했다. 하지만 언제나 아이들이 우선이었다. 아이들은 부족함 없이 자랄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장 씨는 "가난을 선택한 아이들은 없을 것"이라며 "열심히 노력하지 않아 가난해진 것도 아닌, 이 아무런 죄 없는 아이들을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부 횟수가 많아질수록 고민도 늘었다. 기부금이 가장 필요한 곳에 쓰이길 바랐지만 기부처를 선정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인과 함께 직접 보육원을 돌며 시설이나 재정 상태, 교육 정도 등을 살펴보기까지 했으나 이 역시 만만찮은 일이었다.
때마침 2000년께 또 다른 지인이 봉사 모임인 전주백제로타리클럽을 추천했다. 각자 다른 직업을 가진 이들이 모여 시너지를 내보자는 설립 취지에 이끌려 가입했다.
그 이후부터 로터리에 일 년에 150만원 남짓한 회비를 내왔고 그 외에 지금껏 3천만원 가까이 추가 기부를 했다. 이렇게 모인 기부금은 백제로타리 정기 회의를 통해 장학금 등으로 쓰인다.
어린이재단 등에도 비정기적으로 몇 차례 수백만 원을 기부했으나 그 액수를 지금껏 구체적으로 세본 적은 없다. 액수를 기억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기 때문이다.
장 씨는 "돈은 온전히 내 것이 아니다. 언제든 부도가 나서 없어질 수도 있다"며 "언젠가는 사라질 것들보다 현재의 것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게 훨씬 가치 있다"고 말했다.
그의 생활 역시 소박하다.
최근 딸이 결혼하면서 예단비로 200만원 넘는 돈을 건넸지만 장씨는 고민하지 않고 그 돈을 고스란히 기부했다. 몇 년 전 아들이 결혼할 때 샀던 양복이 새것처럼 반짝이기 때문이다.
장 씨는 "양복이 있는데 또 살 필요가 전혀 없다. 딸한테 기부한다고 말했더니 딸이 '그럴 줄 알았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후원하고 난 뒤 그 돈이 어떤 아이들에게 갔는지 구체적으로 찾아보지 않는 것도 그의 기부 철학 중 하나다. 대가를 바라게 될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그는 "무언가를 주면, 다른 것을 받고 싶어 하는 게 사람 마음"이라며 "'내 손을 떠났으면 내 것이 아니다'는 마음으로 기부한 뒤면 과감하게 돌아설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 씨는 4년 전 위암 투병을 하면서 로타리클럽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다. 올해부터는 전주백제로타리의 장학 사업에 연간 300만∼500만원을 정기적으로 기부하려고 생각 중이다.
장 씨는 "언제까지 기부할 것이냐고 물어보면 그것도 모른다"며 "무언가 굳은 마음을 먹고 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껏 해왔듯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wa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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