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시청' 누누티비 뿌리 뽑는다···국회에서 내놓은 대책은?
"불법 수익 환수해야"
“불법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를 운영해 얻은 이익보다 벌금이 그 이상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생겨야 저작권 침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이해완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2의 누누티비 방지 입법 대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국내외 동영상 콘텐츠를 불법으로 무료 스트리밍하는 ‘누누티비’ 같은 서비스의 부활을 막기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강경 대책까지 제기되는 이유는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로 인한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업계의 피해가 극심하기 때문이다. 저작권보호협의체에 따르면 누누티비로 인한 국내 콘텐츠 업계의 피해 규모가 조회 수와 VOD(주문형 비디오) 구매 가격만 고려한 피해액은 4조 9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노동환 콘텐츠웨이브 정책협력리더는 "누누티비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누누티비 외에도 수백 개의 불법 사이트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노 리더는 “3년 동안 3000억 원을 투자해 콘텐츠를 독점 제공해도 콘텐츠 불법 유통으로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박완주 무소속 의원은 ‘저작권법 일부개정법안’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 박 의원은 “(불법 사이트의) 인터넷주소 파악이 어렵고 대체 사이트를 생성하기 때문에 실효적 제재가 어려운 현실이다. 누누티비는 종료했지만 여전히 유사 사이트들이 운영되고 있을 것이고 이들을 기술적으로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며 “법 개정을 통해 이 같은 사이트 개설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을 통해 피해를 막을 방안을 검토할 시기가 됐다고 본다”고 밝혔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인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 제도 도입에 힘을 보탰다. 홍 의원은 “미국, 캐나다 등 주요 국가에는 지식재산권(IP)을 보호하고 저작권 침해 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법적근거가 마련돼 있다”며 “우리나라도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 등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장경근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정책과장은 "민사적 구제의 실효성 강화를 위해 손해배상액을 높이는 배수배상 제도 필요하다는 개정안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정부가 앞장서서 저작물 침해에 따른 피해 규모를 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노 리더는 "불법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에 따른 피해액 산정은 쉽지 않다. 피해 상정 기준에 대한 객관적 지표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며 "정부 모델을 활용하면 사업자가 법원에 더욱 공신력 있는 자료를 제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 침해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무단 스트리밍 사이트의 불법 수익을 환수하는 규제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남중구 법무법인 인헌 대표변호사는 “‘누누티비’ 같은 불법사이트의 불법수익 규모는 수백억 원에 이르지만 환수할 수 있는 법적 한계가 있다”며 "불법 사이트를 운영할 유인 자체를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변호사는 “불법수익을 법률에 명시하면 현실적인 규제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관련법 개정을 통한 불법수익 몰수·추징, 지급정지 조치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윤웅현 방송통신위원회 디지털유해정보대응과장은 "불법 광고로 얻은 수익 지급을 정지하거나 추징·몰수하는 과정을 개선한다면 불법정보 유통을 근본적으로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장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OTT활성화지원팀장은 "불법사이트와 불법광고를 함께 차단하여 수익 구조를 깨뜨릴 필요가 있다"며 “많은 사람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콘텐츠가 제값받고 유통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함께 적극 차단 대응 조치를 계속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병귀 경찰청 사어버범죄수사과장도 “온라인상 불법 광고 근절 및 불법수익 환수 입법방안 모색 및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는 입법에 공감한다”고 말혔다.
박 의원은 방송통신위원회 산하에 불법정보특별위원회를 설치해 불법 정보에 대한 모니터링과 불법 광고행위자 처벌 및 불법수익 환수의 근거를 담은 '온라인상 불법 정보 근절 및 행위를 위한 특별법'도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인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방위가 정상화되는 대로 관련 법안들을 먼저 처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저작권 침해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노 리더는 "전문수사력 확보를 통한 범인 검거가 필요하다"며 "침해에 대한 형사처벌 수준에 대한 상향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박완주 의원과 변재일·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이 주관했으며 문화체육관광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경찰청이 후원했다. 박정렬 한국저작권보호원 원장은 "모두가 올바른 콘텐츠 이용과 창작에 대한 존중과 보호를 해야 한다"며 "저작권 침해와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에 대해 강력하고 신속하게 대응해 저작권을 지켜내는 것이 사회 공동 목표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태 기자 ki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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