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통에 비료 가격 폭등…日 농부들이 선택한 '인분 비료' 인기 폭발

권진영 기자 2023. 7. 1. 09: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싸니까" 그리고 "환경에 좋으니까"…1년 새 판매량 160% 증가
화학비료 대체재 넘어 친환경 '순환 경제' 모델로 재평가
13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의 상추 농장에서 농부 후지와라 노부요시 씨가 인분으로 만든 비료 봉지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06.13/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식료비·연료비 등 안 오르는 것이 없는 인플레이션 시국에 일본에서 과거의 영광을 되찾은 상품이 있다. '시모고에'라고 불리는 인분 비료다.

NHK에 따르면 3대 영양소 중 하나이자 화학비료의 원료로 쓰이는 인산 암모늄 가격은 중국이 수출을 제한한 2021년부터 1년 새 두 배로 뛰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원자잿값이 오르자 일본 전국농업협동조합연합회(JA전농)는 2022년 6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비료가격을 대폭 인상했다.

군마현(県)과 오카야마현 등 지자체는 각각 10%, 85%씩 비룟값 지원에 나섰다.

◇수입 비료의 10분의 1 가격…불황 속 단비 시모고에

각종 지원책에도 잡히지 않는 비룟값에 일본 농부들의 수요는 시모고에로 몰렸다.

가호쿠신보에 따르면 일본 미야기현(県) 도메 위생센터에서 2023년 3월까지 판매한 시모고에 '탄피쿤'의 판매고는 전년 대비 160% 증가해 대박을 터트렸다.

탄피쿤은 정화조에서 처리된 하수 찌꺼기와 하수구에서 나온 분뇨를 배합해 만들어진다.

센터의 부사장 가토 도시아키 씨는 AFP통신에 2010년 비료 생산 이래 "재고가 바닥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비료는 저렴하고 농부들의 비용 절감에도 도움이 돼 인기가 있다. 환경에도 좋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탄피쿤 홍보 포스터에 적힌 가격은 15㎏짜리 한 포대에 160엔(약 1500 원). 수입 원료로 만든 비료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일본 온라인 몰 라쿠텐에 '화학비료'를 검색한 결과 가장 저렴한 상품은 400g에 297엔(약 2700 원)이었다.

도메 위생센터에는 탄피쿤의 성공 비결을 배우려는 견학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일본 토메 위생센터에서 생산되는 인분 비료 '탄피쿤'의 포스터 갈무리. (출처 : 토메위생센터 누리집)

◇알고 보면 18세기부터 이어진 '순환 경제' 시스템

비료 전문가 고바야시 아라타 씨에 따르면 일본인들은 에도 시대부터 시모고에를 주요 비료로 사용해 왔다.

18세기 초 도쿄에 거주하던 100만 명의 인구는 연간 약 50만 톤의 비료를 생산했다. 당시 비료 생산은 채집업자·운반업자·농부 등이 모두 참여하는 구조적 사업이었다.

고바야시 씨는 시모고에 체계야 말로 "지역에서 발생한 분뇨 및 초목의 유기자원을 농지에 환원하고, 생산된 농산물을 인간이 섭취해 그것이 다시 농지에 환원되는 '지역 완결형 물질 순환 사회'"라고 설명한다.

그는 시모고에 체계는 "일부러 만든 재활용 체계가 아닌 모두가 이익을 추구한 결과" 자연스럽게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시모고에의 부활을 반기는 것은 농부만이 아니다. 지난 4월28일에는 에도 시대 '시모고에 팔이'의 모습을 그린 영화 '세카이노 오키쿠(오키쿠와 세계)'가 개봉하는 등 시모고에 순환경제를 재평가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2023년 4월28일 일본에서 공개된 영화 '세카이노오키쿠'에서 '시모고에 팔이' 소년 둘이 분뇨통을 이고 가는 장면. (출처 : 요이히 프로젝트)

◇친환경 원료로 재평가…'사람 똥' 이미지는 넘어야 할 숙제

일본 정부 역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불거진 식량안보에 대응하고 친환경적인 요소를 고려해 시모고에 활용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농림수산성은 2030년까지 동물의 분뇨와 인분 사용량을 두 배로 늘려 일본 전체 비료 사용량의 40%까지 지분을 확대할 방침이다.

13일 일본 가나가와현 미우라시 미우라 바이오매스 센터에서 직원이 포장을 마친 인분 비료 포대에서 공기를 빼고 있다. 2023.06.13/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가나가와현(県) 소재 미우라 바이오매스 센터의 료세 겐이치 씨는 "이곳에서 연간 500톤의 비료를 생산한다"며 "양배추와 같은 잎채소 재배에 특히 잘 듣는다"고 말했다.

단 시모고에 비료에도 우려 점은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하수 오물로 만든 비료에 포함된 과불화합물(PFAS)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발암성 화합물인 PFAS는 자연에서 분해되지 않는 특성 때문에 '영원한 화학 물질'이라고도 불린다.

환경성에 따르면 현재 일본은 미국과 같은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으며 현재 토양 내 PFAS 수치를 규제하는 지침이 없다.

환경성 관계자는 AFP에 "과학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PFAS 측정법을 개발하고 규제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3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에서 상추를 키우는 농잔주 후지와라 노부요시 씨가 인분으로 만든 비료를 밭에 뿌리고 있다. 2023.06.13/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인분'이라는 원료가 주는 이미지와 냄새를 극복하는 것도 난관이다.

요코스카에서 상추 농장을 운영하는 후지와라 노부요씨(41)는 "비료 냄새에 불만(을 갖는 분들) 때문에 집 근처 밭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후지와라 씨는 "우리가 안전한 식품을 생산한다고 해도 잘 모르는 분들이 보시기에는 인분 비료에 대한 인상이 안 좋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식적인 인증 시스템이 있다면 우리 농산물을 홍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alkwo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