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로 보는 세상] 7m 그림에 펼쳐진 비극과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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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이 그림, 테오도르 제리코(1791~1824)가 그린 '메두사호의 뗏목'(1819)은 가로 7m(491cm*716cm)가 넘는다고 한다.
하지만 '메두사호의 뗏목'은 실제 있었던 비극적인 사건을 화폭에 옮긴 것이고, 어두운 색조에 절망과 고통이 가득한 그림이니, 그 앞에 서면 잠시 정신이 혼미해질 것이다.
제리코는 이 그림으로 이성보다 감성을 중요시하는 낭만주의 시대를 활짝 열었다.
제리코를 이어받은 화가가 외젠 들라크루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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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가로 7m가 넘는 그림 앞에 서면 어떤 기분이 들까?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이 그림, 테오도르 제리코(1791~1824)가 그린 '메두사호의 뗏목'(1819)은 가로 7m(491cm*716cm)가 넘는다고 한다.
물론 루브르에는 가로 9m가 넘는 대작이 둘 있다. 자크 루이 다비드가 그린 '나폴레옹 대관식'(가로 979cm)과 베네치아 화가 베로네세가 그린 '가나의 혼인 잔치'(가로 990cm)다.
하지만 '메두사호의 뗏목'은 실제 있었던 비극적인 사건을 화폭에 옮긴 것이고, 어두운 색조에 절망과 고통이 가득한 그림이니, 그 앞에 서면 잠시 정신이 혼미해질 것이다.
제리코는 이 그림으로 이성보다 감성을 중요시하는 낭만주의 시대를 활짝 열었다. 제리코를 이어받은 화가가 외젠 들라크루아다.
1816년 7월 2일, 꼭 207년 전이다. 프랑스 해군 군함 '메두사호'가 난파됐다. 무능한 선장과 장교들은 선원과 승객들을 버리고 구명보트를 타고 도망갔다.
승객 일부가 임시 뗏목 위에서 13일 동안 표류하며, 심지어 동료의 시신을 먹는 극단적인 행위를 하며 죽어가다 겨우 15명이 구조됐다.
선장은 바다의 전장에는 나가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왕정복고기에 정실에 의해 지휘관으로 임명된 결과로 빚어진 인재(人災)였다. 생존자 한 명이 추후 이 사건의 전모를 알려 엄청난 스캔들로 발전했다.
제리코는 생존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극적인 순간을 상상해서 그렸지만, 마치 현장에서 본 것처럼 생생하게 옮겼다.
그는 사람들의 표정에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파리 시내 시체안치소를 찾아 죽은 사람들의 모습을 스케치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림에서 이미 사망한 사람들의 자세와 표정은 그 결과다.
그는 처참함 속에 희망도 집어넣었다. 13일의 표류 끝에 수평선 멀리 구조선을 발견하는 순간을 그린 것이다. 뗏목의 가장 높은 곳에 선 한 사람이 힘차게 수건을 흔들고 있다.
예술은 '삶의 축복', '삶의 고양'이기도 하지만, 이처럼 아픈 상처를 그대로 드러내기도 한다.
제리코의 이 작품은 당시 호응은커녕 넘칠 정도로 비난받았다. 상처를 보여주는 일은 반갑지 않은 법이다. 하지만 이후 이 그림은 낭만주의를 활짝 열며 새 조류의 승리 쪽으로 향하는 발판을 만들었다.
예술이 현실을 직시하고 부당함을 고발하며 신랄하게 소리치는 이유는 상처의 회복을 믿기 때문이다. 그건 '정화(淨化)'다.
제리코는 불운한 사고로 불과 30대 초반의 나이로 요절했지만, 우뚝 섰다. 순응하지 않고, 스스로를 변화의 방향으로 힘차게 밀고 나갔기 때문이다.
doh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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