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빛나는 그녀, 가수 별의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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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셔터 소리에 맞춰 자유롭게 포즈를 바꾸고 조금 과감한 의상은 부끄러워하면서도 이내 장난스럽게 웃는다. 촬영이 끝나자 끼니를 걸러 배고픔을 호소하는 그녀를 위해 곱창닭볶음탕을 앞에 두고 마주 앉았다. 메뉴와 어울리지 않았지만 자신의 가족과 음악,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려준 별스러운(!) 시간이었다.
반갑습니다. <우먼센스>와는 첫 만남이에요. 오늘 촬영은 어땠나요?
여성 잡지 커버 모델은 처음이에요. 제 또래 여성들이 보는 잡지인데도 선입견이 있었던 것 같아요. 콘셉트가 저랑 맞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제 앨범 재킷 사진보다 힙하고 과감한 스타일링을 해주셔서 망설여지더라고요.(웃음) 아주 즐겁고 유쾌하게 촬영했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올해 초에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정말 오래전부터 준비한 정규 앨범을 발매했어요. 그리고 활동하는 중에 뮤지컬 <친정엄마> 제안을 받고 3월부터 6월까지 첫 뮤지컬에 도전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한 첫 가족 예능 <하하버스>까지 정신없는 상반기를 보냈어요. 그러고 보니 올해도 벌써 반이 지나갔네요!
첫 뮤지컬 <친정엄마>의 공연이 끝났어요. 공연하면서 느낀 소회를 전한다면요?
사실 뮤지컬을 안 해보기도 했고, 출연 제의가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섣불리 덤빌 만한 장르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저 스스로 아직 완벽한 준비가 안 됐다고 생각해 예전의 저였다면 당연히 거절했을 거예요. ‘지금 애들도 돌봐야 하고, 앨범 막 나와서 활동하고 있는데 뮤지컬까지 어떻게 해? 선생님도 많이 나오시는데 나는 준비가 안 됐다’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해보자!’ 싶더라고요. 아무리 완벽하게 준비해도 모든 일이 내 뜻대로만 되는 건 아니잖아요. 일단 시작해보고, 노력해보자 싶었어요. 사실 <하하버스> 촬영까지 겹쳐 연습할 시간이 부족했어요. 테크 리허설에도 참석하지 못해 공연에 누를 끼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더 커졌어요. 혼자서라도 안 보이는 데서 더 많이 연습했고 그렇게 바쁘게 살면서 저 스스로 레벨 업이 돼가는 듯한 성취감을 느꼈어요.
예전에는 어땠는데요?
굉장히 제한적이었고, 완벽하게 준비한 다음에야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오늘 촬영만 해도 짧은 상의를 입었잖아요. 예전의 저였으면 안 입는다고 했을 거예요. 그런데 나이를 먹고 삶을 되돌아보니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렇게 했어도 됐는데, 준비가 안 됐어도 해봤으면 어땠을까?’ 망설이다가 놓친 기회가 많아 후회도 좀 되더라고요. 또 첫째 드림이를 낳고 나서는 ‘내가 복귀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처음 겪는 임신, 출산, 육아의 과정 후 완벽하게 복귀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거든요. 노래로도, 외적으로도요. 그런데 그런 청사진이 오히려 저를 더 위축시켰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어떻게 달라진 거죠?
지금은 아주 안 되는 거 말고,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고 재미있을 것 같은 일은 용기를 내어 해보려고 해요. 둘째 소울이를 낳은 뒤 콘서트도 하고 본격적인 복귀에 시동을 걸고 있을 때 예상치 못한 송이가 왔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이를 악물었어요. ‘몸 풀면 다시 시작이다!’ 이렇게요. 그리고 송이가 태어나고 난 뒤 정말 좋은 기회가 많이 왔어요. 애가 셋인데 어떻게 활동하지? 했던 생각들이 무색하게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 같아요. 송이가 복덩이인가 봐요.(웃음)
송이는 정말 그럴 만해요. 너무 매력적인 아이 같아요.
그쵸? 저는 제가 팔불출인가 싶었는데 방송 관계자들도 송이는 뭔가 끼가 있다고 하세요. 몇 년 뒤에는 송이 따라다니면서 케어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저희 부부의 끼를 송이가 다 물려받은 것 같아요. 옷 갈아입거나 촬영하는 것, 사진 찍히는 것도 진짜 좋아하거든요. 자기가 포즈도 취하고, 소품도 막 쓰고요.(웃음)
그렇게 예쁜 아이들과 예능에도 도전했어요. 첫 가족 예능 <하하버스>는 어땠나요?
정말 각오를 단단히 했어요. 제작진하고 촬영 전부터 소통도 많이 했죠. 아이들과 놀러 가는 것이지만 촬영이고, 촬영이지만 육아인 거잖아요. 진짜 촬영처럼 하면 부담스럽고, 모두가 지칠 것 같아 진짜 우리는 놀 테니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아달라고 이야기했어요. 정해진 콘셉트로 하는 것도 싫고, 아이들이 거기에 따라줄 리도 없고요. 큰 틀만 주면 우리가 자연스럽게 하겠다고 했는데 대본에 없는 상황도 많이 생겼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너무 즐거워했다는 것이 제일 중요하죠. 남편은 워낙 바쁘고, 저도 지난해부터 활동이 많아졌는데 엄마·아빠랑 다 같이 격주로 주말마다 놀러 가서 종일 붙어 지내니까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어요. 저희 부부는 물론 힘들었지만 어차피 집에 있어도 힘들거든요.(웃음) 밖에서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도 하고 좋은 추억도 만든 것 같아 정말 좋았어요.
방송 육아와 실전 육아가 좀 다를까요?
저는 방송이라고 뭐든지 다 허용하지 않아요.(웃음) 제가 평소에도 훈육을 진짜 무섭게 하거든요.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나 예의가 없는 것에는 가차 없어요. 드림이 키울 때는 아이가 잘못을 저지르면 사람이 없는 곳에서 혼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 외출했을 때는 집에서보다 덜 혼냈어요. 그런데 아이가 조금 크니까 그걸 알더라고요. 그래서 밖에 나오면 아이가 집에서라면 안 했을 행동을 하거나 떼를 쓰니까 집에서나 밖에서나 똑같이 혼내고, 오히려 밖에서 더 무섭게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아이가 셋이다 보니 한 아이를 훈육하는 모습을 보면 두 아이는 알아서 잘하기도 해요. 아이 자존감을 위해 혼자 있을 때 훈육해야 한다는 이론도 있지만 저는 전문가도 아니고 제 나름의 육아 방식을 찾았던 것 같아요. 드림이를 훈육하면 소울이와 송이가 눈치로 알아서 잘하는 것도 있어요. 아무튼 방송이라고 훈육해야 할 상황을 그냥 넘어간다? 저는 절대 안 되죠.(웃음) 그리고 사실 아이들이 예쁘고 착한 모습만 나오면 좀 이상하지 않을까요? ‘진짜 저럴까?’ 하는 생각도 들고 굳이 우리는 이렇게 행복하고, 싸우지도 않고, 아이들도 천사 같답니다. 이런 모습을 전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냥 남들과 별다르지 않게 사는구나 하고 봐줬으면 하는 마음이었어요. 울다가도 눈물이 다 안 말랐는데 금방 웃고, 삐졌는데 금방 풀리는 것, 투덜투덜하면서도 다 도와주는 아빠, 투박하지만 다 챙겨주는 엄마의 모습까지. 우리 모두 다 똑같잖아요.
SNS에서 아이들의 사진을 볼 수 있지만 방송으로 공개하는 것은 남다른 결심이 필요했을 텐데, 어땠나요?
<하하버스>를 촬영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게 돼 감사해요. 일하면서 아이들이랑 추억도 만들 수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하게 된 이유도 있고요. 마지막 촬영 날, 드림이가 버스와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 많이 울었어요.
<하하버스>를 보면 유쾌한 가족인 것이 느껴져요. 어떤 가정을 이루고 싶나요?
엄마, 아빠가 행복하면 아이들도 안정감을 느끼고 자존감 높은 사람으로 자란대요. 부부가 싸우면 아이들이 눈치를 본다고 하죠. 그래서 아이들 앞에서는 되도록 싸우지 않으려고 해요. 제가 행복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아이들도 행복한 사람으로 자라게 하고 싶어요. 그리고 공부보다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부지런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나이를 먹는 것이
단순히 ‘늙는다’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인생의 페이지가 한 장 한 장 넘어가는 것이고,
다시 새로운 페이지가 열리는 것이죠.
저는 발라드 가수잖아요. 발라드 가수로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주로 사랑, 이별이에요. 근데 나는 결혼도 했고, 누군가의 엄마라는 걸 다 알잖아요. 사랑 이야기를 하면 안 될 것도 없지만 공감대가 부족할 것 같더라고요. 어떤 이야기를 노래 안에 녹일 수 있을지 제일 많이 고민해요. 그래서 이번 앨범에는 인생, 사람, 가족, 삶에 대한 이야기를 가사에 담아봤어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어렸을 땐 내가 나이를 먹으면 제일 좋은 시절은 20대, 30대 초반까지고 30대 후반, 40대는 소위 한물갔다, 꺾였다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요. 책으로 생각하면 다른 페이지가 열리는 거죠. 제가 경험해보니까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인생의 페이지가 한 장 한 장 넘어가더라고요. 새로운 페이지에 새롭게 쓸 수 있는 것이 많은데 내가 20대 때 했던 거, 하고 싶었던 걸 바라보면 슬플 수 있죠. 그런데 나이를 먹은 지금의 나라서 할 수 있는 것, 깨달은 것, 말할 수 있는 것, 더 깊어진 것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뮤지컬도, 음악도 내가 할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할 수 있는 것이 많다는 것을 어떤 식으로든 증명하고 싶어요. 왜냐하면 결혼하고 아이 낳고도 자기 관리가 잘되고 일도 열심히 하면서 좋은 엄마고, 주변 사람들에게 베풀 줄 아는 롤 모델이 많지 않잖아요. “젊을 때 즐겨. 결혼은 늦게 해”라며 한탄하는 사람이 더 많아요. 거창하게 말하면 선한 영향력인데 아이를 낳고 나이 들어가는 것이 결코 힘들거나 슬픈 일이 아니라는 것도 좀 말하고 싶어요. 더 크게는 어떻게 잘 살아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요즘 많이 하는 것 같아요.
22년 차 가수로 오랫동안 사랑받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별의 목소리를 좋아하고 추억하는 사람이 많아요.
맞아요. 정말 감사한 일이죠. 제가 올해 컴백하면서 ‘킬링 보이스’ 콘텐츠 촬영을 했는데 그 영상이 올라가고 “이 노래는 왜 없나요?”, “이 노래를 들으니 입시 준비할 때가 생각나요”, “시간 여행을 하는 것 같아요”라는 댓글들을 봤어요. 저 스스로 ‘나 이제 너무 옛날 가수인가’ 하면서 위축되려고 할 때 ‘내가 가수를 오래 해서 좋은 점은 이거구나. 내 노래를 오랫동안 들어준 분들에게는 내 노래마다 인생의 어느 한순간을 떠올리게 하는구나’라는 것이 아주 큰 의미가 있더라고요. 그걸 생각하면 목소리가 나올 때까지 노래하고 싶어요.
요즘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패션, 뷰티는 항상 관심이 있어요. 그런데 관점이 좀 달라진 것 같아요. 건강하게 나이 드는 것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어요. 시술 같은 걸로 가꾸기보다 피붓결을 관리하고 운동, 물 많이 마시기 등을 실천하려고 하죠. 어려 보이려고 용쓰지 않되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눈살 찌푸려지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해보는 것, 사실 지금 헤어스타일도 20대 때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못했어요. 그때는 남들이 어떻게 볼지를 더 많이 생각했다면 이제는 지금 아니면 언제 해봐라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입고 싶은 옷을 입기 위해 관리하는 거죠.
올해도 벌써 중간까지 왔어요. 올해 남은 계획, 못다 이룬 계획이 있다면요?
올해 앨범을 내면서 곡을 정말 많이 수집해 다음 앨범도 얼른 나올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이제 마무리 작업을 해 바로 내기만 하면 돼요. 그런데 일적으로는 쉬어갈 타이밍인 것 같아요. 지난해 앨범을 준비할 때부터 지금까지 너무 달려와 이번 여름에는 가족이 다 함께 여행도 하면서 쉬어가는 타이밍을 만들려고 해요. 그리고 다시 달려야죠!
내 노래를 오랫동안 들어온 분들에게는
내 노래마다 인생의 어느 순간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내가 옛날 가수라는 것도 큰 의미가 있어요.
그걸 생각하면 목소리가 나올 때까지 노래하고 싶어요.
에디터 : 송정은(패션), 이채영(인터뷰) | 사진 : 김외밀 | 스타일링 : 김지연 | 헤어 : 권영은 | 메이크업 : 박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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